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 세상엿보기] 양평 유감
[김용희의 세상엿보기] 양평 유감
  • 김용희 시인·수필가
  • 승인 2023.07.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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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시인·수필가
김용희 시인·수필가

2002년 월드컵이 4강에 오르던 때 국민들은 잠시 꿈의 세상을 살았다. 월드컵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서서히 고조되어 어쩌면 어떤 종류의 집단 황홀상태가 되는 경험을 했었다. 그리고 월드컵이 끝난 후 사람들은 잠시 공허의 상태가 되었었다.

그 해 양평에 주말주택을 구입했다. 도시생활에 지친 상태에서 당시에는 저렴한 주택을 주말주택용으로 빚을 내어 구입했다. 그리고 약 20년 동안 양평을 오갔다. 양평은 참으로 아름다움 고을이다. 수도권에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개발이 제한된 탓에 우사나 공장설립 허가되지 않다. 때문에 지가는 별로 오르지 않는 양평주민으로서의 불이익은 있을지 모르지만 덕분에 양평은 수도권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고을로 남을 수 있었다. 달밤 별빛이 내린 대문 밖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불멍이 빠지면 두어시간 쯤은 언제 훌쩍 지나갔는지 모를 삼매를 경험하던 기억들도 생생하다. 양평 댐이 만들어 내는 호수같은 강에 낙조가지면 그 아름다움은 형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양평에는 시인 수필가 예술가들이 많이 산다.

이런 양평에 어느 날부터 아파트가 한 두 동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로마, 파리, 런던, 피렌체... 서양의 도시들은 어디든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고 있고 도시 자체가 하나의 역사와 낭만과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도시는 어떤가? 백색의 시멘트 공장 같은 도시, 이런 도시에서 문화와 역사와 낭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백색의 시멘트 건물, 양평이 백색도시도 개발되면서 마지막 남은 수도권의 휴식공간이자 친화적인 자연경관이 사라지는 듯한 안타까움을 금하기 어렵다.

10여 년 전 아파트 단지로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양평역에서도 꽤 거리가 먼 산 밑 넓은 들판 귀퉁이에 대단지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었다. 어떻게 저기에 아파트를 지을까.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아파트 단지가 요즘 회자되는 100억의 수익을 거두고도 개발부담금은 전혀 부과되지 않는 아파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토개발계획 도시개발계획은 한번 진행되면 불가역적이다.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도시계획이요 도시개발이다. 요즈음은 나름 자연과 환경이 어우러지는 도시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어디 수십 층의 아파트가 밀집하여 하늘공간이 열리지 않는 도시가 4층 이하의 고풍스런 유럽도시들과 비교될 수 있을까? 자연이 사라진 공간, 산과 강이 고층건물에 밀려난 공간도시... 오로지 주거기능으로서의 도시만 강조되고 개발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의 확대재생산만이 관심가져지는 세태, 주택이 주거환경이 개발이익을 내어주는 상품으로서의 기능만 강조되다 보니 인간이 소외되고 자연이 소외되고 그 결과 우리들의 후손들이 살아가고 누려야할 공간이 파괴된다.

수도권의 도시 하나쯤은 아파트를 걷어내고 한국의 미를 살린 저원풍의 주택으로만 개발될 수는 없을까? 도시인들이 감각적으로만 몰려가는 도시공간에서 피폐된 정서와 감정을 위로받고 위안 받을 공간으로서의 도시는 불가능할까. 양평은 아직도 농지들이 많고 그리고 흑천 주변으로는 여름날에는 반딧불이 날아다닌다. 양평 20년 삶을 정리하고 지금은 서울로 귀환했지만 아직도 양평이 좋아서 주 한 번씩 평생교육강사로 양평을 오간다.

이런 공간이 요즈음 가장 핫한 곳이 되었다. 양평 서울송파 간 고속도로 원안이 어떻고 변경안이 어떻고 백지화가 어떻고.., 자본으로만 몰려가는 이 세태가 참으로 암울하고 우울하다. 왜 우리는 북유럽의 아름다운 도시 하나쯤도 만들어 내지 못할까. 왜 소득의 70%를 연금으로 납부하고도 아까워하지 않는 공동체 삶을, 자본보다 삶이 먼저인 나라를 만들지 못할까. 왜 돈과 권력만이 의심없는 유일한 가치가 되어갈까.

신이 인간에게 욕망과 지능을 준 것은 어느 순간에는 자멸로 가도록 만든 시한폭탄 같은 장치 였던 것일까. 아니면 서로 도우며 협력하며 양보하며 화합하며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라고 준 선물일까? 역사는 인간세상은 끝없이 집단 간 파벌을 만들어 경쟁하며 지배욕망을 제어장치 없이 발달시켜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지능의 발달은 핵이라는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역할자로서 기능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인간 지능은 지구파괴의 인자로 진행되어왔다. 환경재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우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부와 권력 그것들이 가져다 준 계층화, 위화감, 절망감, 양평의 논란을 바라보며 우린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으며 어디로 의심없이 가고 있는지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봐야할 때다. 인류에게 할애된 자성과 반성의 시간들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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