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웅교수의향토인문학이야기] 고려말 충신 정몽주의 ‘장구지소’ 비봉루(飛鳳樓)
[강신웅교수의향토인문학이야기] 고려말 충신 정몽주의 ‘장구지소’ 비봉루(飛鳳樓)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6.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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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주 선생이 경상도 안렴사로 부임해 민심을 살피러
진주 들렀을 때 비봉루에 올라 지은 시로 유명

진주의 진산 비봉산 아래…경남도 문화재자료 제329호
추사체의 맥을 이은 은초 정명수 서실로 운영하던 곳

<32> 진주지역 서원(書院)과 선현(先賢) <14>

비봉루(飛鳳樓)
비봉루(飛鳳樓)

진주의 비봉산 서쪽 기슭에 위치한 비봉루는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329호인데, 아래와 같은 시귀(詩句)가 걸려있다.

飛鳳山前飛鳳樓

비봉산 앞에는 비봉루 있고

樓中宿客夢悠悠

누각에 잠든 객 한가롭게 꿈꾸네.

地靈人傑姜河鄭

산천 좋고 인물 걸출하니 강·하·정이로구나.

名與長江萬古流

그 명성 긴 강물처럼 영원히 흘러가리.

상기 시는 1374년(고려 공민왕 23년) 충신으로 이름난 포은 정몽주(圃隱 鄭夢周) 선생이 경상도 안렴사로 부임해 민심을 살피러 진주에 들르게 되었다. 이때 선생의 나이는 38세였다. 안렴사는 고을 수령들의 성적을 살피고 백성들의 어려움을 조정에 보고하는 직책으로, 조선시대 암행어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포은 선생이 진주에 들러 하룻밤을 묵었던 곳이 비봉산 앞에 있었던 비봉루(飛鳳樓)였다. 포은 선생의 이 시를 통해 비봉산은 더욱 유명해졌고, 강·하·정씨가 진주를 대표하는 성씨로 자리를 굳혔던 것 같다.

지금도 비봉루 기문에는 “예전에 포은 선생이 이곳에 올라 시를 지어 강·하·정 세 성씨를 크게 칭찬하여 ‘지령인걸’이라고 하였다. 이로부터 비봉루의 이름이 더욱 높아졌고, 세 성씨 집안의 명성이 더욱 알려지게 되었다”라고 하여 후손들은 포은 선생이 비봉루에서 하룻밤 지낸 것을 대단한 영광으로 여기고 있다. ‘지령인걸강하정’의 시구는 예전부터 진주를 대표하는 성씨로 널리 알려져 온 ‘강하정’을 통칭하는 것인데, 포은 선생이 시를 지을 당시 실제로 진주에 는 ‘강하정’ 문중에 뛰어난 인물들이 있었다.

현재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329호인 비봉루는 진주의 진산인 비봉산 아래에 있는 누각으로 팔작지붕과 겹처마 오량가로 구성되었으며 정면 3칸 측면 2칸의 평면으로 누하주는 장초석으로 8각으로 위에 비스듬히 가공하였고, 3익공계의 공포형식을 하고 있는데 출목이 있다. 층량은 대들보 위에 얹혀 있으며 머리에는 용두장식을 하였다.

비봉루는 고려조의 충신인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의 ‘장구지소(杖屨之所)’로 후손인 정상진이 1939년에 지었다. 비봉루와 관리사, 정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특히 진주의 대표적인 건물로 지금까지 알려지고 있고 비봉루에서 바라보는 시가지 전경은 아름답다. 동편 관리사는 서실겸 차실로 사용하고 있는데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집, 사방에 계자난간을 두르고 외부에 유리창을 부착하였으며, 누각이나 누하주는 짧다. 대청 방 2칸으로 구성되어 한옥과 일본식의 절충형으로 겹집평면과 부속공간이 다양한 형태로 섞여있다. 추사체의 맥을 이은 이 지역의 서예가 정명수 서실로 운영하던 곳으로 현재는 그의 후손이 관리하고 있다.

한말 진주 선비 회봉 하겸진은 경치가 뛰어난 산과 강에 어진 사람이 한 번 다녀가면 그 산은

더욱 높아지고 그 강은 더욱 깊어진다고 하였다. 어진 사람이 다녀감으로 인해 산수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되고 후대에 길이 전해진다는 뜻이다. 포은 선생으로 인해 비봉산과 비봉루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는 뜻이다.

강신웅

본지 주필

전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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