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 교수의 금융산책] 보험은 결코 재테크 수단이 아니다
[서영수 교수의 금융산책] 보험은 결코 재테크 수단이 아니다
  • 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 승인 2023.05.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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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누구든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두 번쯤은 예기치 않은 위험에 빠져 적지 않은 시련을 경험하게 된다. 근데 우리 주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은 예측불가이며, 노출되는 순간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로지 정신적, 물질적인 손해만 입힌다. 이런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장치는 없을까?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태고적부터 사람들은 갖가지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오늘도 누군가는 이러한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무진 애를 쓴다.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위험을 타인에게 이전하거나 서로 공유함으로써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점차 사람들은 어느 정도 예상되는 위험은 미리 대처할 수 있지 않냐 하는 필요성을 느끼고 이의 수단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해서 보험이 탄생되었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위험 발생에 따른 손실규모가 큰 것을 대상으로 한다. 손실이 작은 것은 발생하더라도 개인이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크지 않다. 물론 사소한 것까지도 보장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보험료가 올라간다. 따라서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들만 보험에 들고 손실이 작은 위험은 예비자금을 확보함으로써 스스로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마치 감기를 보험에 들지 않는 것과 같다.

세상의 모든 위험 중에서 보험으로 해결하기 위한 위험은 일정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 번째, 위험조건은 다수의 동질적인 위험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서로 독립적인 위험이 많이 존재해야 보편적인 손실을 예측할 수 있으며, 그에 상응한 보험료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손실발생이 우연적이고 고의성이 없어야 한다. 보험자체가 미래의 우발성에 기초한 보험사고를 담보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연한 사고가 아니면 보험으로서 성립되지가 않는다. 세 번째, 손실은 확정적이고 측정 가능해야 한다. 보험대상이 될 수 있는 손실은 그 발생원인 및 시간과 장소, 손실크기 등을 명확히 식별하고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손실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에는 보험료 산출이 불투명하고 그런 손실을 담보할 보험상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네 번째, 예상하는 손실이 너무 거대하거나 작지 않아야 한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손실 등 손실의 규모가 재난적일 만큼 과도하여 보험회사의 능력으로 도저히 보상할 수 없을 정도의 위험과 너무 작은 위험은 보험회사가 인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체로 보험가입 측면에서 흔히 염두에 두는 일상위험으로 노후생활의 위험, 유족의 생계위험, 질병과 상해의 위험, 그리고 화재와 도난 등 기타위험이 있다. 먼저, 노후생활의 위험은 본인과 부부의 은퇴 후 생활비와 특정시기에 목돈이 들어가는 자녀결혼자금, 교육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달려있다.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보험이외에 저축 또한 필수이다. 따라서 보험가입과 저축수단까지 병행해서 고민해야 한다. 유족의 생계위험은 가장이 조기에 사망하거나 실업 등으로 남은 가족의 생계비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유족의 생계위험은 보험 본연의 존재가치를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명분이다. 그러므로 가장이라면 여하튼 보험을 통하여 대비해야 한다. 질병과 상해의 위험은 질병이나 사고를 당하였을 때 발생하는 고액의 의료비와 부대비용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질병과 상해의 위험은 태어나면서부터 나타나므로 보험은 빨리 가입하는 것이 좋고, 나이가 적을수록 보험료도 저렴해지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위험의 발생가능성이 별로 없는데 보험에 들면 보험료만 낭비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너무 늦게 가입하려다 보면 나이가 많아 보험료가 올라가고, 자칫 보험에 들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화재나 자동차사고, 타인에 대한 보증과 도난으로부터의 손실도 이를 보전할 만큼 여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보험상품은 위험보장을 주기능으로 하며 부수적으로 저축이나 투자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보험을 구입하는 것은 저축이나 투자라기보다는 위험을 보장받기 위한 소비행위에 불과하다. 소비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잔존물의 가치가 감소하지 결코 증가하지는 않는다. 반면, 저축은 오히려 증가한다. 또한 저축은 현재의 소비생활을 억제하고 미래의 소비생활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축은 소비를 억제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이런 맥락에서 보험은 역시 소비이지 저축이 아니다.

우리는 보험을 소비함으로써 미래 예상되는 경제적 손실을 보상받는 것이지, 보험료를 납부하면서 여기에 저축이나 투자개념을 반영하면 오해가 생긴다. 보험은 보험본래의 기능이라 할 수 있는 보장적 기능 즉, 사망, 상해, 화재, 도난 등의 우발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실을 당한 개인이나 기업이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여 경제생활의 안정을 도모한다. 따라서 보험은 그 의미가 저축보다는 보장에 훨씬 치우쳐 있으며 돈을 불리기 위한 투자로서의 기능보다는 순수한 보장기능이 훨씬 더 많다. 다만, 부수적으로 저축기능이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보험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이지, 결코 돈을 벌기 위한 재테크 수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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