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새해, 여유로움을 추구하며
[정용우칼럼] 새해, 여유로움을 추구하며
  •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 승인 2024.01.0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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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다시 1월 초하루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해가 바뀌면 어떤 사람들은 한 살이 보태진다. 그러나 나이 든 사람들은 한 살이 줄어든다. 이제 나도 나이 든 사람 축에 끼여 한 살이 줄어들게 되었고, 그렇게 한 살이 줄어든 만큼 남은 생을 더 가치 있고 보람차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렇게 새해는 우리에게 또 다른 출발점이다. 새로 시작하는 만큼 새로운 포부와 희망도 건다. 새로운 생의 목표랄까, 새롭게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랄까 그러한 것을 모색해본다. 신년을 신년답게 하기 위해 새 꿈을 꾸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내 나이가 있으니 꿈을 꾼다 해도 큰 꿈은 어울리지 않는다. 활동이 왕성했던 시절처럼 돈도 벌 수 없어 경제는 예전 같지 못하고 몸은 병고에 시달려 위축되었기에 큰 꿈은 꾸지 못한다. 큰 꿈을 꾸었다가는 화호화구(畵虎畵狗)의 형국에 처하기 십상이다. 목표는 호랑이(虎)를 그린다는 거대한 꿈이었지만, 실제로는 개(狗) 한 마리 겨우 그린 결과! 위대한 것도, 거창한 것도 좋지만 어쭙잖게 덤벼들었다가는 용두사미(龍頭蛇尾)의 결과를 맺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경험했다. 하여 우리 나이에는 작고 소박한 꿈이 좋다. 작고 소박한 꿈이지만 이를 잘 실천하여 만족하며 자유롭게 사는 것이 바람직할 터.

지금 노년의 삶을 살고 있는 나, 나를 포함해 노년이 되면 넘쳐나는 것이 시간이다. 하루하루 일상이 지루할 만큼.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그냥 그렇게 산다. 줄 없는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같이, 과녁을 겨냥해 화살 없이 활시위를 당기는 사람같이 사는 이들(장석주 시인)이다. 이들은 삶을 낭비하고 있다. 삶 자체가 공허하고 불행하기도 할뿐더러 인생에 대해 죄 짓고 있다. 그러기에 나는 반발한다. 하여 지루한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써 ‘여유로움’이라는 단어를 소환해낸다. 넘쳐나는 시간을 여유로움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나는 이렇게 소환해낸 여유로움을 잘 활용해서 내 삶에서 즐거움을 빚어내고자 한다. 그래서 ‘여유로움의 추구’, 이것이 새해 나의 꿈이 된다.

여유로움은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시간의 노예가 되어 살면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만 비로소 찾아온다. 내가 시간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내가 유의미한 시간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세워진 시간 계획을 능동적으로 차질 없이 실천해나가는 것을 뜻한다. 이제 은퇴를 한 후 시골생활을 하게 됨으로써 시간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노년의 삶을 즐겁게 맞이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 셈이다. 내 인생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인생의 가장 매력적인 순간에 무르익은 삶의 지혜를 여유롭게 내 삶 속으로 마음껏 끌어들여 보는 것이다.

인생을 즐겁고 의미 있게 사는 법, 그것은 바로 여유로움에서 비롯된다. 여유로움은 가슴속 깊이 잠자던 자유와 해방의 본능을 깨워 훨훨 날아보라고 우리에게 권유한다. 여유로움을 가슴에 안고 산다면 우리네 인생이 느긋해지고 따뜻해진다. 막 뛰어가는데 엘리베이트가 그만 올라가버렸을 경우 다음 엘리베이트를 위해 빨리 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고 또 역 구내에 정차하고 있는 지하철을 타려고 뛰어가는데 그만 문 닫고 가버렸다면 다음 열차를 위해서 빨리 왔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네 삶에 여유를 안고 산다면 엘리베이트 타고, 전철 타고, 버스 타면서 기다리는 동안의 그 자투리 시간이지만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활용해 볼 수도 있을 것이며... 이 외에도 여유로움이 우리네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갈 수 있도록 도와준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처럼 내가 시간의 주인이 되어 세상을 여유롭게 바라보면 그 세상은 다른 세상이 되어 다가올 것이니... 이때 여유로움은 자신에게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런 의미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는 사람은 영혼의 밭을 가는 사람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이건 수행의 한 방편이기도 할 터. 오늘 강둑길 산책 시 만난 것들 예컨대 무상으로 우리에게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햇빛과 바람, 공기 그리고 대지와 물, 이런 것들을 여유로움 속에서 접하게 되면 자연의 은혜를 보다 더 섬세하고 뚜렷하게 느끼고 의식할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해서 살아가는 수많은 동식물들의 생명 가치도 더욱 절실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전에 그냥 무심하게 스쳐 지났거나 그저 그렇게 보이던 사소한 것들을 특별하고 소중하게 보고 느끼게 해주는 여유로움!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 숭고한 인생의 무늬를 발견케 해주는 여유로움! 풍성한 내 삶의 마중물이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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