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황인태 회장의 지리산 천왕봉 100번째 맨발등정
[정용우칼럼] 황인태 회장의 지리산 천왕봉 100번째 맨발등정
  •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 승인 2023.08.0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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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너새니얼 호손이 만년에 쓴 ‘큰 바위 얼굴’이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이 소설 원문을 영어시간에 공부한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큰 바위 얼굴’이라는 소재를 통해 여러 가지 인간상을 보여주면서 이상적인 인간상을 추구한 작품이다.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남북전쟁 직후, 어니스트란 소년은 어머니로부터 바위 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아이가 태어나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전설(傳說)을 듣는다. 어니스트는 커서 그런 사람을 만나보았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자신도 어떻게 살아야 큰 바위 얼굴처럼 될까 생각하면서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아간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큰 바위 얼굴일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몇몇 사람을 만난다. 그러나 그들의 겉모습을 보면 얼핏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내면을 알게 되면 실망감에 사로잡힐 뿐이다. 위대한 상인이자 거부인 ‘개더골드’는 영악하고 탐욕스럽고, 여러 전쟁에서 승리한 ‘블러드 앤드 선더’ 장군은 따뜻한 자애로움과 선량한 지혜가 없고, 정치가 ‘올드 스토니 피즈’는 말을 잘해서 사람을 모이게 하지만 오직 권력과 명예욕만 있을 뿐이다. 마지막에 만난 한 시인은 아름다운 시를 썼지만 신념을 지키지 못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큰 바위 얼굴과 똑같이 생긴 인물을 기다렸지만 어니스트는 번번이 고개를 흔들어야 했다. 그러는 사이 평범한 농부이자 촌부인 어니스트는 한결같이 성실하고 순박한 마음으로 자애와 진실, 그리고 사랑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시인이 어니스트의 설교를 듣던 중 석양에 비친 그의 모습을 보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어니스트야말로 큰 바위 얼굴이다!”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이었던 큰 바위 얼굴을 닮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아온 어니스트야말로 진정한 큰 바위 얼굴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할 말을 다 마친 어니스트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자기보다 더 현명하고 나은 사람이 큰 바위 얼굴과 같은 용모를 가지고 나타나기를 마음속으로 바란다.

우리가 잘 아는 독일 철학자 니체는 말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고. 소설 속의 주인공 어니스트는 그런 사람이었다. 바라보면서 꿈꾸면 닮아 가는 법.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꿈꾸느냐에 따라 나의 모습이 변한다. 좋아해서 오래 바라보고 꿈꾸면 그것과 하나가 된다. 같은 이치로, 매일 그 꿈을 생각하고 되뇌어 보면서 하루하루 실천에 옮겨가면서 삶을 지속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그 꿈에 가까워져 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 꿈에 가까워져 있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위대함은 보통 자기가 깨닫지 못할 때 달성되는 법이니 말이다.

세상에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 삶의 지향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평생을 분투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한 삶은 여유 없이 바쁘게만 살아가는 현 세상에서 실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개인의 용기와 결단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컨대 지리산 천왕봉 맨발 등정도 그 중에 하나다. 조바심으로 너무 서두르는 일 없이, 맑은 시야로, 가슴 깊은 곳에서 사랑을 길어 올리고, 조용하게 내면을 응시하면서, 비상도 꿈꾸며, 영원에 대해 생각하면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는다. 오직 내 상대는 하늘과 땅. 그때쯤이면 하늘과 땅이 ‘큰 바위 얼굴’이 되고 하늘과 땅을 여러 가능성과 다양성을 지닌 활물(活物)로 보게 될 터. 그러기에 하늘과 땅을 상대로 하여 마음도 나누고 대화도 가능해진다. 하늘을 상대하면서 마음을 나누고 대화를 하다보면 손해 보더라도 착하고 친절하게 살 수 있고, 상처받더라도 정직하게 마음을 열어 살 수 있고, 뒤처지더라도 서로 돕고 함께 나누며 살 수 있음을 배운다. 또한 땅을 상대로 마음을 나누고 대화를 하다보면 그로부터 겸손을 배운다. 로마인들은 이 땅을 humus라 했다. 땅에서 humility(겸손)가 파생되어 나왔으니 땅은 곧 겸손이다. 자기 자신은 맨 아래 두면서 생명을 키워내는 엄청남 일을 하면서도 자신을 자랑하지 않는 땅은 바로 겸손이다. 수시로 반복되는 평범한 행위일지라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을 낮추어 간다면 새로운 생명의 희열로 스스로 충만할 수 있음을 땅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경남미디어 황 인태 회장의 지리산 천왕봉 100번째 맨발 등정은 축하 받아 마땅하다. 이것은 결국 이 세상에서 영광을 누리고 빛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내 안의 빛을 찾아가는 숭고한 구도의 삶이다. 카툭 인사글에서도 썼듯이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내 안의 빛을 찾아가는 구도의 삶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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