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 세상엿보기] 제2의 인문학 시대가 온다
[김용희의 세상엿보기] 제2의 인문학 시대가 온다
  • 김용희 시인·수필가
  • 승인 2023.05.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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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시인·수필가
김용희 시인·수필가

메가트랜드! 다른 세상이 오고 있다. 이미 왔다. 생명공학의 발전, 인공지능의 탄생, 패권전쟁, 기후재난... 지능형 로봇이 기존의 화이트칼라 즉 의사, 변호사, 약사, 기자까지 교체해 버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완전히 교체되지는 않아도 그것을 활용하는 능력이 없으면 지식산업 종사자도 이제 적응하기 힘든 세상이 오고 있다.

가공할 무기의 생산으로 인류생존이 위협받고 기상이변은 해가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후기 산업시대를 거쳐 AI의 출현은 인간은 도대체 누구인가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한다. 인간의 뇌도 전기자극에 반응하는 단순한 생체시스템인가? 그렇다면 AI와 인간의 차이는?

사이버세상의 또 하나의 문제는 분리와 해체현상이다. 1인가구 비율이 1/3에 달하고 개인 간의 접촉도 스넥 컨텍트다. 스치며 지나는 가벼운 만남이다. 가볍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질 환경이 되지 않아 각 개체의 소외는 극대화된다. OTT의 일반화, 다양한 컨텐츠의 무제한적 공급, 그것들은 수시로 이목을 붙잡고 혼란스럽게 하여 깊은 사유의 늪에 빠질 기회를 앗아간다. 노인인구의 증가와 연장된 생명은 노인 소외와 노년의 고독도 사회적 문제로 확대시킨다.

고대사회에는 자연을 극복하기 위해서 생존하기 위해서, 중세에는 신에 대한 경외와 교감의 추구로, 산업화 시대에는 개인재량권의 무한 요구로, 어떤 이유에서 건 인간은 생존과 나름 번영의 문제에 몰입하여 삶에 대한 자세는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측면에서는 다소 자유로워졌으나 이제는 사이버상의 만남과 AI의 인간역할의 대체로 인간은 스스로 만든 기계적 문명에 의해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예상치 못하는 상황이 전개됨으로서 인간은 다시 스스로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되어간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렇다면 인간은 누구인가?

과거에는 차라리 인간소외 문제가 적었으나 지금은 생존의 절박성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지만 인간 개체는 오히려 각자 서로 분리 고립되는 피상성의 상황에서 다시 인간은 소외 앞에 선 것이다.

인간이란 생물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뇌는 단순 무식하게 전기적 자극에 반응하는 생체시스템일 뿐이라거나, 인간자율의지 실험에서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식적 선택 이전에 이미 선택이 이루어지고 있다거나, 혹은 프로이드의 진단처럼 의식의 밑바닥에 있는 잠재의식인 이드(ID)의 영향하에 벗어나지 못한 다거나, 혹은 도킨스의 진단대로 인간은 생체로봇일 뿐이라든가... 그렇다면 과연 인간은 누구인가?

따라서 지금 이 시대에 다시 인문학이 요구되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삶의 이유’를 다시 점검하고 정립하고 찾아야 한다. 1, 2차 세계대전 후 나타난 인간존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인 실존주의적 도전이 다시 제2의 실존적 질문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생명의 무가치성에 근거한 질문이 실존철학을 만들어 냈다면 이제는 환경과 기계로부터 밀려난 인간의 입지가 다시 인간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은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인문학! 그건 그래서 지금 관심 가져야 하고 총체적 담론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급변하는 환경을 돌아보고 그동안 인류가 쌓아왔던 질문의 힘인 문학과, 삶의 기록에서 얻는 지혜인 역사와 인간 이성이 파고 들었던 궁극했던 이성적 사유를, 그리고 그 절대적 이성의 한계와 의미를, 그러나 끝내 포기하거나 놔버릴수 없는 인간의 존엄에 대한 질문과 담론을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기후위기, 패권전쟁, 인간소외... 파멸로 치닫고 있는지도 모를 이 아름다운 별의 지배자인 인간, 그들은 지금 소중한 기회를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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