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꽃과 꿀벌
[정용우칼럼] 꽃과 꿀벌
  •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 승인 2023.04.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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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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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폭발했다. ‘거멓게 말라 터진 몸뚱이’(박방희 ‘꽃에 집중하다’)에서 벚나무는 올봄도 새 꽃을 피워 올렸다. 잎보다 먼저 피는 봄꽃 중에도 유독 눈부신 벚꽃. 나무 키가 큰 만큼 꽃들의 함성도 높아 가히 즐길 만한 꽃폭죽이다. 25년 전 식재한 2그루의 벚나무로 인해 우리 집 전체가 환하다. 벚꽃이 큰 꽃폭죽이라면 작은 꽃폭죽도 있다. 우리 집 거실 앞에 심어져 있는 3그루의 애기사과나무 꽃이 그렇다. 나무 키는 벚나무만큼 크지 않지만 이 또한 잎이 나기 전에 꽃폭죽을 터뜨린다. 한아름 연분홍 꽃다발을 연상케 한다. 이 꽃들을 나 혼자 보기에는 아까워 우리 가족 단톡방에 사진을 찍어 올린다. 봄기운 만연한 이 봄날에 손주들이 한 번 다녀가기를 기대하면서... 대전에 사는 딸 내외가 나의 기대를 읽었나 보다. 4월 들어 첫 번째 토요일, 손주들과 함께 이곳 시골로 왔다.

꽃의 기운이 천지를 가득 채우는 시절이 되면 꽃만이 꽃이 아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꽃이다. 내 사랑하는 손주 하나하나 다 이 세계의 꽃이다. 사람 꽃들과 함께 화단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을 즐긴다. 벚나무 밑에서 위를 쳐다본다. 만개한 벚꽃이 하늘을 가려 온통 새하얗다. 그리고는 자리를 옮겨 막 피어나기 시작한 수선화, 튤립, 꽃잔디를 살펴본다. 쭈그리고 앉아 꽃잎들을 만져보는 모습이 귀엽다. 그때 꿀벌 한 마리가 날아드니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역시 우리 주인공들의 관심거리는 꽃보다는 동물. 꿀벌을 좋아하길래 애기사과꽃을 보러 간다. 애기사과꽃에는 꿀벌들이 엄청 많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하삐(우리 집에서는 할아버지를 ‘하삐’라고 부름) 집에는 꿀벌이 많다고 좋아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하삐 집에는 꽃이 많기 때문이란다. 꿀벌들이 자기 밥 구하러 오는 거야. 밥 구하면서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니 작년에 하삐에게 따다준 애기사과가 생기는 거야. 내일 우리 다 같이 또 꿀벌에 관해 공부하러 가자.” 아이들은 기분 좋게 고개를 끄떡인다.

다음 날, 우리 가족 모두는 이곳 지수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소재하는 의령으로 향했다. 먼저 의령 읍내에 있는 소바 맛집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의령곤충생태학습관을 방문했다. 주차장에 차가 엄청 많은 것으로 봐서 아이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학습관 안으로 들어갔다. 다양한 곤충 표본은 말할 것도 없고 곤충의 특징이나 생태 특성들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다. 그리고 살아있는 생물들을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잘 꾸며 놨다. 그 외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여러 시설이나 장치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주인공이니 너무 소란스러워 우리 부부는 딸 내외와 손주들을 남겨두고 먼저 학습관 밖으로 나왔다. 학습관 바로 왼쪽편으로는 공원도 아주 예쁘고 넓게 조성되어 있어 다행히 도 그들이 관람을 끝낼 때까지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공원을 산책하는 중에 예쁘게 피어 있는 꽃들에 다가가 본다. 곤충생태학습관을 들러서 그런가. 꿀벌들이 눈에 확 뜨인다. 학습관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꿀벌의 역할’이라는 설명판 글이 떠오른다.

-꿀벌은 식물이 자라고 번성하고 열매를 맺는 것을 돕는다. 생명의 순환을 유지하기 위해 벌들은 꽃가루를 꽃이 피는 식물들 사이에서 옮긴다.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음식은 식물의 수정에 의한다. 만약 지구상에 꿀벌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에 바이러스, 전염병, 살충제 등의 이유로 꿀벌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식물의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역할의 꿀벌이 사라진다면 꿀벌에 의하여 번식하는 많은 식물들이 대를 잇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꿀벌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탓에 아몬드, 사과, 오이 등 재배가 어려워 가격이 점점 올라가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토종 꿀벌은 멸종위기에 처해 사육 토종벌 1만 통 정도만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안에 멸종한다.”라고 말했듯 꿀벌은 지구 생태계를 무사히 돌아가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존재이다. 이에 많은 국가들이 꿀벌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유럽에서는 꿀벌 신경계를 교란시키는 농약 사용을 금지시켰고, 우리나라에서는 ‘도심양봉’을 시작하는 등 꿀벌의 수를 증가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

학습관 설명판 글 내용에 의하면 꿀벌의 세상에서 인간의 간섭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다. 꿀벌이 보내는 경고를 무겁게 인식해야 할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늦었지만 우리 모두 합심하여 꿀벌들이 최적화된 상태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꿀벌이 건강해야 인간도 더 건강해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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