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Beyond the law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Beyond the law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2.12.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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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며칠 전 서울 역삼역 GS타워에 가족 모임이 있어서 들렀다가 지하 1층 벽에 걸린 사진작품이 우연히 눈에 띄었다. 흑백의 사진 작품으로 전체 얼굴 윤곽은 알아볼 수 없으나 얼굴 가운데 부분 즉 뚜렷한 코와 꽉 다문 입술 그리고 불끈 쥔 주먹의 손가락을 클로즈업한 장방형 세로 사진으로 짙은 붉은색 테두리를 하고 있었다. 작품 속 하단부분에 붉은 박스 안에 흰 글씨가 쓰여 있는데 ‘Who is beyond the law?’라는 영어캡션이 들어 있었다. 본래 GS타워 지하는 스트리트 갤러리로 유명한 장소다. 전시를 희망하는 그림이나 사진작가들이 손쉽게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진작가들에게는 구원의 장소 같은 곳이기도 하다. 문제의 사진이 어느 사진작가의 전시 작품인지, 아니면 GS측이 상설로 전시해 놓고 있는 작품인지는 알 수 없으나 ‘Who is beyond the law?’라는 캡션이 유난히 내게 다가왔다.

‘누가 법 밖에 서 있는가?’, ‘누가 법을 넘어 있는가?’, ‘누가 법을 초월한 존재인가?’ 등 해석하기에 따라 우리말 표현은 여러 가지로 달라지겠지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보다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 위치에 있다는 의미가 강한 해석이 타당하리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치외법권’적인 존재는 누구인가? 라는 표현이 가능하겠다. ‘치외법권’이란 법의 효력이 통하지 않는 권역을 의미한다. 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영역이다. 법이란 국가사회가 만들어진 이후 상호 공존과 질서 유지를 위해 국민과 정치권력이 상호합의해서 만들어낸 일종의 사회활동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행동하고 법을 무시하는 행위는 범법 즉 법을 지키지 않는 이른바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 즉 형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절차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이처럼 ‘Beyond the law’ 즉 ‘법을 초월한 행위’를 자주 접하면서 이 나라에 정말 제대로 법치가 살아 있는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가깝게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산업의 근간까지 흔들면서 수 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 화물연대의 집단파업이나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빨리 예산과 법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승객들을 볼모로 출근길 지하철 운행까지 막아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수차례에 걸친 억지 시위를 보면서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받기 위해서 법을 만들어 달라면서, 과연 치외법권적인 행위 즉 관련 시위나 단체 행동법은 무시해도 되는지 정말 이해하기가 힘들다. 자신들이 원하는 법은 중하고 남들을 위해 만든 법은 무시해도 된다는 이율배반적인 행위가 객관적인 설득력과 합리성을 지닐 수는 없는 것이다. 흔히들 공권력은 공평해야 하고 엄정해야 한다고 얘기들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치외법권’적인 행위가 용인되고 용납되는 것은 공권력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2022년을 넘기는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반목과 갈등, 대치와 대립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치권의 상호비방과 지나친 자기주장으로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고 경제상황은 밀려드는 겨울 추위처럼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유동자금은 흐름이 막히고 물가는 오르고 수출은 부진하다.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은 탈법으로 얼룩지고 국가 재정은 적자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정권의 정치행위 가운데 불법이나 탈법으로 진행된 원자력, 태양광, 대장동 등 다양한 적폐현상들이 점차 그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새로 맞이하는 2023년 새해에도 나라는 여전히 이들 초법적인 일탈현상을 정리하는 작업으로 시끄러울 것이다. 2022년보다 반목과 갈등과 대립의 강도가 오히려 더 심해질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한 ‘Beyond the law’ 즉 이들 ‘치외법권’적 행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엄정한 법의 잣대가 더욱 절실한 내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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