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가지 않은 길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가지 않은 길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2.12.0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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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대표작 가운데 ‘가지 않은 길’이란 시가 있다.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시는 그가 실의에 빠져 있던 20대 중반에 썼다. 당시 문단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했고 여러 대학을 옮겨가며 공부를 했으나 학위를 받지 못한데다 기관지염까지 걸려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집 앞에서 숲속으로 이어지는 두 갈래 길을 보고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이 시를 쓴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스트는 ‘어느 한쪽 길을 선택하던 그 길을 들어선 순간 결코 되돌아올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선택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게 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어느 길을 선택하던 자신이 만든 결과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그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올해도 이제 3주일만 지나면 새해가 열린다. 임인년 지난 한 해는 대선을 통해 정부가 바뀌면서 정국은 전임 정부의 정치행위에 대한 정리 작업과 이에 대항하는 야권의 반발에 날 선 날들로 한 해를 지고 새웠다. 코로나19도 엔데믹을 향해 서서히 진화하고 있지만, 전 세계가 그동안 치른 병치레의 후유증으로 넘치게 풀린 자금 탓에 또 다른 인플레와 경제난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곡물시장은 요동치고 있고 러시아발 에너지난으로 전 유럽은 겨울 한파에 직면하고 있다. 내년 한 해 우리네 살림살이의 전망은 여전히 오리무중에 암중모색에다 생사결판이 뒤섞인 혼란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는 우선 당장 24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벌어질 내부 권력 다툼을 밑자락으로 외부적으론 치열하게 여론과 선전전이 전개될 것이다. 여권은 총선의 승리를 대선에 이은 보수정권 안착의 마무리로 생각해 온 힘을 쏟아부을 것이고, 야권은 현재의 국회 우위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 이은 건곤일척의 제2차 대첩 전초전이 예정되어 있다.

2022년 12월 현재, 윤석열·이재명 두 정치인의 대접전은 크게 보아 세 군데 전선에서 전개되고 있고 향후 더욱 확전될 전망이다. 우선 첫 번째 전선은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전선이다. 검찰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주변인물 수사 진행을 통해 수사압박의 강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구속된 이재명 주변인물의 법정진술과 폭로발언의 심도와 내용 또한 노출되고 있어 검찰수사의 퍼즐풀이가 과연 이재명을 직접 옥죄게 될지 주목된다. 두 번째 전선은 노동계의 정치적 파업이다. 화물연대파업을 주력으로 모든 노동계에 전개하고 있는 파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일부 이탈대열이 생기면서 추동력이 상실되고 있지만 정부는 이번 기회를 민주노총을 잡을 수 있는 최대의 기회로 삼고 강경대응 일변도의 자세여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세 번째 전선은 국회의석 절대 우위를 배경으로 민주당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노란봉투법과 방송사 사장 선임과정에 시민단체 참여를 내세운 방송법 개정이다. 최종적으로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될 전망이긴 하지만 그 과정이 불러올 국론분열의 혼란상이 두렵다. 가정법이지만 네 번째 전선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전선 형성이다. 해수부 공무원 월북피살사건과 울산 시장 선거 개입에 대한 수사 여부에 따라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도 그렇고 국가도 그렇고 여권이나 야권이나 지난 한 해 가지 않은 길을 걸어왔듯 계묘년 내년 새해가 되면 지금까지 걸어본 일이 없는 새로운 길을 또 걸어야 한다. 그 길에는 간 길과 가지 않은 길, 알고 있는 길과 알려지지 않은 길, 길이 있는 길과 길이 없는 길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두 개의 길을 동시에 걸을 수는 없다. 그리고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결과에 따라 웃을 수도 있고 울 수도 있다. 길을 걷고 나서 후회할 수도 있고 기뻐할 수도 있지만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다만 내년 국운이 늘 바라는 듯 최선의 길이었으며 행운의 길이었으면 하는 게 절실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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