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슬램덩크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슬램덩크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2.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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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슬램덩크 더 퍼스트’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최근 대 히트를 치고 있다. 과거 90년대 공전의 대히트를 쳤던 ‘슬램덩크’라는 일본만화 시리즈의 애니메이션 복각판으로 일본의 도에이 영화사가 제작, 배포했다. 국내 극장가에서는 아바타2 이후 특별한 히트작이 없는 상황에서 이 영화가 후속 히트를 치면서 국내 영화관객 모객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 300만 이상의 관객이 이 만화영화를 보았다고 하니까 모처럼 만화영화가 그것도 스포츠 만화영화가 상당 기간 한국의 극장가를 휘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추세라면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관객 동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대 이름은’이란 영화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보니 슬램덩크의 바람이 자못 거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90년대 나왔던 만화의 애니메이션이 30년이나 훨씬 지난 지금 시점에 이렇게 큰 히트를 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마도 당시 유, 소년층이면서 슬램덩크의 만화에 푹 빠졌던 현재의 30~40대 연령층이 슬램덩크의 복귀에 진한 향수와 함께 유년시절을 소환하는 추억에 끌려 자신은 물론 2세들과 함께 극장을 찾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슬램덩크의 소문에 이끌려 모처럼 극장을 찾았다. 역시나 40대 전후 젊은 부모들과 함께 초, 중학교 관객이 대부분이었다. 영화가 시작되자 뒷자석 어린 관객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아빠 이 영화 일본영화야?”라는 질문이었다. 순간 지나친 억측일 수도 있겠지만 ‘아하 이 어린 관객은 이 애니메이션이 원작이 일본만화인데다 출판사, 영화사도 모두 일본회사라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지만 또 다른 질문이 문득 떠올랐다. 만일 이 애니메이션이 지난 정부 때 수입되었더라면 상연이라도 제대로 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지난 정부가 앞장서서 추도했던 국내외 정책 가운데 특히 외교정책에서는 친북, 친중에다 반미, 반일이 주된 기조였었다. 그래서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토착왜구’란 표현에다 이순신 장군의 선박 12척까지 소환되는 납득하기 힘든 ‘정신 승리’를 줄곧 내세웠던 경위가 있었던 만큼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 영화관객 동원 1위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쉽기 믿기지 않는다. 금석지감이란 표현이 이럴 때 쓰면 제격이리라는 생각도 든다. 얼마 전에 일본을 다녀온 지인의 얘기는 한술 더 뜬다. 도쿄와 오사카 등지의 식당가와 쇼핑가 상당수 고객이 한국인 관광객이었다고 전한다. 하기야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사이 3달 동안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90만을 헤아렸다고 하니 이른바 보복소비까지 겹쳐 이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반일정서가 눈 녹듯 사라진 모양이다.

일본에 대한 우리의 정서가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니 ‘일의대수(一衣帶水)’정도는 점잖은 표현이고 증오와 복수심, 멸시에 가득한 표현도 여럿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 만큼 두 나라 사이의 인연과 은원, 교류 소통의 역사 관계가 깊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나 숙제가 여전히 많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두 나라 관계를 위정자들이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거나 재창출하기 위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이념적인 편향성에 치중해 ‘아전인수’식으로 ‘억지춘향’을 만들면 결국은 원상회복하고 만다. 최근 슬램덩크 현상이나 일본행 관광객의 급증 현상을 보면서 지난 수년간 ‘토착왜구’라는 단어가 정치현장과 온갖 미디어에 넘쳐나고 있었을 때 국민들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명분삼아 어차피 해외여행은 불가능하니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면서 그저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문화콘텐츠 글로벌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였으리란 생각도 들고……. 원자력 발전량이 원상회복되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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