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남을 위해 주의하는 시대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남을 위해 주의하는 시대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6.0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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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지난달 19일 새벽 대전~통영 고속도로 하행선에서 함양휴게소를 2킬로미터 정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지난 2주 정도 대학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았다. 늑골에 금이 가고 입술 부위가 일부 찢어져서 접합수술을 하는 한편, 안전벨트가 접촉된 신체부위에는 타박, 찰과상, 혈종 등이 겹쳐 상당기간 치료를 받았다. 평생 처음 당한 교통사고로 지금도 사고 당시를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고, 왜 사고가 났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크다. 사고 당시의 상황을 블랙박스에 녹화된 동영상을 확인해본 결과, 2차선을 달리고 있다가 앞차가 갑자기 천천히 달리기에 무심코 1차선으로 진입했는데 1차선에 고라니를 치었다는 대형 승합차가 떡 버티고 정차해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아무런 사전 인지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차선변경을 한 순간 앞차의 존재 유무도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방비 상태로 순식간에 충돌하고 말았다.

심야 가로등도 없고 하이 빔도 켜지 못한 상황에서 2차선에서 앞 차만 보고 달리다 1차선에 멈추어 서있는 차량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구체적인 책임 소재는 쌍방이 가입해 있는 보험회사가 전문적으로 사고현장 조사와 사고당시 상황 등을 분석해 보상과 배상관련 부분은 처리하겠지만 종합병원에 입원해 있던 보름 동안 자신과 같은 교통사고 환자를 비롯해 다양한 생활안전 사고로 평생 불구가 되거나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을 볼 수 있었다. 어떤 환자는 저녁 먹고 집 앞에 산보 나갔다가 뱀에게 물려 입원한 경우도 있었고, 어떤 환자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헤딩을 잘못해 코가 골절돼 며칠간 치료를 받았다. 또 어떤 이는 경운기를 운전하다 전복사고가 나면서 한쪽 팔을 잃었고 또 어떤 이는 부인이 운전해 후진하는 포터트럭에 치어 허리, 다리 부상으로 병실에 들어왔다. 안타까운 경우는 동네 공사장 타일 작업을 마치고 귀가 길에 뒤에서 달려온 덤프트럭에 치여 전신이 마비되는 정도의 중상으로 장기간 입원하고 있는 환자도 보았다. 사고를 낸 덤프 트럭운전자는 자신의 차량도 아니고 대인 보험도 제대로 들지 않았다고 했다.

종합병원 응급병동 입원실에 실려 들어오는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은 생활 안전사고의 피해자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이들 환자들은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직접적인 부주의나 실수도 있겠지만 상당수가 본인의 귀책사유와 상관없이 타인의 부주의나 실수, 아니면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외부적 원인과 이유로 해서 피해를 당한 경우가 많았다. 본인이 아무리 주의를 해도 잠시 방심하는 순간, 아니면 본인의 주의와는 상관없는 외부충격에 의해 어떻게 피할 수도 없는 부지불식간에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생활 안전사고란 일상적인 평범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생활주변에는 언제 어떻게 어떤 연유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고를 당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늘 주의하고 조심하고 예방한다고 해서 일어 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면 가장 최상이겠지만 예방이나 주의를 아무리 철저하게 한다고 해서 사고를 피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응급병동에서 입원하는 동안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전사고를 줄이는 대책으로 피해 당사자의 주의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안전사고 원인에 당사자의 부주의 보다는 가해자의 부주의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만 주의해야 할 것이 아니라 나의 부주의가 남을 해칠 수 있다는 인식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가져야 할 필요성이 매우 요구된다. 이제는 나만을 위해 주의하는 시대가 아닌 남을 위해 주의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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