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 세상엿보기] 군부대 강의
[김용희의 세상엿보기] 군부대 강의
  • 김용희 시인·수필가
  • 승인 2023.05.1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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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시인·수필가

새벽기상, 5월 아키시아 향기가 아직도 산 골에 퍼지는 날, 화천 사창리 15사단 병사들 200명 왼종일 교육을 해 달랜다. 일전에 춘천학습관에 강사 신고했더니 갑작스레 그것도 무료요청이다.

그래 군인아이들한테 한 마디라도 전할 수 있으면 어디든 가지... 포천고속도로를 따라 산길을 간다. 백운계곡, 백운산 고개를 넘으니 사내면 사창리, 도로는 거칠고 중간중간 공사 중이다. 꼬불꼬불 2시간. 아직 이른 아침, 여기에도 삶들은 계속된다. 해도 나름 도로도 개천도 말끔히 정리되어 있다. 여분의 1시간 반을 아침 햇살을 받으며 동네를 산책해본다.

놓쳐버린 시간들이 저멀리 아스라이 멀어진 향수들이 그저 산재해 있는 동네를 돌아본다. 시간이 가까워 부대를 찾는다. 그런데 네비가 가르키는 곳이 어디 길도 없는 산속이다. 당황해서 두어 바퀴를 돌았다. 담당자 소위 인사장교라는 친구에게 전화했다. 어째 좀 매끄럽지 못하고 서툴다. 어찌어찌해서 해당 부대를 찾아 위병소를 들어선다. 보초병이 이것저것 묻는다. “왜 왔느냐?” 좀 짜증이 인다. 재능기부라면서 이런 대우가? 위병소 연락도 안해뒀다니... 여하튼...

안내받아 간 교육장에는 백오십여 병사들이 앉아 있다. 그래 너희들도 국방의무를 다하려고 지금 시간을 보내는 중이겠지. 그래 산다는 건 그렇게 늘 부족한 갈증이더라. 그럼에도 너네들에게 해 줄 말이 있다. 삶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를, 그리고 왜 내가 나의 주인으로 살아내야 하는지를. 뭐가 진짜 중요한 것인지를, 먼저 산 선배로서 들을 녀석들은 들어보렴... 한반도의 역사, 예수의 오심... 이것저것 섞어서 3시간 강의, 오전 강의 끝나고 병영식당이란 곳에서 군인들과 식사를 한다.

키 크고 멀건 담당자 원광대 ROTC라는데 만기전역 할거란다. 부대장 대대장과 잠시 인사를 나누고 담당소위와 같이 식판을 들고 뷔페식 식사를 담는다. 돈까스, 닭튀김, 오곡밥, 카레, 야채샐러드, 수프... 도대체 이게 호텔식이다. 우유 한 팩도 선택적으로 준비되었다. 요즘 군대라니 식사도 맛이 짠밥이 아니다. 양껏 담는다. 욕심을 부려본다. 결국 반도 못먹고 식기 반납, 식기세척도 이젠 자동이다.

담당자 PX서 사준 칸타타 커피하나 받아서 그늘에 앉는다. 대대장이 잠시 보잔단다. 안내받아 갔더니 40대 중반 중령. 일상의 얘기 나누고 인문학 얘들에게 진로 선택에 도움이라도 되길바란다는 부대장 말에 다소 진심이 배어 나온다.

오후 수업 3시간 하루 6시간을 서서 강의라니... 그래 안타까움이 있다. 너희들 시점에서 중요한 것들이 뭔지, 그 시절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지나고 보면 다시 되돌아 봐지는 짙은 아쉬움과 갈증들이 뭔지... 산다는 건 어차피 레일 위를 달리는 것, 텅 빈 간이역을 지나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하는지를. 조국이 뭐며 자유가 무엇이며 그런 얘기 그만두고, 이런 저런 것 얘기 하다보니 듣는 녀석들만 몇 눈을 깜박인다. 그래 어차피 보내야 하는 시간이니... 와 있는 너희들이지만 해도 인생 선배는 안타까움이란 게 있단다. 가져간 볼펜 나눠주고 학교서 보내온 카달로그로 사이버대 잠깐 소개하고... 기념우산도 두어개 건네고... 뭐 그렇게 오후 강의도 끝났다.

돌아오는 길에 허기가 지고 피로가 겹친다. 제법 긴 길을 늘려지는 노랫가사를 들으며 다시 도착한다. 나른하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갔다. 저녁은 동네 부대찌개. 뜨거운 국물이 갈증과 허기를 다소 달랜다. 또 내일이 오겠지. 밤이 지나면... 케이블티비 로빈훗이란 영화, 글래디에이터 팀이다. 설정이 좀 무리다. 밤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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