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진정한 사과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진정한 사과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3.1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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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실수로 상대방에게 사과해야 하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 사과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자존심이란 존재가 진정한 사과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무리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어떤 형태든 자신의 자존심에 손상이 가는 사과를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서를 바라거나 요청해야 하는 사과는 실로 다양한 형태로 에둘러 표현된다. ‘미안해, 하지만…….’ 이라든지, ‘만약 그랬다면……. 사과하겠다.’ 라든지 ‘실수가 있었다.’는 등 조건부 사과나 책임회피식 표현이 자주 동원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표현하는 ‘미안하다.’ ‘죄송하다.’ ‘유감이다.’ 등의 표현도 완전한 사과의 표시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해서 상대방을 불쾌하게 했는지, 피해를 입혔는지 어떤 잘못을 했는지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진정한 사과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과의 힘>이란 책을 쓴 베벌리 엥겔은 의미 있는 사과에는 3가지 R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3가지 R이란 Regret(유감), Responsibility(책임), Remedy(치유, 보상)이다. 즉 사과를 할 때 상대방에게 불편과 고통, 피해를 주어서 미안하다는 표현을 먼저 한 뒤에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단계를 거쳐 이미 저지른 잘못은 되돌릴 수 없지만 어떤 형태가 되던 보상책이나 재발방지책을 제시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제대로 된 사과의 조건이 성립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다 용서를 청하는 단계에서 상대방이 이를 수락하고 화해를 해준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용서를 구할 수 있다면 진정한 용기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오히려 인생에서 승리자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3R을 이용한 사과의 기술이 개인 간에는 통할지 모르겠지만, 나라간 문제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물론 개인도 사과를 잘못해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국제문제가 되면 해법은 매우 어려워진다. 자칫 수순이 틀어지거나 꼬이면 해결난망이 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최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이 일본의 피고기업 대신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우리 정부의 해결방식을 반대하면서 일본정부와 피고기업의 직접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강제동원 피해당사자들의 요구에 대해 상대방이 못하겠다고 했을 경우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동안 꽉 막혔던 한일 관계에 물꼬를 틀려고 하는 것인데 다시 발목을 잡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들 강제동원 피해자를 비롯해 과거사 피해자들이 원하는 사과방법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개인 한 사람 한 사람 마다 모두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적절한 보상을 한 뒤에 용서를 구하면 동의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거 식민지지배 국가가 피식민지 국가의 국민 개인에게 직접 사과를 한 예는 아직 없다. 일본과 자주 비교되는 독일도 기실은 히틀러의 나치당이 잘못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고,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배상을 하진 않았다. 정치적 도덕적 책임이란 표현만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나름대로 성의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과와 유감 표시만도 지난 83년부터 2018년 아키히토 일왕까지 포함해 일본총리와 왕의 사과가 53번이나 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한일 청구권 협상을 통해 나라가 배상금을 받아 포항제철도 만들고 경부고속도로도 깔았다. 그동안의 경과를 따지자면 우리 정부가 배상금을 받은 만큼, 정부가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 이치에 맞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직접 사과를 받고 보상을 받으면 한과 분이 풀릴지 모르겠지만, 과연 일본을 용서해 줄지는 의문이다. 결국은 개인이 원하는 진정한 사과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일 과거사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 왜? 국가 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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