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칼럼] 차이나타운의 힘 - ○○幇
[오규열칼럼] 차이나타운의 힘 - ○○幇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5.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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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중국인들이 모여 사는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거의 대부분의 차이나타운은 입구에 거대한 중국식 대문이 서 있고 중국음식점을 비롯한 작은 상점들이 즐비하다. 나라마다 화교들의 영향력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에서 화교들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동남아지역 차이나타운은 그 힘이 막강하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에 형성된 차이나타운이 국가로 발전된 최고의 차이나타운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무엇이 차이나타운에 한나라의 경제를 좌우하는 힘을 갖게 해준 것일까?

중국인들은 해외에 정착하면 우리와 같은 향우회를 조직한다. 서울에 가면 진주향우회가 있듯이 동남아에 가면 ○○幇이 있다. 幇의 중국어 뜻은 서로 돕는다는 의미이다. 타지에 나온 동향의 사람들끼리 상호부조의 조직을 만든 것이다. 물론 한국인들도 미국에 재미한인회를 만들어 우의를 다진다. 그렇지만 향우회와 幇은 상호부조의 의미에서 겉모양은 같아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조직 운영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중국인들은 한 지역에 자리를 잡으면 고향에 어려운 친지나 후배들을 불러 자신이 일군 사업을 밑바닥부터 가르친다. 그리고 그 후배가 독립할 정도로 성장하면 자본금을 대주고 자신의 업종과 중복되지 않으면서 상호 도울 수 있는 업종으로 분가시킨다. 예를 들어 식당을 하는 선배가 있다면 후배에게는 식자재 상점을 열게 해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시킨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후배가 오면 두 선배는 자신의 여건에 따라 자본금을 각출하여 식자재를 생산하는 업종을 만들어 독립시킨다. 이러한 관계가 성숙된 것이 ○○幇이다. 그리고 이러한 幇들이 모여 차이나타운을 형성한다. 결국 ○○幇은 각각 독립된 상점을 운영하는 화교들의 친목단체로 보이지만, 실제는 자본금을 서로 출자한 계열사 관계이다. 幇이 형성되면 공동구매와 공동판매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위험을 분산한다. 그렇다면 이 규율을 따르지 않고 배신한 후배는 없을까? 물론 화교들도 인간이기에 ○○幇을 이탈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러나 모두가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로 배신을 한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그 나라의 차이나타운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처절한 조직의 복수가 따르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농업네트워크 일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태국을 다녀왔다. 3국의 지방정부 관계자들과 업무협의를 한 후, 농산물 생산과 가공, 유통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대부분 화교였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닭고기와 달걀 가격은 ○○幇에서 결정한다고 들었다. 무슬림이 대부분이어서 닭고기 소비가 압도적인 인도네시아에서 양계와 닭고기 그리고 달걀의 유통, 사료업 모두 ○○幇이 장악한 것이다. 아마 이들도 처음에는 한 중국인이 양계를 시작했을 것이고 그 후배가 닭고기 유통을 그리고 다른 후배가 달걀 유통을 하며 ○○幇을 성장시켰을 것이다.

어떤 나라이든 화교는 그 나라에서 소수민족이다. 소수인 화교가 힘을 가지고 생명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상호출자와 업종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스스로 힘을 길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중국경제가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본토와 해외 화교의 끈끈한 유대를 통해서였다. 거대한 중국 옆에서 한국도 강인한 생명력을 이어왔다. 분명 우리가 가진 장점도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장점은 잘 살리면서 해외 동포들과 본국과의 네트워크가 잘 유지되고 있는지 화교들의 ○○幇 구조에서 배울 것은 없는지 살펴볼 시점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수출이 경제를 좌우하는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지방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중국인들의 상호출자와 업종의 유기적 결합에서 찾을 수 있는 지혜는 없는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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