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 교수의 금융산책] 일반투자자의 리스크관리 감각은 무딜 수밖에 없었다
[서영수 교수의 금융산책] 일반투자자의 리스크관리 감각은 무딜 수밖에 없었다
  • 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 승인 2023.07.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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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어떤 투자를 고려할 때 사전에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를 꼼꼼하게 따지거나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다분하다. 어디에 어떠한 리스크가 있는지 정확하게 모르거나 알아도 굳이 리스크를 고려할 이유가 없다고 속단한다. 어쩌면 노출된 리스크가 별것 아니라고 간주할지도 모른다. 살펴보니 투자자들의 리스크관리 감각이 무딜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첫째가 사회경제적인 환경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스크가 무엇이고 리스크관리를 왜 하는지조차도 몰랐다. 심지어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조차도 특별한 리스크관리 기법 없이 기존의 경영방식을 유지했다. 그 당시 대부분 투자하면 기대한 만큼 이익이 났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영환경이 리스크관리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방치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개발도상국치고는 상당히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매년 수출이 증가하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는 지속 상승하였고 덩달아 나라 전체의 경제도 튼튼해졌다. 상승 무드는 70년대, 80년대, 90년대 중반까지 지속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노출된 리스크를 인식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다. 또한 일반투자자들도 전통적인 유교관이 형성된 가족체제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에 가장은 성실하게 일하면서 일정금액을 저축하고 이후 집을 구입, 자녀를 양육하고 노후에는 자식에게 의지하는 것이 인생의 흐름이었다. 또한 투자행태도 주로 은행을 통한 정기적금이나 정기예금 위주의 자산증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충분히 기대수익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굳이 또 다른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투자를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모든 금융사고의 체계가 뒤죽박죽되어버렸다. 금융기관, 특히 은행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고정관념이 무너지면서 투자에 관한 기본원칙도 무너진 것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대표적인 실물자산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생각도 흔들렸다. 가만히 앉아서는 기대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경험 많은 투자자들은 더 나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다소 무리한 포트폴리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점차 금융상품에 내재된 리스크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IMF로 인해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우리나라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그 대가로 부실기관 정리와 금융선진제도 도입, 특히 리스크관리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요구하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에 부합되는 리스크관리시스템을 도입하였다. 감독당국도 그때부터 리스크관리 위주의 감독체제로 변하였다. 덩달아 일반 투자자들도 리스크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가 촉발되면서 본격적으로 전 세계 모든 금융투자자에게 전파되었다.

두 번째, 투자할 때 나타나는 심리적인 습관이다. 리스크관리 입장에서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심리적인 요인이다. 리스크관리는 미래의 불확실한 기대수익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미래의 저축이나 이익보다는 현실에서의 소비나 이익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시간선호 현상이라 하며 불확실한 미래의 이익이나 효용보다는 당장의 현실에서 느끼는 이익이나 보상에 우선시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현상은 투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발견되는데 대표적으로 저축과 소비를 들 수 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통상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미래의 소비재원, 즉 저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며, 가까운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끼게 되면 저축을 멈추고 그 대신 현재의 소비를 늘리는 시간선호가 급상승하게 된다고 한다. 결국 리스크관리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것인데 이런 시간선호 현상으로 인해 리스크관리의 필요성을 금새 잊어버린다. 흔히들 예상하지 않았던 이익을 눈앞에 보게 되면 당초에 계획했던 의지가 무너지게 된다. 즉 미래의 이익보다는 당장의 이익에 우선시 하게 되는데 이는 눈에 보이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쉽고 또한 대가도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시간선호로 인한 근시안적인 의사결정은 최종적으로 손실을 가져올 개연성이 높다.

다음으로 중요한 심리 현상이 낙관주의 편향이다. 사람들마다 성격유형은 각양각색이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미래를 낙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특히 투자행위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현상 때문에 투자자는 다른 투자자보다는 리스크에 덜 노출됐다고 합리화하거나 단순히 긍정적으로 시장을 바라보게 된다. 또한 이러한 편향은 초보자들을 쉽게 투자 시장에 참여하도록 유혹한다. 이들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중요 정보나 증권시장에 떠도는 루머, 작전 투기세력의 회유, 펀드매니저의 상담이나 관련 보고서를 통하여 쉽게 투자를 결정하곤 한다. 투자시 요구되는 최소한의 전제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이용한 기초여건 분석이다. 물론 이러한 분석은 애널리스트들이 보다 전문적으로 수행한다. 그러나 그들은 궁극적으로 회사에 종속되어 있는 신분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검증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분석 자료를 보면서 가능하면 부정적 정보를 무시하고 투자자 자신의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재해석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합리화함으로써 투자자의 감정이나 성격이 낙관적이고 근면 성실하게 열심히 투자하다 보면 대부분 성공할 것이라 판단하고,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다른 명분을 만들어 투자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목격되는 현상 중의 하나이다. 엄밀히 말하면 투자세계에서는 사람의 좋고 나쁨은 문제시 되지 않는다.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또한 눈에 띄는 심리현상이 바로 군중심리이다. 군중심리는 심리학적 용어로 ‘동조현상’이라 하는데 금융시장의 역사를 살펴보면 군중심리에 편승한 다양한 투자 열풍이 되풀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980년대 중반 부동산투자 열풍, 2000년대 초반 IT닷컴주 열풍, 2003년부터 시작된 펀드 열풍, 2010년대 가상자산 광풍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돌아보면 상식 이하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비이성적 사태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군중심리 때문이다. 투자시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투자자 자신의 심리를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아울러 투자집단의 심리변화가 투자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한다면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항상 유리하게 가져갈 수가 있다.

세 번째, 리스크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데 있다. 흔히들 리스크라 하면 무조건 피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또한 리스크를 너무 추상적인 의미로 사용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멀리 있다고 느낀다. 그럴 만도 한 것은 리스크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다루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당장의 불확실성을 직시하지, 미래까지 내다보려고 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확실하고 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리스크의 정확한 의미만 알아도 투자의 세계가 그리 녹녹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투자하기 전에 직간접적으로 사전지식을 습득하거나 해당 정보를 얻어 최선의 수익을 내고자 노력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이 실패하는 이유는 투자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인 수익과 리스크가 함께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에 앞서 좀 더 객관적으로 노출된 리스크를 파악하고 분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리스크를 제대로 알려주는 매체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금융에 관한 이론서나 대부분의 재테크관련 책들은 투자수익에 관한 노하우 위주로 기술되었다. 그러다 보니 리스크에 관한 내용은 일부만 소개하거나 아예 빠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태 해왔던 투자결과가 우연이든 노력에 의한 것이든 대부분 이익이 발생하다 보니 이익 근저에 숨어 있는 리스크를 파악할 필요를 못 느낀 것이다. 사실 리스크를 예상하지 않고 수익을 얻었다면 그냥 공짜 점심을 얻어먹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투자세상에서 공짜 점심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그 공짜만큼 뱉어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뱉어내야 하는 금액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IMF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나서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사태가 터지면서 일반 투자자들까지도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구나 하면서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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