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 교수의 금융산책] 실물시장과 금융시장의 기싸움
[서영수 교수의 금융산책] 실물시장과 금융시장의 기싸움
  • 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 승인 2024.01.2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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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이미 더 넓은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바로 생산요소시장과 생산물시장이다. 흔한 표현으로 실물시장이라 하는데 이 시장은 사회에 필요한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기 위해 탄생되었다. 생산요소시장은 가장 기초적인 시장으로 노동, 토지 및 자본의 생산요소가 혼합되어 배분되는 시장으로 고용시장과 원자재시장으로 나뉜다. 생산물시장은 제품이 거래되는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으로 나뉜다. 생산요소시장과 생산물시장을 통하여 일차적으로 자금이 넘친 사람과 부족한 사람이 생기게 된다. 이 두 부류를 연결해 주는 곳이 바로 금융시장이며 이곳에서 궁극적으로 금융자산의 가격과 이자율이 결정되고 신용 창출이 파생되면서 현재의 금융제도로 정착되었다. 그러므로 금융시장은 생산요소시장과 생산물시장을 활성화하고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결국 금융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얻게 될 미래 이득은 실물자산의 투자 성과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자본주의 시장은 포괄적으로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으로 나뉘기 시작했으며 서로 뒤섞이기도 하면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였다. 그리하여 투자 대상에 따라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으로 자연스럽게 구분되었다.

실물자산이란 토지, 기계 등과 같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유형자산과 생산과정에 동원되는 인적자원의 지식과 기술 등을 모두 포함한 무형자산으로 나뉜다. 금융자산은 그 자체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직접 사용되지 않고, 실물자산의 이용으로부터 얻어질 미래 소득에 대한 청구권을 나타내는 자산을 말한다. 금융자산은 경제발전에 따라 화폐가 본격적으로 유통되면서 주로 금융기관의 일시적인 자금 과부족을 메워 주는 화폐 금융자산과 실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장기로 조달하는 비화폐 금융자산으로 나뉘게 된다.

화폐 금융자산이 거래되는 시장이 오늘날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시장으로, 이곳은 주로 금융기관이나 중앙은행이 수익보다는 유동성 거래와 국가의 통화신용정책을 실행하는 곳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따라서 시중의 통화량이나 자금흐름 정책을 파악하려면 단기시장에 관한 지표나 관련 통계를 이해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콜(call), 환매조건부채권(RP; Repurchase Agreement), 양도성예금증서(CD; Certificate of Deposit) 등이 있다. 비화폐 금융자산을 흔히 증권이라 부르며, 주식과 채권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자산이 거래되는 시장을 단기금융시장과 구분하여 장기금융시장이라 한다. 흔히 단기금융시장을 화폐시장, 장기금융시장을 자본시장이라고도 한다. 자본시장은 만기 1년 이상인 금융 청구권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저축을 장기적인 생산적 투자로 연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한편, 비화폐성 금융자산은 해당 자산으로부터 실현되는 미래 수익의 불확실성 여부에 따라 무위험자산과 위험자산으로 구분된다. 무위험자산이란 미래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없는 자산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무위험자산은 만기가 짧은 정부보증 채권이다. 반면에 위험자산이란 미래 수익이 불확실한 자산을 말한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기업의 영업실적에 따라 달라지며, 부동산에 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시간이 지나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개인투자자들이 설비·기계 등 실물자산에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기회는 줄어들게 되나 금융자산으로의 투자 기회는 증가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는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를 촉진시킨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이 1,000억 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공장을 건설하려 할 때 이 기업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차입하거나 자체적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하려고 한다. 이때 은행에서 차입한 자금은 은행이 판매하는 예금에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자금이며,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하여 조달한 자금은 투자자들이 해당 증권을 직접적으로 매입한 자금이다. 그러나 자원의 희소성과 개발 여력 한계로 인하여 점차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보다는 금융자산 자체의 투자가 증가하고, 그 속도가 빨라지면서 서서히 금융자산이 실물자산을 앞지르는, 즉 금융경제가 실물경제를 좌우하게 되는 금융자본주의 시대가 도래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시대적으로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과 오히려 부작용이 많아져 자본주의가 피폐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주장이 지금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아무튼 국가가 선진화될수록 금융경제가 상대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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