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문수암에서 지혜를 기원하다
[정용우칼럼] 문수암에서 지혜를 기원하다
  •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 승인 2023.11.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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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요 며칠 사이, 강둑길을 산책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입동이 지나도 푸른 기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던 강둑길 주변 칡넝쿨이 서리를 맞으면서 생명력을 잃어버렸다. 칡넝쿨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강둑길 안에서 자생하고 있는 나무들도 마찬가지다. 겨울을 재촉하는 강한 바람에 가지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푸른 기운이 다 빠져나가 곧 가루가 될 낙엽들은 이미 흙이 되는 법을 다 익힌 것 같다.

끝물은 항상 아쉽다. 나이 탓인가. 계절은 이미 겨울을 재촉하건만 단풍을 좀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마음 한켠에 남아 있다. 그래서 마지막 단풍을 찾아 나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구온난화로 인해 단풍 시작이 늦어졌다고 하니 그 끝도 늦어지지 않겠나 하고 생각하면서 용기를 내어본다. 어쩌면 남해안 언저리에는 아직 단풍이 남아 있을 성 싶다. 아내와 함께 고성 문수암으로 길을 재촉한다.

문수암은 남쪽 바닷가 사람들이 ‘남해안 3대 바다 풍광’이라 일컫는 절승지 중 하나다. 우리 부부는 남해 금산의 보리암과 여수의 향일암은 예전에 다녀온 적이 있기에 이번에는 문수암을 찾기로 한 것이다. 문수암도 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 난 남해 금산의 보리암, 여수의 향일암 못지않은 풍경을 선보인다. 기암절벽이 암자 뒷편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산정에 오르면 남해안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많은 섬들이 바다와 하늘과 함께 어우러진 절경을 조망할 수 있어 등산객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는 신라의 고찰이다. 게다가 산 위에 위치하고 있지만 차가 절 앞까지 갈 수 있어서 발품 팔지 않고도 편하게 만날 수 있으니 몸이 부실한 나로서는 안성맞춤 여행지이다.

내가 사는 지수에서 1시간 거리. 울긋불긋한 단풍은 보기 어려웠지만 아직 산 전체나 일부가 누렇게 물들만큼의 단풍은 남아 있었다. 늦가을 정취를 그나마 누릴 수 있어 다행이다. 문수암에 오르니 소문대로 멋진 풍경이 내 눈을 사로잡는다. 점점이 늘어선 섬들이 비단 위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고 수려하다. 뭉게구름이 떠 있는 하늘,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더욱 내 마음을 이끄는 것은 문수암 창건 설화다. 그 설화는 다음과 같다. 706년(신라 성덕왕 5년), 의상 스님이 남해 금산으로 기도하러 가는 길에 무이산 동쪽 기슭 무선리의 민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한 노승이 의상 스님의 꿈속을 찾았다. 노승은 의상 스님에게 내일아침 걸인을 따라서 금산보다 무이산을 따라 가보라고 했다. 날이 밝자 의상 스님은 꿈속에서 일러준 대로 걸인을 따라 무이산에 올랐다. 눈앞에 수많은 섬들이 떠 있고 사위의 산세는 웅장해 마치 오대산 중대를 연상케 했다. 이때 한 걸인이 나타나서 길을 이끌던 걸인과 손을 잡고 바위 벼랑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벼랑 사이를 살펴보니 걸인은 보이지 않고 문수보살상이 나타났다. 의상 스님은 꿈속의 노승은 관세음보살이고, 두 걸인은 문수, 보현보살임을 깨닫고 그곳에 문수암을 세웠다고 전해온다. 전해오는 창건 설화는 이러하지만 본당 뒤 벼랑 틈 사이에서 우리 사람들 눈으로 볼 수 있다고 이야기되고 있는 문수보살상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문수보살은 불교에서 최고의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 하여 내 마음이 아직 지혜롭지 못하니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리. 이쯤에서 물러나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 입구에는 내가 존경하는 청담 스님의 사리탑이 있고 바로 연이어 석불과 석탑이 세워져 있다. 우리 부부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한려수도 경관을 멀리 조망하면서 기도드린다. 오늘 문수암 여행을 통해 우리 부부가 더욱 지혜로워지길 기원하면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네 종류의 빛이 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달빛, 햇빛, 불빛, 지혜의 빛이다. 비구들이여, 이 네 가지 빛 가운데 지혜의 빛이 최상이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지혜란 무엇일까? 세상이 고통임을 여실하게 아는 것이다. 그 고통은 탐진치(貪瞋痴) 3독에서 나온다. 끝없이 욕심을 부리는 탐욕, 분노와 시기심 그리고 어리석음과 무명(無明)의 노예가 되어있기 때문. 이 삼독을 버리기 위해선 겸손한 자세의 하심(下心) 그리고 생각을 비우는 방하착(放下着)이 요청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문수암 전망대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 바다를 아래로 내려보듯 가능한 한 넓게 그리고 거리를 두면서 멀리 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문수암 전망대에서의 나와 아내의 기원! 이를 위한 수행정진! 다음 번 문수암 여행 시에는 내 마음이 더욱 지혜로워져 본당 뒤 벼랑 틈 사이 문수보살상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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