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지리산덕산댐 찬성 76% “욕망의 판도라가 열렸다”
[편집국에서] 지리산덕산댐 찬성 76% “욕망의 판도라가 열렸다”
  • 이선효 선임기자
  • 승인 2023.11.30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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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지역 주민 로또에 해당하는 보상금 받아
지역주민 “돈이 깡패, 돈 앞에 장사 없다”

케이블카 보다 100배 더 주민 이익과 직결
향후 산청지역 정치에 가장 큰 이슈로 등장
산청군, 추진이든 반대든 입장 빨리 정해야
이선효 선임기자
이선효 선임기자

1. 지리산덕산댐 추진 산청군 주민위원회(이하 댐 추진위)가 지난 11월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댐 찬성 여론이 76.4%에 달했습니다. 댐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산청군 시천면, 삼장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입니다. 이 여론조사를 보고 가장 놀란 사람은 주민 자신들입니다. 다들 댐에 대한 반대가 더 많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 압도적 다수 주민들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자신들이 먼저 놀란 것입니다. 이번 댐 추진위 여론조사는 주민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지표였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생각이 바뀐 것은 다름 아니라 삶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천면 삼장면 주민의 75%가 50대 이상입니다. 초고령화 사회입니다. 이분들이 전통적인 생계 수단인 농사 등으로 생활을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버거운 것입니다. 특히나 10년 후면 이 지역주민의 대부분이 60대 이상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소멸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3. 결국 별 소득 없이 정부의 쥐꼬리 복지정책에 기대 홀로 쓸쓸하게 늙어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주민 자신들이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댐이 건설되면 막대한 보상비를 받아 자식들에게도 좀 나눠주고 자신은 댐에서 만들어 주는 이주단지에서 의료, 주거, 식사 등을 무상으로 제공 받으며 편하게 여생을 보내자는 추진론자들의 설명이 가슴에 와 닿는 것입니다.

4. 제가 만나본 주민들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나이 70이 되면 치매 걸릴지도 모르는 데 고향을 알아야 고향을 지키지. 치매 걸려 고향인지도 모르는데 지키자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보상받아서 그 돈으로 노인병원이라도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혼자 독거노인으로 내 병 내가 감당해야 할 처지인데 무슨 댐 반대한다는 헛소리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기자 양반, 이번 기회 놓치면 다시는 댐 추진 어려우니 여론 좀 확산시켜 주세요.”

5. 지역주민의 여론이 이렇게 나타났는데도 산청군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주민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산청군은 비록 찬성 여론이 높다 하더라도 이런 일은 찬성 측은 침묵하고 반대 측은 격렬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게 일반적이다 보니 선뜻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댐 추진위 여론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라는 말들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산청군의 입장은 소탐대실이라고 생각합니다.

6. 정치가 주민들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떠나서 이미 76%의 절대다수 주민이 찬성하는 일을 산청군이 추진하지 않으면 찬성 측은 선거 때 표로 응징할 것입니다. 반대 측은 격렬한 목소리로 반대하겠지만 찬성 측은 표로 심판합니다. 사실 정치에서 큰 목소리보다는 침묵하는 다수의 표가 훨씬 중요합니다. 그렇다 보니 중앙정치에서도 늘 선거가 가까워오면 침묵하는 중도의 표심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7. 산청군 지역 정치에서 시천면 등 남부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큽니다. 군수나 조합장 등의 선거에서 남부지역 사람들의 선택이 당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나 이런 상황에서 지역 선출직, 정치인 누구라도 산청 남부지역의 가장 핫한 이슈가 되어 버린 지리산덕산댐에 대한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경우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8. 저는 산청군이 하루빨리 지리산덕산댐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댐 추진위가 조사한 여론조사를 믿지 못하겠으면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산청군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지역주민이 덕산댐을 원하는 지 반대하는지 알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지역정치인들은 당연히 주민이 원하는 바대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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