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조폭 잡던 유명 경찰의 날개 없는 추락
[편집국에서] 조폭 잡던 유명 경찰의 날개 없는 추락
  • 이선효 선임기자
  • 승인 2023.03.2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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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경찰서 이 모 경감 감금‧협박‧무고 수사 받아

조폭 전화로 감금‧협박 현장에 갔다가 조폭 등에 동참
조폭 등이 낸 고소장에 경찰 신분으로 이름도 올려

피해배상에 조폭 등 자기 재산 없어 이 경감 다 부담할 수도
경찰 선을 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
이선효 선임기자
이선효 선임기자

1. 진주경찰서에서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 모 경감은 원래 경남경찰청에서 조폭 잘잡기로 유명한 경찰이었습니다. 조폭 검거 등 경찰 일을 잘한 공로로 국민들에게 크게 봉사했다며 청룡봉사상까지 수상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이 모 경감이 자신이 잡던 조폭과 연루돼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 모 경감이 현직 경찰로는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2. 이 모 경감은 2019년 9월 20일 진주 시내에서 감금‧협박 작업을 하고 있던 진주 조폭으로부터 현장에 나와 달라는 전화를 받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진주 시내에서 활동하는 조폭 두목 A씨와 그 부하들이 진주 시내 모 병원 장례식장을 강탈하려는 목적으로 관련 직원 노 모 씨를 감금‧협박하고 있었습니다. 이 경감은 조폭으로부터 이 자리에 나와 달라는 연락을 받고 직원 2명을 대동하고 갔던 것입니다.

3. 이 사건에 관한 최종 결정이라 할 수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이 판결은 검찰이 상고를 포기해 최종 확정되었음)에 따르면 이 경감은 이 자리에서 조폭들의 행위에 동참한 정도를 넘어 고소장을 대신 써 준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판결문은 이 경감이 이날뿐 아니라 그다음 날도 조폭들의 작업장소를 찾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경감은 아예 팔걷어 부치고 조폭들의 작업을 진두지휘한 셈입니다.

4. 필자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지금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 경감의 동료 경찰관도 이 부분에 대해 필자에게 다음과 같이 얘기했습니다. “백보 양보해서, 조폭을 잡다가 조폭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질 수 있다. 제보를 빙자해 경찰관을 나와달라고 연락하면 모르고 현장에 갈 수도 있다. 그런데 경찰이라면 현장에 가보면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빨리 현장을 벗어나든지, 조폭들을 말리든지 해야 한다. 이 경감의 태도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거다.”라고 말입니다.

5. 그런데 이 경감은 대부분의 경찰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 경감은 그날 자신과 조폭일당이 했던 일이 모두 허위라며 피해자 노 모 씨를 무고죄로 고소하는데 자신의 이름을 함께 올렸습니다. 조폭들이 고소하는 데 현직 경찰 신분으로 동참을 한 것입니다. 참으로 황당한 일입니다. 이 경감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조폭들과 유착됐는지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6. 그런데 이 고소는 완전 무죄가 되어버렸습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이 사건에 대해 피고인 노 모씨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자 당연한 일이겠지만 피해자 노 모 씨는 이 경감을 비롯한 조폭 일당들을 역무고 죄로 고소한 상태입니다. 이 고소와 진정에 따라 현재 경남경찰청 반부패수사부는 이 경감을 비롯한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감금, 협박, 역무고죄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7. 서울중앙지법은 판결문에 “그날 노 모 씨가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이틀에 걸쳐 정 모 씨등의 요구에 따라 진술서를 작성한 것은 사실이고...”라고 명확하게 기술함에 따라 이 경감과 그날 현장에 있었던 조폭 두목 등 6명의 감금‧협박 혐의를 벗어나기 쉽지 않게 됐습니다. 그외에도 파결문은 이 모 경감과 조폭일당의 그날 일과 그 후에 행한 이 경감의 증거인멸 사실들을 깨알같이 복원해 두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가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8. 실제 경남경찰청에서 이 건을 수사하고 있는 담당자는 본지에 새로이 수사한다기 보다는 이미 관련 수사내용과 판결내용이 많아 자료검토와 법률해석이 중요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수사담당자의 말은 이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는 이미 다 확정됐고 법적처리만 남았다는 말로도 들립니다. 

9. 이 경감과 조폭일당으로 인해 피해자 노 모 씨는 억울한 옥살이를 6개월이나 했습니다. 노 모 씨의 옥살이로 본인은 이혼당하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이 피해에 대해 이 경감은 법적인 책임은 별도로 하고 당연히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경감은 언론에 “판결문이 잘못됐다.”라는 등의 황당한 말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정치인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법원의 판결문을 부정하는 경우는 많이 봐 왔습니다. 그러나 사법공무원인 경찰이 법원에서 최종 확정된 판결문이 잘못됐다는 말을 하는 것을 저는 처음 듣습니다. 

10. 이 경감 앞에는 지금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조폭 등과 함께 한 감금‧협박 조사에 역무고 고소까지 이 경감 앞에 놓여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무죄를 받은 피해자 노 모 씨는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날 함께 있었던 6명 중 자신의 이름으로 재산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 경감과 안 모 씨 정도입니다. 이 중 안 모씨는 뇌물공여혐의로 현재 진주검찰에서 수사받고 있습니다. 또 그날 주역이었던 정 모 씨, 조폭 두목과 그 부하 등은 모두 자기 이름으로 재산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모 경감이 혼자서 모든 피해보상을 감당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는 말입니다.

11. 경찰이 업무를 하다 보면 유혹과 회유, 압박을 받을 때가 많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경감처럼 다 그렇게 선을 넘지는 않습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이 경감은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이 잡던 조폭들과 함께 범죄자가 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선을 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입니다. 이 경감도 아마 지금은 내심으로 뼈저린 후회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후회는 늦었고, 그 한 번의 실수는 너무도 치명적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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