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주 장애아동학대사건, 공조수사 왜 늦어졌나
[기자수첩] 진주 장애아동학대사건, 공조수사 왜 늦어졌나
  • 이기암 기자
  • 승인 2023.05.25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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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는 경찰이 공조수사 요청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나

지역의 한 변호사 “아동학대사건, 방대하면 수사 기간 그만큼 길어져”
“사건 방대하면 주 가담자들 먼저 특정 후, 사건의 중대성 빨리 알릴 필요 있어”

진주의 한 장애어린이집에서 약 두 달 여 동안 510여 차례의 학대사건이 발생해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경상남도 여성청소년대상 범죄수사대는 지난해 6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 두 달여 동안의 CCTV를 분석한 결과 A어린이집 원생 32명 가운데 15명에 대한 학대 정황을 포착했다. 학대를 가장 많이 당한 아이는 240여 차례나 당했고, 나머지 아이들 역시 많게는 수십여 건의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짧은 기간에 다수의 보육교사로부터 510여 차례의 학대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첫 아이의 학대사실이 접수된 후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야 진주시가 어린이집 전수조사에 들어갔다는 점을 두고 시의 대처가 너무 늦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25일 진주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신종우 진주부시장도 “경찰이 CCTV 확인과정에서 우리시와 공조하자고 연락온 것이 (첫 고소시점으로부터 4개월 가량이 지난) 12월 8일이었다”며 “시에서 좀 더 일찍 다수의 아동학대판정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결국 이 사건은 진주시가 경찰의 공조수사 요청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14명의 아이들은 여전히 다수의 교사들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었다는 점에서 사건처리 과정에 허점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진주시는 경찰이 작년 12월이 돼서야 공조수사 요청을 했고 CCTV 영상 사본을 넘겨받았다고 했는데, 다수 아동의 학대사실을 확인하고 어린이집 전체 전수조사에 들어간 2월까지(첫 고소시점으로부터 6개월이 넘는 시점) 두 달이나 넘는 시간이 걸렸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약 80여일 동안 510여차례 학대사례가 발생했다면 하루에 평균 6.37건이고 산술적으로 봤을 때 2주 일치만 검색해도 90건에 해당한다. 진주시가 CCTV를 전략적·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사안의 중대성을 빨리 인지했다면, 어린이집 행정처분과 분리조치를 좀 더 빨리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24일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이하 진주같이), 진주여성민우회, (사)진주참여연대 등 6개 시민단체도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아동 학대 어린이집 방치한 진주시는 각성하고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제영 진주같이 운영위원은 두 달동안 장애아동 500차례 학대가 있었음에도 행정처분 없이 운영이 돼 왔다며 가해교사 뿐만 아니라 수개월동안 학대사실을 방관한 비가해교사까지도 공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곧 해당 어린이집 자체가 하나의 큰 아동학대 범죄집단이라는 목소리로 들린다.

같은 날 오후에 열린 신종우 부시장과 진주시 아동보육과장의 아동학대 방지대책 브리핑이 끝나고 복도에서는 피해학부모들이 아동보육과장의 길을 가로 막으면서 “법과 원칙만 따져서 이렇게 시의 대처가 늦어진 것 아니냐”며 따지기도 했다.

이 사건과 관련, 지역의 한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은 기관에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CCTV를 수거해 영상을 분석하는데 보통 CCTV의 시간과 양이 방대한 경우가 많고, 모두 분석하기엔 시간이 오래걸린다”며 “사건을 빨리 파악하고 피의자들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2주 정도의 특정 기간을 정해 집중적으로 분석한 후, 산술적으로 아동학대 평균치를 집계하는 등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의 건수를 많이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형이 아동학대 건수만큼 크게 비례하진 않는다”며 “아동학대의 정도와 태양이 다양한 만큼 머리를 끌어챈다거나, 밥을 억지로 먹인다거나, 배를 발로 밟는 등 4~5차례의 학대사실만 밝혀져도 교사는 집행유예와 자격정지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학부모들이 고소를 할 때도 한 번에 많은 교사들을 고소하면 수사기간도 오래걸릴 뿐더러 검찰에서 공소장을 작성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걸리기 때문에, 주 가담자 2~3명만 일단 고소한 후 사건이 중대하다는 점을 빠르게 알리고 주 가담자를 먼저 처벌받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게 처벌을 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관계가 빠르게 파악되고 범죄사실이 입증이 돼야 어린이집 행정처분이라든지, 아이들의 분리조치도 빨리 이뤄지기 때문에 2차 피해는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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