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 교수의 금융산책] 도대체 인플레이션이 뭐길래
[서영수 교수의 금융산책] 도대체 인플레이션이 뭐길래
  • 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 승인 2023.03.1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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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1971년 미국의 주도로 브레턴우즈 체제가 와해 되면서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금본위제가 달러 본위제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금 대신 달러만 적당히 있으면 돈을 무한정 찍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돈을 교환하는 환율이 중요해졌고, 돈의 가치 척도인 이자율 역시 중요해졌다. 이때부터 돈에 밝은(?) 일부 사람들은 물가 이상의 돈을 굴려야 된다고 깨달았다. 왜냐하면 돈을 많이 벌어도 인플레이션을 방어하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손해였기 때문이었다. 이후부터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다양한 투자수단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인플레이션은 간단히 물가가 지속적이면서 현저하게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상적인 인플레이션은 경기사이클상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으며 그 나라 경제에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 많다. 그런데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은 나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므로 위정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다. 한편, 경기가 불황이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런 특이한 현상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 한다.

물가는 우선적으로 물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자재의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 만약 어떤 이유로 원자재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당연히 물건 개수가 줄어들게 되고 따라서 물가는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원자재 이외의 요인으로 물가가 상승한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중의 통화량이다. 통화량의 많고, 적음으로 인해 물건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화폐가치가 요동친다면 물가 자체의 변동 때보다 훨씬 더 요동을 치게 된다. 심할 경우 통제 불능으로 빠져들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

화폐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은 화폐 증가율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경우에 나타난다. 이는 화폐 증가율만 조절하면 충분히 인플레이션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게 만만치 않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그의 저서 ‘화폐 경제학’에서 인플레이션을 알코올 중독에 비유하였다. 알코올중독자가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숙취와 속이 쓰리면서 다시는 먹지 않겠다고 후회한다.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가 인플레이션 과정에 처음 들어설 때 그 효과는 좋게 보인다. 화폐 증가는 하여튼 소비지출을 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지출이 증가하면서 물가상승 압박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근로자들은 명목임금이 상승하였지만 그에 상응한 화폐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을 알게 되고, 사업가들은 매출이 증가했더라도 생산비가 상승하여 예상했던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된다. 서서히 가격 인상과 소비감소 등 나쁜 효과들이 나타난다. 알코올중독자처럼 화폐 발행을 더욱 늘리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더구나 누구도 화폐 발행 건을 반대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유혹을 물리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인플레이션을 처방하는 방법은 알코올 중독을 처방하는 것과 거의 유사하다. 금주를 결심하는 알코올중독자는 처음에는 거부반응으로 심한 통증을 느끼다가, 점차 마시고 싶은 욕구를 느끼지 않는 행복한 상태로 된다.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이다. 화폐 증가율 감소에 따른 효과로 경기 둔화, 일시적인 실업이 나타나지만, 1∼2년이 지나면 비로소 인플레이션의 진정,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같은 좋은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의든 타의든 돈을 빌려주거나 혹은 빌린다. 또 돈을 이용해서 투자한다. 이럴 때 현명한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고려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방어하지 못하면 돈의 가치가 하락한 만큼 손해나기 때문이다. 만약 전업 투자자라면 최우선으로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 대표적인 헤지수단으로 금, 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들 수 있다. 또 최근 가장 뜨거운 비트코인도 헤지수단이 될 수 있다. 발행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여튼 헤지수단 중 맘에 드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서 물가상승률 이상의 투자수익을 내야 진정한 이익이라 할 수 있다.

노후에 이자로만 생활하는 사람들 역시 인플레이션을 차감한 실질이자율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이자율은 크게 명목이자율과 실질이자율이 있다. 명목이자율은 말 그대로 은행이 약정한 이자율이다. 그런데 고객은 약정이자에서 세금을 제외한 이자를 받는데 여기에다 물가상승률인 인플레이션을 차감해야 진정한 이자인 셈이다. 지금의 세상은 시간이 갈수록 돈이 넘쳐나기 때문에 그냥 놔두면 자연스럽게 돈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을 고려하지 않으면 점차 가지고 있던 경제적인 부가 쪼그라들게 되고 서서히 지금의 생활에서 낙오될 수도 있는 현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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