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손주들, 내 사랑의 끝판왕
[정용우칼럼] 손주들, 내 사랑의 끝판왕
  •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 승인 2023.10.1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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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가을이 깊어간다. 가을에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춥고 어려운 시간을 견디어 낼 채비를 한다. 우리 집 잔디밭과 화단 경계에 심어져 있는 화살나무 이파리들도 빨갛게 물들기 위해 서서히 준비를 하고 있다. 성미 급한 놈들은 이미 이파리를 떨구었다. 그 떨어진 이파리들이 잔디밭 여기저기서 뒹군다. 봄부터 한여름까지 왕성하게 자라던 잔디도 진한 녹색에서 조금씩 조금씩 옅어지면서 누런색으로 변해간다. 이제 성장을 멈춘 탓이다. 잔디가 자라지 않으니 잔디를 깎을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겨울 내내 잘 정리된 노란 잔디밭을 보기 위해서는 지금쯤 한 번 더 잔디를 깎아주는 것이 좋다. 올해 마지막 잔디 깎기다.

잔디 깎는 기계를 갖다 놓고 잔디밭을 바라본다. 이번 추석명절 연휴기간 동안 마음껏 뛰놀던 손주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귀엽고 애교 부리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천진한 아이들의 미소를 보면서 우리는 행복함을 느끼고 절로 미소 짓게 된다. 어린 손주들을 마주하면서 내 안에 숨어 있는 동심을 만나고 존재의 경쾌함을 마음껏 느낀다. 그래서 손주들은 내 노년에 찾아온 가장 값진 최고의 선물, 이로 인해 지금이 내 인생의 절정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러니 나는 이제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내 사랑의 끝판왕, 그들에게 내 지고지순한 사랑을 함빡 쏟아주는 일만 남았다. 내 사랑을 마음껏 줄 수 있는 최고의 상대, 사랑 그 끝판왕의 대상이 5명이나 된다는 것은 행운 중의 행운이다.

이렇게 손주 사랑에 빠진 나는 행복하다. 더없이 기쁘고 기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 하나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명이기도 함). 나는 주저 없이 ‘사랑’으로 산다고 말하겠다. 사랑이 없는 우리의 삶은 생각해볼 수 없다. 사실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랑에 관한 것이다. 인간은 눈만 뜨면 사랑을 찾아다니는 생명체다. 그 대상이 누구든 무엇이든 인간은 사랑 때문에 살고, 사랑하기 위해서 산다. 세상사 모든 일이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고 누군가로부터, 무언가로부터 사랑받거나 사랑받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다. 이렇게 사랑으로 뜨거운 가슴이 있는 한 산다는 것, 그저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참으로 아름답다. 잘 빚어진 술과 잘 구워진 빵을 먹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기에 반대로 우리가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질병도, 가난도 아니다. 사랑하는 그 누구, 사랑하는 그 무엇도 없이, 그저 그렇게 밋밋하게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맥 빠진 인생이 두려운 것이다.

그러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도 한때 일방적이고 무한한 사랑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누린 사랑의 감사함을 깨닫고, 이제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게 아닐까. “자식은 잘 키우려고 낳는 게 아니다. 자식은 사랑하려고 낳는 거다.”고 한 어느 어머니의 말씀처럼... 그런데 요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랑하기 전에 먼저 이해득실부터 따진다. 아이도 낳기 전에 잘 키우려고 먼저 욕심부터 낸다. 잘 키워서 먼저 준 만큼 받아야 한다든지, 또는 받은 다음에야 내가 줄 수 있다든지 하는 것은 결코 사랑이 아니다. 어떠한 조건이나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 사랑이 아니라 투자일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도 미루고, 결혼했다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결혼 후 아이를 낳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 되었다. 결혼해 아이를 출산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전히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생명과 사랑의 포기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있다. 젊은층에게 비출산이 장려돼 자녀 양육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은 부모와 자녀 서로 간 사랑의 끝판왕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는 것을 뜻한다. 누구는 이야기한다. 사랑을 포기하는 것은 세상을 포기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세상을 바꾸고,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다. 사랑은 진정한 위로를 낳고, 그 사랑으로 다시 일어서는 생명력을 맛볼 수 있다. 이처럼 아기의 탄생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모든 걸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중국영화 ‘태평륜’에서). 이 희망 때문에 이런저런 병고에 시달리고 있는 나이지만 손주들로 인해 좀 더 오래 살고 싶어졌다. 내 사랑의 끝판왕, 손주들이 내 곁에 있어 기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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