[정용우칼럼] 인구 수입
[정용우칼럼] 인구 수입
  •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 승인 2022.10.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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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우리 집 옆집 심씨네는 아저씨 아주머니가 죽고 나서는 공가(空家) 상태다. 가끔씩 도시에 나가 사는 아들 내외가 와서 빈집을 관리하기는 하지만 시간이 나질 않아서인지 관심이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집 담벼락 밑 잡초는 제거하지 않은 채 그냥 가버린다. 이렇게 되면 담벼락과 붙어 있는 마을도로가 볼썽사나워진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이들 잡초를 제거한다, 그런데 언젠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길래 가까운 시일 내에 시간을 내어 이들 잡초를 제거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는데 내가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누가 먼저 제초제를 살포해 버렸다. 제초제를 살포하면 당연히 풀은 죽는다. 그런데 이때 발견한 놀라운 사실 하나. 시들시들 죽어가는 잎사귀들 위로 솜털처럼 보송보송한 씨앗들이 솟아 있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힘으로 피어난 민들레 갓털(冠毛)들. 죽기 전에 밀어올린 마지막 생명의 불꽃이며 종족보존을 위한 의무의 본능적 실현이다.

나는 죽어가는 민들레가 연출한 이 경이로운 광경을 지켜보면서 우리를 낳고 키워낸 예전 우리 부모세대의 삶을 생각해 본다. 우리 부모세대는 생명을 유지하는 한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자녀를 많아 낳았다. 세상에서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그들도 알고 있었고 힘들어요 힘들어요 노래를 부르면서도 아이들을 정성을 다해 키워냈다. 힘은 들지만 이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으며 책임과 희생도 기쁘게 받아들였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의무와 사랑이 하나가 되면 축복받은 것’(서머셋 모옴의 ‘인생의 배일’)이라는 말을 그들에게 적용한다면 그들은 축복받은 삶을 산 셈이다.

그런데 지금세대 우리들은 어떠한가. 종족 보존 따위는 우리의 관심대상도 아닐뿐더러 아기를 낳아 기르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결혼과 출산 여부를 이것저것 헤아려 결정한다. 시대적 흐름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여건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으면 결혼도 하지 않을뿐더러 결혼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생명의 신비와 경이에 대한 가치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하여 이제 아이 낳는 일은 ‘선택적 의무’로 변했다. 선택적 의무는 자유나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들이 자꾸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출산율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인터넷에 들어가 연도별 신생아수를 살펴보면 1960년대에는 연간 100만명 안팎의 신생아가 태어났으나 지난해에는 26만명에 불과하다. 4분의 1토막이다. 출산율이 0.81명까지 곤두박질쳤으니 당연한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 0명대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저출산 담당 특명 장관까지 임명한 일본은 1.30명). 상황이 이러하니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까지 나서서 한국의 심각한 인구 감소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며, 한술 더 떠 일본의 극우 성향 일간지인 산케이신문은 ‘군대 갈 남자가 없다’는 조롱 섞인 걱정까지 해주고 있다.

국가를 유지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인구, 그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아기 낳기를 강제할 수는 없다. 옛 중국 진나라처럼 결혼하여 아이 낳지 않는 사람에게 징벌적 과세를 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 우리나라는 자유민주국가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구성하는 개개인이 아이 낳기를 주저하지 않는 여건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야 하고 또 돈을 들여 여건을 조성한다고 해서 아이를 낳을 것인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부자들도 아이 낳는 것을 꺼리는 것을 보면 내 생각이 틀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좀 장기적 관점에서 생명의 소중함이라든지 생명을 키우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 같은 것을 깨닫지 않는 한 각종 대책은 그 한계를 발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구감소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나는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본다. 세상에는 아이를 넘치도록 많이 낳는 나라도 많다. 그들 나라로부터 사람을 수입하는 것이다. 서유럽 국가처럼 말이다. 그들 나라 대부분은 인구절벽을 1960-70년대에 겪었고 나라마다 역사와 문화, 사회 제도가 다르지만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극복했다. 누구를 얼마만큼 받아들여야 할지, 어떻게 하면 이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와 한 국가의 구성원으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등에 대해 하루빨리 적절한 정책을 수립 실행함으로써 인력수급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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