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주인은 기업 운영을 믿고 맡기는 경영자, 즉 대리인의 적절한 통제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이다. 자기 회사를 대신 운영하는 대리인을 감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면서 그에 상응한 적절한 보상과 자유를 부여하는데 이에 수반되는 비용을 대리인비용이라 하며, 이는 여전히 현대 경영의 난제다. 대리인인 경영자가 항상 오너를 위해 경영을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최악의 경우 오너 모르게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위해 경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펀드매니저도 고객보다는 본인의 이해 차원에서 얼마든지 투자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대체로 상호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지만, 문제는 기대한 만큼 수익률이 발생하지 않을 때 터진다. 궁극적으로 펀드매니저가 자기 수익을 챙기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이것은 투자자가 간접투자를 하기로 하면서부터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사실 펀드매니저는 투자자와는 다른 측면에서 비즈니스를 한다. 펀드매니저 수익의 근원은 투자자가 부담하는 운용 수수료이다. 당연히 수수료를 최대한 받으려고 노력한다. 펀드매니저가 투자자의 수익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적정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거나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자금운용기간 동안 최대한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기대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에게 법적인 책임을 부과할 수는 없다. 단지 그런 펀드매니저는 금융시장에서 퇴출당할 뿐이다.
간혹 일반인들은 유명 펀드매니저의 자금모집에 관한 적극적인 노력과 투자 운용에 관한 과장 설명에 그대로 현혹된다. 그런 과정에서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리스크가 없는 것처럼 포장하거나 그럴듯한 논리로 운용전략을 설명하고픈 유혹을 스스로 견디지 못한다. 이는 펀드매니저의 펀드 운용상에 내재한 리스크를 일반인들이 전혀 통제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헤지펀드도 마찬가지이다.
헤지펀드의 특성 중 눈에 띄는 것은 실적에 대한 엄청난 보수와 펀드매니저도 해당 펀드에 일반투자자처럼 자기 돈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펀드매니저는 운용보수만 받는 데 비하여 헤지펀드 운용자는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를 동시에 받는다. 운용보수는 운용자산의 일정 비율로 표시되며, 매년 또는 분기마다 통상 1~2%를 부과하며, 성과보수는 연간 실현된 수익의 15~20% 수준을 부과한다. 엄청난 보수율이다. 또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상당한 자기 돈을 펀드에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하면서부터 투자자와 함께 내재한 리스크를 공동으로 대처해나간다. 그러므로 투자자의 이익이 매니저의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될 수밖에 없다. 바꾸어 말하면 펀드매니저는 언제든지 자기 이익을 위해 펀드포지션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투자자 처지에서는 언제든지 손실이 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