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 교수의 금융산책] 리스크를 선호하는 투자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서영수 교수의 금융산책] 리스크를 선호하는 투자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 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 승인 2023.08.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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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투자자의 리스크에 대한 취향은 크게 리스크회피형, 리스크중립형, 리스크선호형으로 분류되는데 일반투자자들 대부분은 리스크회피형이나 리스크중립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패턴이 2008년 9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리스크선호형으로 바뀌기 시작하였고 2010년대 중반이후 가상화폐 광풍이 확산되면서 리스크선호형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 주된 이유는 금융자산에 기초한 금융상품, 즉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증권화가 가능해졌고, 모바일을 통한 실시간 금융거래 확산, 그리고 단순 투자모형에서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투자자의 심리까지 반영한 정교한 투자모형들이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투자과정에서 나타나는 리스크를 싫어하거나 아예 회피하는 쪽으로 행동할 것이라 판단한다. 하지만 지금의 금융세계는 투자 시 예상되는 리스크를 즉각적으로 측정하여 그에 적합한 투자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본인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리스크유형과 상관없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나 투자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리스크를 통제하는 다양한 수단이 적용되더라도 리스크가 근본적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수단이 원시적이든 지금처럼 최첨단이든 투자결과는 항상 이익 아니면 손실이다. 따라서 투자에 참가하는 누군가는 투자시 나타나는 손실영역을 부담해야만 비로소 게임이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리스크선호형으로 바뀌었는가? 바로 증권화라는 금융기술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부터 시장참가자들의 투자패턴도 점차 리스크선호형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증권화 이전에는 금융자산의 거래가격은 장래의 현금흐름을 할인한 현재가치를 기준으로 결정되거나, 최소한 이 기준하에 높거나 낮은 수준으로 가격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증권화가 가능한 이후부터는 해당 상품의 자산 가치를 따지기 전에 그 상품을 더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을 것인지 혹은 그렇지 않을지 하는 관점에서 현재가격이 적정한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가 결정되었다. 《버블경제학》의 저자 오바타 세키(Obata Seki)는 이를 리스크 관점에서 진단하였다. 그는 증권화로 인해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 초점이 장래 현금흐름을 확실히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리스크가 아니라, 다른 투자자에게 팔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리스크로 이동한 것이라고 하였다. 단순히 리스크가 이동한 것뿐인데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소멸되었거나 축소되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리스크 착시현상은 증권화상품이나 금융공학상품에서 유독 강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그만큼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매력적으로 포장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투자자에게 노출된 리스크 중에서 가장 가슴 졸이는 일은 보유자산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유동성리스크에 노출되는 경우이다. 그런데 증권화를 이용하면 가지고 있던 유동성리스크가 마법에 홀린 것처럼 없어져 버린다. 그전에는 전혀 거래되지 않았던 보유자산이 증권화를 통해 마치 제조공장의 금형기계에서 자동화된 상품을 찍어 내듯이 상품화되어서 다수의 투자자들을 현혹시킨다. 대부분 이런 유형의 금융상품은 실체가 있는 금융상품보다 수익률을 높게 설정하기 때문에 더욱 구미를 당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수요자가 늘어나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자산 가치는 빠르게 상승한다. 요약하면 투자대상 자산의 증권화를 통해 이를 표준화하게 되면 덩달아 구매하는 투자자층도 급증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투자자들 입맛에 맞게 아예 원천적으로 상품을 가공할 수도 있다. 즉, 증권화를 통해 소액으로 쪼개고, 여기에 순서를 매겨 선순위, 중간순위, 후순위로 구분하여 투자자 선호에 따라 상품을 조립하는 것이다. 오바타 세키는 이를 리스크 오더메이드(risk order made: 리스크주문형 상품)라 명명하였는데 이런 유형의 상품이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주범이었다. 결국 이 상품으로 인해 당시 미국내 최상위 투자은행이었던 베어 스턴스(Bear Stearns)나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사라졌다. 그 당시 미국에서는 이런 증권화 붐을 타고 금융시장에서 가장 부도 가능성이 높아 어느 누구도 취급하지 않던 불량채권인 정크본드가 몇 번의 증권화 과정을 거치면서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이라는 가면으로 포장되어 가장 인기 있는 채권으로 둔갑하였다.

이후부터 금융시장에서는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이란 말이 일반화될 정도로 증권화된 금융상품이 쏟아지게 되었다. 교묘하게 높은 수익을 보장하면서도 그 속에 내재된 높은 리스크를 회피하는, 즉 리스크가 없는 것처럼 포장하는 희한한 금융비즈니스가 등장한 것이다. 증권화를 거친 금융상품은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과거 전통적인 금융상품보다 훨씬 빠르게 예상수익과 그에 따른 리스크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어 그만큼 투자판단이 쉬었으며 그 결정도 빨라졌다. 그러니 대중적인 금융상품으로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증권화된 상품으로 설계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갈수록 현란하게 포장되어야만 한번 맛들인 금융소비자의 입맛을 계속해서 끌어올 수가 있다. 포장기술은 내재된 리스크를 어떻게 조립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에 각종 4차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되면서 디지털기반의 다양한 포장기술이 급속하게 나타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투자자 본인의 리스크 성향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추어 본인만의 투자 스타일과 원칙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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