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법은 정의인가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법은 정의인가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3.2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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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최근 들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법안 가운데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는 법안이 몇 건 있다. 그리고 이미 통과된 법안 가운데서도 헌법재판소에 해당 법안이 제대로 된 법안인지 따져 묻는 일들도 생겼다. 또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안의 폐해가 심해 그 법이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지 의문이 가는 법들도 거론된다. 심지어는 아직 법안이 법사위원회에서 심의도 되지 않았지만 해당 법안의 문제점을 둘러싸고 여야 양측의 의견 충돌이 심한 법안도 있다. ‘방송법’과 ‘양곡법’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강하고 ‘검수완박법’은 절차과정에 하자가 있음에도 그래도 그 법에 따라 집행한 것은 합법이라는 앞뒤 맞지 않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다 현직 국회의원은 임기 중에 법에 소추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이른바 ‘방탄법’이 두 차례나 발동했다. ‘노랑봉투법’을 둘러싸고는 아직도 한 발자국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법 취지가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흔히들 법은 공평해야 하고 정의로워야 하고 엄정해야 한다고 한다. 교과서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 법을 집행하고 적용하고 법에 따라 사건 사고를 판결하는 과정에서 당초 법을 제정한 취지가 제대로 적용되질 못하고 왜곡되거나 변질되거나 곡해되는 경우를 흔히들 본다. 다시 말해 선의로 작동하지 못하고 악의로 작동되는 경우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과연 ‘법은 정의로운가?’, ‘정의롭지 못한 법도 지켜야 하는가?’, ‘악법도 법이다.’ 등 다양한 의문과 지적이 제기된다. 법이 공평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애초 법을 제정할 때 이미 해당 법을 정의롭지 못한 취지와 의도에서 제정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나 편파적인 취지, 특정 집단 이익이나 특정 이념에 치우치거나 유리하게 추진된 법안일 경우, 설령 법이 제정됐다고 하더라도 의도됐건 그렇지 않았건 해당 법안으로 인해 나중에 피해를 당하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이럴 때 피해를 본 입장에서 제기하는 것이 과연 ‘법은 정의로운가?’라는 명제다.

결과론이지만 앞에서 지적한 몇 가지 법들이 법 제정 당시 충분히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와 문제점에 대한 검토와 개선 등 조정절차 없이 특정 정파나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의석에 따른 힘의 논리에 의해서 추진되고 통과됐기 때문에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검토되고, 헌법재판소에 따지러 가고, 아예 법제정 자체가 공중에 뜨거나 악법이란 여론의 힐난과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대로 이해당사자들의 권리와 권한, 이해득실, 의무와 규정 등을 충분히 반영해 법을 제정하고 조문을 규정했으면 불평등을 당하고 불만이 터지고 부작용이 드러나진 않을 것이다.

정의라는 말의 사전적 풀이는 진리에 맞은 올바른 도리를 뜻한다. 영어로는 justice라고 하는데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모두가 지키도록 강제하는 규범을 의미한다. 서양에서는 정의는 곧 법을 의미한다. 동양적 의미의 정의는 공정 즉 righteousness에 가깝다. 정의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며 이를 포괄하는 중립적인 개념이다. 정의를 바탕으로 세워진 법은 그러나 누구에게는 악법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악이라고 받아들이는 쪽이 적으냐 많으냐가 결국은 정의 즉 법이 정의라는 명제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그런데 그 법을 정하고 추진하는 주체인 국회의원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그 다수의 힘으로 정의를 표방한 부정의를 꾀하고자 한다면 이는 악에 해당된다. 결국 법이 정의라는 명제도 반드시 성립되는 것도 아니면 또 선과 악이란 말도 단순히 정의를 미화화거나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각자의 가치관과 그에 따른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용어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정의는 법이 될 수 있으나, 법이 정의가 아닌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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