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외양간 고치기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외양간 고치기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 승인 2022.11.0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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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벌인 일이 잘못되면 나중에 손을 써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되거나 너무 늦어서 별다른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의 속담으로 나쁜 결과가 예상됨에 불구하고 간과하거나 방치하다가 결국 나쁜 결과를 직면하고 나서야 후회하게 되는 경우를 흔히 일컫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다가 뒤늦게 깨닫고 또 다른 미련한 행동을 한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한 표현이다. 다시 말해 행동해 보았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당했을 경우에 이 속담이 자주 적용된다. 비슷한 표현으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사후청심환(死後淸心丸)이란 표현도 있다. 영어에는 ’말 도둑맞고 마구간 잠근다.‘는 속담도 있다. 중국 속담에는 ’망양보뢰‘(亡羊補牢) 즉 ’양 잃고 우리 고친다.‘는 표현이 있다.

그런데 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표현이나 ’말 도둑맞고 마구간 잠근다.‘는 말이나 ’양 잃고 우리 고친다.‘는 등의 속담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은 실패나 실수를 해도 빨리 뉘우치고 수습하면 늦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잘못된 결과의 원인을 규명한 뒤에, 현상에 대한 진단과 문제점을 규명해 개선 대책을 체계적으로 세워 다시는 나쁜 결과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그것이 이런 속담이 던지고 있는 행간의 또 다른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핼러윈데이날 이태원 골목 압사 사고가 일어나 백오십육 명을 넘는 젊은이가 안타깝게 숨지거나 다친 사건을 보면서 또 생각나는 것이 우리사회는 아직도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고 있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K-문화를 내세우며 세계 선진국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지만 정작 한국의 안전 체제 수준과 그 대응체제는 이데 걸맞지 않는 부끄러운 사건임에 분명하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서해 페리호 침몰,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성수대교 붕괴사건, 씨랜드 청소년 수련의 집 화재,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세월호 침몰사고 등 수많은 대형 사건사고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지향 후진국형 대형 사건사고가 아직도 일어나고 있음은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의식 수준이나 국가차원의 시스템 또한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성숙되지 못하고 있고, 또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구조적 대책 마련에는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위정자들은 과거 대형사건이 나면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희생양을 만들어 비난 여론을 차단하고 정치적 책임 추궁에만 신경을 썼을 뿐, 행정 형사책임을 소홀히 했다. 재발방지 대책도 국민의 관심과 분노가 사그라지면 흐지부지하고 말았다. 가깝게는 지난 정부만 해도,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다고 수년 동안이나 수백억의 예산을 쓰면서 요란하게 조사를 벌였지만 용두사미식 결과에다 구조적인 개선 대책 하나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종결되고 말았다.

한국사회는 대형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수습과 피해자 구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보다는 책임소재를 따지자는 정치집단의 목소리만 요란하다. 사건이 재발되도록 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책임이 그들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책임은 뒷전에 두고 마치 제3의 원인이 따로 있는 것처럼 발언하고 행동한다. 특히 야권은 편향적인 성향의 시민단체까지 합세해 진상 조사니 정권 퇴진이니 책임자 처벌이니 손해배상이니 정치적 공격 구호를 앞세운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시위니 추모집회 등 재난을 정치쟁점화 하는 정쟁만 일삼고 있다. 그리곤 정작 사건수습 방안이나 재발방지를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에는 일말의 협조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역사는 어쩌면 소를 크게 잃고 나서야 다른 외양간을 점검하고 고치면서 발전해왔다고 할 수 있다. 소를 잃지 않고 선제적으로 막은 경우는 오히려 역사적으로 거의 없는 것 같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만큼이라도 야권의 정치적 공세에 휘둘리지 말고 철저한 원인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 제대로 외양간을 고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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