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 세상엿보기] 2호선 세입자
[김용희의 세상엿보기] 2호선 세입자
  • 김용희 시인·수필가
  • 승인 2023.09.0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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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시인·수필가
김용희 시인·수필가

삶에서 밀려난 이들이 전철에서 산다. 무단입주 불법입주인 셈이다. 전철이란 게 원래 서민들의 일상품이요, 특히 9호선보다는 순환열차 2호선의 특징이 더 그렇겠다. 실연당하고 삶을 마감하려던 여자아이, 가족에게 어쩌면 버림받은 할아버지, 구원의 방주와 같은 공무원 합격증을 위한 마지막 출구를 가는 늦깎이 수험생, 그리고 지하철공사 수습생 그도 사회적 지위와 신분 그리고 안정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최소한의 정의와 성실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박봉에 비전없는 남친과 결별을 선언하고 떠나 그녀를 그리며. 그리고 시장바닥을 강건한 육체를 기반으로 억세게 살아가는 진행자역의 아주머니까지.

<삼포로 가는 길>이 그랬다. 그들이 고향을 찾아가며 사회적 소외자 외곽자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나누면서 진정한 고향이 어딘지를 깨달아 가는 길. 약자들이 약자를 기만하고 경쟁하며 밟고 올라서려는 봉준호의 <기생충>이 사회계층 간의 절벽 같은 갈등과 구조화된 계층분리에 대한 반발과 저항을 적시했다고들 하는 것 같은데, <집으로> 영화에서 외가댁 할머니가 아이에게 베풀어준 사랑처럼, 이혼 소송 중인 부모가 사는 뽕뿅과 치킨이 있는 서울집보다는 투박한 애정이 있는 파리끓는 시골이 오히려 아이의 고향이 되 버리듯, 그렇게 사회적 하층인들이 애환과 질고를 서로 보듬어주는 지하철 불법 세입자들, 기관장은 외러 이들로부터 은밀하게 월세를 받아 챙기고 있었으니...

뭔가를 풍자하고 꼬집고 애둘러 상징적으로 비판하고 있지만 다시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2호선 세입자’, 밀려난 자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다시 삶의 원동력을 찾아가는 설정까지는 좋은데 넘 통속적이랄까.

사회가 금력과 권력으로만 구조화되고 그것이 유일한 가치가 된 후진국형 선진국, 세계사와 역사는 어쩌면 권력자와 피권력자 간의 끝없는 투쟁과 종속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하다. 그건 국가 간에도 통용되었고 그 욕망적 구조를 파괴시켜 버리는 혁명들이 현대사회의 길목에서 발생되기도 했었다. 생태계의 본질이 약육강식이고 이런 사회적 문제에 나약하고 서럽게 호소하면서 생계유지형 아니면 이런 수단을 통해서라도 지배자적 위치에 서려고 하는 음모적 기획물까지.

다시 늘 우린 인간존엄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기에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무엇이며 시·공간 위에 서 있는 존재들의 의미는 무엇인가?

무주택자가 43%인데 무주택자 조합은 없다. 정부는 주택 보증금을 빌려줄 뿐 집을 주진 않는다. 그것은 임대인을 공격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서민정권이 특수지역 집값을 두세곱절 올려놓는 것이 정권속성인데, 그렇게 어쩌면 역사는 은유로 직설법을 피하고 왔는데, 권력의 영속성을 위해 국가미래를 저당물로 잡은 무리들이 어떻게 그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를 지금 세상은 보여주고 있는데...

길을 간다. 나약한 촛불을 들고 무저항의 선의를 강조하는 백의민족들이, 그건 아마도 유교적 질서에 호도된 결과요 청산리와 봉오동이, 윤봉길과 안중근이 우리 역사의 자존과 상징이 되어야 '타인에 의해 독립함'이란 나약성에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안이기도 하다는데.

연극 하나로 너무 멀리 왔다. 여하튼 대통령도 봤다는 2호선 세입자, 그것이 권력자들의 유희물이 되거나 얕은 위로에서 머물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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