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 세상엿보기] 행복이와 찰슨 브론슨
[김용희의 세상엿보기] 행복이와 찰슨 브론슨
  • 김용희 시인·수필가
  • 승인 2023.08.09 11: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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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시인·수필가
김용희 시인·수필가

 ‘정오부터 3시까지’란 영화는 60년대 서부활극배우 찰슨 브론슨 주연 로맨틱 영화다. 삼류갱단이었던 그가 별장 미망인과 어쩌다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를 계기로 은행털이범이던 그가 은행원이 되기로 하는 꿈을 꾸기도 했지만 의리와 인간적 양심을 중요시하는 그 여인의 요청에 의해 다시 사건은 정상로드를 벗어나고, 그 결과 발각된 미망인과 찰슨의 반사회적 행위는 3시간의 사랑만으로라도 난 감사하게 처벌을 달게 받겠다는 그녀의 솔직하고 당당한 대처에 오히려 정직하고 담대한 여성으로 순간적으로 대중적 인식이 바뀌면서 이들의 얘기는 마침 마을에 들른 어느 소설가에 의해 소설화되고 그 책이 선풍적 인기를 얻으면서... 그렇게 파격적 사랑의 전설이 되어가던 그 두 남녀의 사랑얘기는 다시 현실적 파국으로 치닫는다.

별장의 그 아름다운 미망인은 갑자기 나타난 초라한 현실(찰슨)을 인정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이미 구축된 그녀의 선구적 낭만적 환상을 선택하여 결국 자결하고 만다. 이런 뒤틀린 허구를 인정하지 못하는 찰슨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그 현실을 수용할 수 없어 어리둥절하게 방황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는 현실과 사실보다는 사회가 허구와 환상에 어떻게 더 집착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간에 내재된 유토피아적 환상의 집착성을 비꼬듯 꼬집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가 비록 반세기가 지난 영화지만 인간본성과 사회의 보편적 관념구조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있는 좋은 문화상품임으로 그것이 지금도 가끔 교육방송 등에서 본 영화가 방영되는 이유겠다.

이 영화는 오히려 잡범 수준의 은행털이범 찰슨이 정직하게 현실수용적이며 가식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으며 주변 모두가 받아들인 허구적 현실을 끝내 수용 적응하지 못하는 그의 행동과 놀란 눈매가 깊이 각인되는 영화로 역시 찰슨은 잘생긴 외모로만 스타가 된 것은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두 시간짜리 추천할 만한 영상물이었다.

마돈나가 불러 유명해졌다고 하는 ‘Don’t cry for me Argentina’란 노래의 감상적 정취에 가끔 빠진 일이 있었다.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지난해 월드컵 우승국이며 메시의 모국 그러나 정치불안정으로 허덕이는 아르헨티나 최고의 화제 인물인 ‘에바 페론’(에비타)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이 노래가 뮤지컬로도 상연되는 ‘에비타’의 OST란 것을 첨 알았다. 그녀는 빈민촌 사생아로 태어나 영부인이 되어 국민적 폭발적 인기를 얻었고 스페인 방문 시 백만이 운집할 정도로 핫한 여인이었다니.. 그러나 어쩌면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 33살의 나이에 삶을 마감한 그녀에 대한 얘기는 찰슨의 영화와 오버랩되고 있었다.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은 결국 사회가 선호하는 아니 대중이 빠져드는 그 허구적 상상이 한 개인을 다시 오페라의 유령이 되게 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이 남미에 저지른 만행은 사실이다. 이게 뭔 정치적 얘기가 아니다. 구리광산을 지키기 위해 칠레의 자생적 사회복지주의에 개입하여 구데타로 뒤집고, 브라질 정치에도 물자와 자금을 뒷받침하여 혁명이란 이름의 사회전복에 관여하는... 근대사에 당한 남미의 고통이야 말해 무엇하리.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그들... 이어 치러진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 괌은 그 결과로 미국령이 되었다. 그것이 뉴욕 거대빌딩들의 주인이 네덜란드를 비롯한 구라파인들인 이유이기도 하겠다.

베트남전, 시리아, 터키, 아프카니스탄, 우크라이나까지 미국이 관여하지 않은 전쟁이 어디 있는가. 모두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여 세계경찰국가로서의 숭고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함 아닌가. 그 과정에서 입은 당사국들의 피해와 국민들의 생명이 그들의 결정요인들 중 하나로 고려되기는 했을까? 이런 의구심이 반미 감정인가?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되면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기 어려우니 끝없이 욕망을 펼쳐온 것이겠다.

그러나 세계사의 아픈 진실은 그렇게라도 승리한 민족과 국가가 세계질서가 되고 정의가 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오리를 가자면 십리를, 왼빰을 치면 오른뺨을, 네 것을 모두 팔아주고 나를 따르라”는 그 절대적 도덕과 선의는 그 위에 손을 얻고 대통령선서를 하는 미국인들에게는 공자가 그렇게 되었듯 좋은 문화상품에 대중을 속이기 위한 거짓몸짓에 불과한 것이 세계사인 것을 어쩌랴. 아니 그들에게도 어쩔 수 없는 꿈이겠다 차라리.

허구와 환상을 좇아 현실을 외면하는 인간심리를 다룬 이런 브론슨의 컨텐츠는, 그리고 사회정치 또한 그렇게 유도하는 것을 꼬집는 그래서 어쩌면 그렇게 시회에 위안과 자각을 전하는 이 영화가 아직도 우리는 인간일 수 있음을 알게 하는 인간존엄의 한 표현물일지도 모르겠다.

하정우 주연의 ‘비공식작전’이 상영중이다. 레바논에 납치된 외교관을 구출해내는 하정우의 가슴 뭉클한 결기와 희생정신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가 요구하는 성공 시 보상이 미국대사관 근무다. 은연중 아니 잠재의식 속에 우리는 그렇게 늘 미국을 꿈의 나라로 인식하고 수용해온 것이다. 팍스아메리카나가 현실이기에, 모든 권력과 문화가 강남처럼 집중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에 시청자는 이런 무의식적 구성을 의심없이 수용하게 하게 되는 것이리라.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까? 우리가 노예되지 않기 위해 인간존엄을 지키기 위해, 인간으로 태어난 것을 감사히 알기 위해, 아니 그보다 먼저 태어난 것 자체를 자각하기 위해 우린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얕은 문화주의와 관념적 허구에 가능한 적게 빠지기 위해, 찰슨 같은 차라리 정직한 삶이 되기위해 우린 다시 하루의 무대 위에 아니 관객석에 자성하며 성찰하며 앉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인이 화장실에 있으면 휴지를 물어오고, 세수하면 스스로 판단하여 수건을 가져다주는, 그렇게 연관되는 행동을 3개까지 가능한 ‘행복’이란 이름의 개 정도의 지혜라도 가지려면, 매일 예불시간에 맞춰 사찰에 들러 주지스님과 같이 예불드리는 개 정도라도 되려면, 나는 왜 인간으로 태어나서 오늘 여기 서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려면 우리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어떤 자세로, 무엇을 생각하며 보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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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2023-08-23 11:39:39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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