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칼럼 100회를 쓰면서
[정용우칼럼] 칼럼 100회를 쓰면서
  •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 승인 2022.11.07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내가 직장에서 은퇴하고 서울에서 이곳 시골로 이사 온 지가 4년이 되어가는 데도 지금도 가끔씩 지인들이 나를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이분들이 이렇게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 삶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주제로 하여 글쓰기를 계속한 덕분이다. 얼마 전에도 제자 부부가 이곳 시골에 다녀갔다. 거제도 여행을 왔었는데 교수님이 가까이 사시길 래 한 번 다녀가고 싶었단다. 집을 둘러보면서 내 글의 소재가 되었던 꽃이나 나무 등을 찾아본다. 그리고는 반성시장 내에 자리 잡고 있는 돼지국밥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는 떠났다. 이렇게 지인들이 이 한적한 시골을 방문해 줄 때는 여간 기쁜 게 아니다. 조금이나마 인정받는다는 느낌. 그리고 내가 겪고 느낀 일들을 기록함으로써 이것들이 지속적으로 나를 살아 있게 한다는 사실. 내 삶의 활력소다.

내가 경남미디어에 ‘정용우 칼럼’ 1회를 게재한 날이 2018년 11월 7일이다. 이렇게 내 글쓰기가 시작된 것은 경남미디어 발행인인 황 인태 회장이 서울디지털대학교를 설립하였을 때 내가 부동산학부장이었던 것이 인연이 되었다. 그 당시 내가 학교 ‘자유게시판’에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자주 올렸는데 이 글들이 그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제법 인기가 있었던 모양. 황 회장이 학교를 경영하면서 이를 눈여겨 보아두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은퇴한 후부터 칼럼을 써줄 것을 요청해 왔으며 이에 응한 것이 그 시초기 되었다. 은퇴 후 느끼는 소외감을 달래기 위해서 무언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보고 싶어서 그랬을까. 하여튼 이런 저런 이유로 황 회장의 요청에 선뜻 응하기는 했지만 두려움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문단 등으로부터 객관적인 글쓰기 능력을 인정받아 본적도 없는 완전 아마추어일뿐더러 본격적인 신문 칼럼 게재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그랬으리라. 그렇지만 이왕 응했으니 될 수 있는 한 좋은 글을 써보고 싶었다. 나름대로는 글을 쓰기 위해서 고수해야 할 원칙을 정했다. 관념적인 이야기보다는 내 삶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기록해나가야 한다는 것, 스토리 라인이 살아 있고 글을 읽으면 이미지가 눈앞에 떠오르게 쓰자는 등등... 이런 원칙하에 글을 써온 지 4년이 되었고 칼럼 게제 회수는 이번으로써 100번째가 된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되돌아볼 때 당초의 그 원칙들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해 나는 자신하지 못한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우리는 인정 욕구의 틀에 가두어진 노예들이라고. 그것을 벗어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 100세를 넘게 사는 김형석 교수도 용돈을 받은 손주가 고마워할 때 인정받았다는 마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고 회고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나이와 상관이 없는 듯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나이가 들고 100회에 이르기까지 칼럼을 써왔지만 글을 쓸 때마다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였다.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글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제법 괜찮은 글이라고 인정받기를 바랐다. 이 욕구가 집요하게 나를 따라다녔기 때문에 내가 당초에 설정해두었던 원칙들이 무너져 내릴 때도 있었다. 타인으로부터 공감과 호응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가끔은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거나 이리저리 비틀어 조합하여 문장을 만들다보니 내 생각과 감정이 본래의도와 달리 조금은 왜곡하거나 생명력이라곤 느낄 수 없는 공허한 글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이럴 때는 가끔은 절망한다. 능력 없는 자의 비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도 계속 글을 쓰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더해가며 사유와 성찰을 거듭하면서 처음 글쓰기를 할 때보다는 인정욕구가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자유로워졌다는 이야기다. 하여 이제 내 글쓰기의 동인(動因)은 인정욕구 보다는 내 즐거움이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순간만은 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몰입한다. 그 만큼 나의 글쓰기 즐거움의 위력이 크다는 말이다.

덧 붙여 내 글쓰기가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글쓰기를 통해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함으로써 더 나은 나 자신, 더 깊고 지혜로운 나로 변모시켜 나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다. 이 덕분에 세상을 균형 잡힌 눈으로 볼 수 있고 타인의 상처도 보듬을 수 있다면 나는 ‘복 받은 사람’으로서 내 노년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이 사람을 다듬어 낸다는 명제(命題)... 글과 닮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진주대로 988, 4층 (칠암동)
  • 대표전화 : 055-743-8000
  • 팩스 : 055-748-14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선효
  • 법인명 : 주식회사 경남미디어
  • 제호 : 경남미디어
  • 등록번호 : 경남 아 02393
  • 등록일 : 2018-09-19
  • 발행일 : 2018-11-11
  • 발행인 : 황인태
  • 편집인 : 황인태
  • 경남미디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7481400@daum.net
ND소프트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선효 055-743-8000 7438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