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유동규와 ‘정·비·공’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유동규와 ‘정·비·공’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2.10.2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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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지난 2018년 여성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미투운동’이 문재인 정부 초기에 터져 나왔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이었던 연극계의 대부 이윤택 감독을 비롯해, 노벨문학상 후보까지 거론됐던 고은 시인 등 문화예술계, 연예계 인사에 이어 정치권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여권인사를 중심으로 확대되어 한국사회에 페미니즘운동의 공론화와 함께 사회전반에 큰 충격을 준 일이 있다.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가 미투운동을 촉발한 경위가 있지만, 미투운동은 학교 내 성희롱, 영화계 성비리 등 일파만파로 번져 성폭력 문제를 대하는 한국사회의 인식과 태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정·비·공’이란 신조어가 이때 나왔다. 인생에 정답도 없고 비밀도 없고 공짜도 없다는 문장의 머리말만 따내 만들어 낸 말인데 한동안 술자리 건배사로도 상당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이 ‘정·비·공’이란 말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최근 대장동사건의 핵심 역할을 했던 유동규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법정에서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긴 하지만, 그가 왜 심경을 변화를 일으키게 되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동규는 자신이 심경에 변화를 일으킨 배경에 대해 지난 1년 동안 교도소에 있으면서 자신을 돌아본 결과, ‘의리’하면 자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어려울 때 사람의 본모습을 본다는 말이 있는데 세상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참 비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동규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정·비·공’이란 다음과 같다. 우선 성남 대장동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신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의지하고 또 추종해야 할 이재명 대표가 유일무이한 정답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충성을 다했고 모든 것을 짊어지려고까지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태도를 보면서 그가 정답이라는 사실이 깨졌다. 또 자신만이 품고 가려고 했던 비밀들이 주변에서 슬슬 풀려나오고 또 자신과 함께 사업을 동업하거나 협업했던 인물들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부정하면서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이 커지자 혼자만 비밀을 지키고 가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세상이 비밀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에다 적어도 자신을 지켜 주리라 생각했던 주군(?) 이재명 대표조차 모른체하자 자기만 손해 보게 됐다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세상에 무임승차 즉 대가없이 빠져 달아나려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 세상일은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의식이 작동했으리란 해석이 가능하다. 이른바 ‘정·비·공’이 유동규에게도 작동된 것이다.

유동규는 실제 그가 각종 인터뷰를 통해 “형제라고 했던 이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내가 벌 받을 건 받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 “하나가 나왔다 싶으면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올 것이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비단 대장동 개발비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비리를 비롯해 성남FC 후원금 의혹,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화영의 수상한 대북사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쌍방울그룹와 KH그룹 의혹 등등 민주당 의원 전원이 나서 필사적으로 보호하려고 하는 이재명 당 대표의 관련 의혹은 너무나 많다.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그에게 제기된 의혹이 하나하나 제대로 밝혀지면, 민주당 의원 역시 ‘정·비·공’이란 말의 의미를 새삼 뼈저리게 느끼게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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