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빌라왕’- 탐욕의 끝은 어딘가?
[정용우칼럼] ‘빌라왕’- 탐욕의 끝은 어딘가?
  •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 승인 2023.02.1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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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내가 우리 대학교 부동산학부장직을 맡고 있을 때 이야기다. 어느 날 한 학생이 내게 알려왔다. 졸업생 아무개가 갑작스럽게 죽었다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 학생은 졸업한 후에도 건국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에 다니는 학구파일뿐더러 부동산 관련 사업에 종사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있다고 듣고 있었다. 게다가 동창회 간부로서 열심히 활동해왔기에 항상 내 관심의 대상이었다. 아직 나이도 얼마 되지 않는데 벌써 죽다니... 부랴부랴 건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조문을 하고는 졸업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나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학생이 기획부동산 사업을 하는 회사를 운영했단다. 내가 강의에서 그토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사업영역 중의 하나인 기획부동산을 말이다. 게다가 사인(死因)이 심장마비라는 사실을 전해 듣는 순간 나는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내가 강의에서 자주 이야기하던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가 오버랩되었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 소작농 바흠의 가장 큰 꿈은 자신의 땅을 경작하는 것이다. 그는 아내와 함께 성실하게 살았지만 몇 년 동안 허리끈을 졸라매도 밭 한 뙈기 살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바시키르 인들이 사는 곳에 가면 아주 싼 값에 땅을 많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 되지 않는 가산을 정리해서 바시키르 인들의 마을을 찾아갔다. 그는 그곳 촌장과 땅 매매계약을 하고 벅찬 가슴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1000루블만 내면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걸어서 돌아온 땅을 모두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 해가 질 때까지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땅을 하나도 받을 수 없었다. 뜬눈으로 밤을 샌 바흠은 동이 트자마자 괴나리봇짐을 메고 길을 떠났다. 그런데 바흠은 점심이 지났는데도 반환점을 돌지 못하고 앞으로 계속 전진만 했다. 나아가면 갈수록 더욱 비옥한 땅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바흠이 문득 정신을 차려 하늘을 보니 해가 어느덧 서산을 향해 기울어 가고 있었다. 깜짝 놀란 바흠은 그제야 발걸음을 돌려 출발선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땅을 하나도 얻지 못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은 점점 급해지고 그러면 그럴수록 몸은 더 말을 들지 않았다. 바흠은 지는 해를 바라보며 젖 먹던 힘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해가 서산마루를 막 넘어가려는 순간 가까스로 출발선 위에 가슴을 쥐며 쓰러졌다. 촌장은 넘어진 바흠을 일으켜 세우려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바흠은 이미 피를 토하며 죽어 있었다. 바흠이 숨을 거둔 뒤에 바흠의 하인은 괭이를 들고 바흠의 시신을 묻을 구덩이를 팠다. 그 구덩이의 크기는 바흠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단 2m에 불과했다. - 이 소설은 우리에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욕심을 낸 것이 바흠을 죽게 만든 원인이었다.”고 넌지시 말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욕심은 세상 사람들이 갖게 되는 가장 흔한 감정 중의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욕심을 빼놓고서는 삶을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욕심을 내는 것은 자기 보존의 본능이요 문화창달과 세계창조의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하나의 전제가 따른다. 그 욕심이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되어야 한다는 것.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그 개인은 물론 사회에 엄청난 문제를 야기한다. 욕심을 조절하지 못하여 극단적 탐욕으로 변모되면 인간의 욕심이 자신의 몫 이상을 탐하게 하고, 이것이 화근이 돼 원래 받아야 할 고통보다 더 많은 고통으로 되돌아온다. 급기야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일명 ‘빌라왕’의 경우도 그렇다. 우리는 얼마 전, 수도권에서 1139가구의 빌라·오피스텔을 사들인 ‘빌라왕’ 40대 김씨가 사망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절제 되지 않은 탐욕이 남긴 것은 결국 죽음. 이름답지 않게 그들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인지 모른다. 그들은 지나치게 돈벌이에 집착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하나도 얻지 못하면서 전부를 잃는 것이 탐욕의 셈법. ‘빌라왕’들은 이 막대한 손실의 셈법을 끝내 알지를 못하는 자들이다. 하여 그들은 온갖 수법을 동원하여 불로소득을 극대화하는 데 혈안이 되고, 졸지에 보증금을 떼인 임차인들은 허탈감에 빠지거나 분노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사회가 지속적 안정과 번영을 구가할 리 없고, 그 사회구성원들이 행복과 평안을 누릴 리 없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인간본성론’에서 탐욕을 “사회를 전체적으로 파괴하는” 악덕 중의 악덕이라 규정했는지 모르겠다. 악덕으로부터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우리의 의무. 우리 모두 전세 사기가 근절될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지혜를 모아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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