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 교수의 금융산책] 금융상품 가입시 도사리는 리스크 착시
[서영수 교수의 금융산책] 금융상품 가입시 도사리는 리스크 착시
  • 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 승인 2024.02.2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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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서영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리스크 착시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우선적인 원인은 역시 증권화 때문이다. 증권화는 쉽게 말해 만기까지 묶여 있는 자산을 다른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새로운 증권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런 증권화로 인해 그 상품에 내재된 리스크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는 것이 화근이다. 또 증권화된 상품은 다른 상품을 추가하여 재차 증권화되기 때문에 증권화 과정이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마치 끊임없이 금융상품을 만들어 내는 마술 도구와 같다. 따라서 지금 사려고 하는 금융투자 상품의 원재료가 무엇인지 당연히 모른다. 금융상품의 원재료는 사려고 하는 금융자산이 창출하는 미래 현금흐름이다. 결국 증권화된 상품을 사는 것은 마치 원재료가 무엇인지 모르고 단지 제품의 기능에 대한 설명만 듣고 물건을 사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대출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우선 대출회사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대출자에게 빌려준 원금을 못 받는 경우이다. 이를 신용리스크라 하는데 대출회사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그런데 이 신용리스크가 증권화로 인해 새롭게 태어난 증권을 구매하는 투자자에게로 옮겨간다. 또한 만기 때까지 대출 원금이 묶여 있어 유동성이 없는 대출자산을 증권화로 유동성을 부활시켜 시장에 유통할 수 있다. 이 역시 대출자가 안고 있는 유동성리스크를 투자자에게 전가한 것이다.

2008년 당시 월스트리트 금융기관은 최첨단 금융공학 전산시스템에 근거한 통계 모델을 이용하여 기존자산에 내재된 리스크를 잘게 쪼개거나, 리스크별 순위를 매겨서 리스크별 정도를 달리하거나, 지역별로 달리 묶는 등 의도적으로 리스크를 분산하거나 아예 없애 버린 것처럼 금융상품을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시장에 내놓았다. 그런데 사실은 증권화로 인해 단지 리스크가 이전된 것뿐이고, 전체적인 리스크가 줄어들거나 없어지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리스크를 잘게 쪼개거나, 리스크 부담주체를 바꾸어도, 더 나아가 리스크별로 순위를 매겨 통계적으로 재조립한다 해도 리스크 총량 자체는 변할 수 없는 것이 금융자본주의의 기본원칙이다.

금융시장에서 수익이 존재하는 한 그에 상응한 리스크는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다닌다.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단순히 리스크가 이동한 것뿐이다. 포장하는 사람과 설명하는 사람에 따라 투자자들은 리스크 착시현상에 빠져든 것이다. 투자자라면 누구든지 한 번쯤은 펀드 투자의 경험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펀드 투자 성과는 펀드매니저의 중개를 통한 해당 자산운용사의 운용실적에 달려 있다. 결국 운용의 열쇠는 펀드매니저에게 달린 셈이고 그런 수고의 대가로 펀드투자자는 운용수수료를 기꺼이 부담한다. 사실 펀드매니저는 투자자와는 다른 측면에서 비즈니스를 한다. 펀드매니저 수익의 근원은 투자자가 내는 운용수수료이다. 당연히 수수료를 최대한 받으려고 노력한다.

간혹 일반인들은 유명 펀드매니저의 자금모집에 관한 적극적인 노력과 투자 운용에 관한 과장 설명에 그대로 현혹된다. 그런 과정에서 펀드매니저들은 리스크가 없는 것처럼 포장하거나 그럴듯한 논리로 운용 전략을 설명하고픈 유혹을 스스로 견디지 못한다. 이는 펀드매니저의 펀드 운용상에 내재된 리스크를 일반인들이 전혀 통제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면에서 간접투자의 대명사인 펀드 투자 역시 투자리스크를 줄이고 있다는 펀드매니저의 설명을 단순히 착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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