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맘대로 안 되는 일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맘대로 안 되는 일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2.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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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삼성그룹의 선대 이병철 회장이 생전 세상을 살면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로 세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자식, 두 번째는 골프, 세 번째는 미원이라고 했다. 이병철 회장이 이런 언급을 실제 했는지 사실 여부를 떠나, 맘대로 안 되는 일에 자식이 가장 먼저 거론됐다는 점은 다른 일 보다 그만큼 자식 일에 부모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낙점되었다가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경우도, 본인의 과실보다는 자식의 일로 자신의 입신영달이 발목을 잡혔다는 사실은 단순히 자식이 잘못을 저질러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와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세간의 눈길을 끈다.

정순신 변호사의 경우는, 어쩌면 자식이 저지른 일도 일이지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른바 ‘아빠 찬스’를 본인 스스로가 충분히 활용했다는 점에서 여론과 공분을 더욱 비등하게 하고 사태를 악화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학내 언어폭력이 문제가 되어 학교에서 징계심사 위원회가 열리고 강제 전학조치라는 결정이 나자, 이 결정에 불복해 부모가 나서서 이른바 법적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1차 재심, 2차 재심, 집행정지 신청, 행정소송 3심까지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는 등 말 그대로 동원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모두 동원했지만 대법원에서도 결국 패소하고 말았다는 사실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한다. 재판의 진행과정을 들여다보면 매우 집요한 ‘자식 사랑’의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가해자의 부모가 나서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어떤 의미에서는 ‘조국’이나 ‘최순실’의 딸 사랑도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의 필사적인(?) 부모애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거 학교폭력의 경우, 당한 쪽이나 가한 쪽이나 서로 멀어지고 부딪치는 경우가 없으면 큰 문제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회관계서비스망(SNS)이 대중적인 소통수단이 되고 가해자들의 과거 행적을 폭로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쉬워지면서 이른바 ‘잘 나가던 인생행로’가 뒤틀어지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인기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의 유력 우승 후보가 중도탈락 되거나 퇴출위기에 놓이기도 하고, 넷플릭스의 유명 프로그램 ‘피지컬 100’의 출연자도 3명이나 구설수에 올랐다. 여자배구의 쌍둥이 선수도 그랬고, 유명 프로야구 선수의 국가대표 탈락을 둘러싼 논란도 과거 학교폭력이 원인이었다. 이제는 조금이라도 유명세를 타거나, 이른바 출세를 한다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어느 공포영화의 제목처럼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식의 폭로나 고발이 사실 여부를 떠나 터져 나와 당사자를 개미지옥과 같은 나락에 빠뜨리곤 한다.

이 같은 사태의 배경에는 물론 과거 행적에 대해 반성하지 않은 당사자의 잘못도 분명히 있지만, 부모들의 이른바 빗나간 ‘자식농사’가 원인이 된 경우도 많다. 자식을 굶겨 죽이거나 방치해 숨지게 하는 인면수심의 인성 소유자를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자기 자식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처리방법이다. 자식의 잘못에 대한 치열한 자기반성이나 피해자인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사과 없이 이른바 책임회피와 임기응변식의 대응논리로 사안을 편법으로 문제를 호도하거나 무마하려고 했을 경우, 언제 가는 반드시 꽁꽁 숨겨둔 사실이 드러나고 만다. 이번 정순신 변호사의 사례는 ‘세상에 비밀은 없다’라는 격언을 다시 생각난다. 예나 지금이나 성공한 가문이 되려면 자식들도 반듯하게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부모도 반듯하게 살아야 한다는 덕목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과거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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