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 교수의 금융산책] 확률론적 투자자란?
[서영수 교수의 금융산책] 확률론적 투자자란?
  • 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 승인 2023.10.2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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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간혹 투자세미나에 참석해 보면 이런 질문이 단골처럼 등장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디에 투자하거나, 어떤 종목을 사야 하나요?” 대부분 전문가라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서 자신 있게 권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원하신다면 이런 종목을 권해 드립니다. 다만 확률적으로 보았을 때 대략 80% 정도는 승산이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그런데 이런 대답은 전문가일수록 더욱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은 “이 종목에 투자하면 돈을 법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을 뿐이다. 설령 투자 결과가 예상을 빗나가더라도 당장은 투자할 때 나타나는 마음속의 불안감을 씻어줄 그런 말이 듣고 싶은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 모인 투자회사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투자분석 회의 때 상사가 투자 전망을 질문하면 담당자가 “여러 상황을 최종적으로 고려할 때 상승할 확률은 80%이며, 하락할 확률은 60%입니다.”라고 대답하면 상사는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투자하라는 건가? 하지 말라는 건가?” 전문가들 회의에서조차 나타나는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은 투자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어느 누가 앞으로의 불확실한 미래를 자신 있게 주장하겠는가? 상사는 있을 수 없는 답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상사도 질문에 대한 답이 뻔한 것을 알고 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바로 확률적인 접근방법이다. 좀 더 올바른 투자의사 결정은 어떤 종목이 오르고 내리고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승할 확률이 몇 퍼센트인가를 살펴보고 회의를 주재하여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확률론적 투자자는 “지금 나의 예측이나 기대가 과연 맞는 것인가, 만약 잘못되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손실이 얼마이고, 감당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 가족이나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어떤 사태가 어느 정도의 확률로 발생할 것인가를 가급적 객관적으로 예측하려 한다. 그리고 투자 이후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와 그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예상하여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한편, 이런 타입은 다소 냉소적일 수 있으며 더구나 논리적이어서 따분할 수 있다. 주로 좌뇌형 사람들이 해당한다. 반면, 우뇌형 사람들은 자신의 직감이나 동물적인 감각에 더 우선하여 판단하곤 한다. 사실 어떤 경우든 그 결과가 본인이 예측한 대로 나오면 전혀 문제없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앞으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만큼 세상의 한정된 자원은 고갈되어 가고 시간이 갈수록 원하는 목표수익률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굳이 확률론적 사고가 필요 없는 경우도 많다. 일상적이며 단순한 사항에 대해서는 확률론적 사고가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비 확률론적 사고가 상당히 유효하며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한 방을 노리는 단기적인 투자를 한다면 굳이 확률론적 사고를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한 번에 승부수를 띄어 결판을 내야 한다. 필요한 것은 넉넉한 자금과 두둑한 배짱뿐이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성공해서 대박을 남겨도, 결국에는 큰 손해를 보고 그때까지 벌었던 이익을 모조리 날려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식시장에서 이런 사람들이 자주 목격된다. 주변에 일시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은 많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이익을 남긴 사람들은 흔치 않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성공을 원한다면 굳이 확률론적 사고는 필요 없다. 대부분 기업은 단기적인 성공이 축적되면 장기적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보면 장기적인 성공은 단기적인 성공의 연속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장기적인 성공기업들의 비전이나 경영 방침들을 살펴보면 역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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