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세상엿보기] 교육, 교육자
[김용희의세상엿보기] 교육, 교육자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12.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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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수필가
시인·수필가

수천억을 꿀꺽하고도 수십만원 밖에 없다는 당당한 분과 수십억 혹은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으로도 삶을 마감하는 소심한(?) 분 중 누가 노예의식이고 누가 주인의식일까? 내 삶은 나의 것, 타인은 내 삶의 향유를 위한 소재일 뿐이라는 확고한 인간관을 가지신 분과 타인들의 눈 속에 비친 나를 내 존재 의미와 가치로 삼는 분 중 누가 주인의식적 삶을 사는 것일까. 국가관리 경영관리 인사 조직관리… 그렇게 권력적 우월적 계몽적 의식으로 삶을 사는 이와 민주라는 가치, 권력에의 저항,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이로 역사 속의 인간은 구분될 수 있겠다. 그리고 하고픈 얘기는 그들 권력의 수하에 사는 무의식의 주구들. 가치의 허구, 명분의 허울, 그것도 아니면 무사유의 위험으로 사는 그들. 인간은 역사는 그리고 현실사회는 이런 관념놀이로 끝없이 채워왔다.

윤리와 도덕, 종교(유교 불교 기독교)는 끝없이 내걸고 외친다. 타인 중심의 삶을 살라고. 아니 최소 나 중심적인 삶은 살지 말라고. 유교의 덕과 예, 불교의 자비와 보리, 기독교의 헌신과 사랑, 따지고 보면 그 논리 혹은 가치 또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운영되었다. 그런데 역사는, 권력은, 정치는 자비와 사랑, 예와 덕으로 작동되어 오지 않았다. 이방원이 정도전을, 수양대군이 김종서를 척살하고 조선은 건국 유지되었다. 중앙집권의 강력한 힘이 부국강병을 만든다는 현실적 논리는 덕과 인을 가치로 하는 유교를 정치에 이용되는 허구의 가치체계로 사용했다. 기독교는 유일신을 만들어 의식을 하나로 통일시킴으로서 정치와 한편먹기 좋은 장점을 가졌다는 것도 통치자들의 전략적 의식이었다.

왜 민주화가 필요한가 하는 것은 이렇게 역사가 입증해주는 연역적 결과이다. 타인을 자신 삶의 소재로 삼는 구조의 사회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불행하다. 북한 주민들은 아마도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제 뜻을 실어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통치자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우호적 아군, 순종하는 주구(走狗)를 두어야 하니 달콤한 유혹들도 항시 제시 제공된다. 칭찬 선물 지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 무사유(생각없는)의 극단적 위험성, 사람을 죽이는 성실성….

그 지독한 오류가 오늘을 사는 우리사회와 권력과 시장에는 어떻게 스며 있는가?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타인에게 해가 되거나 누구 한 사람의 이익만을 위한 일은 아닌가? 어느 한 조직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나는 유혹의 올가미에 얽혀 혹은 어쩔 수 없이 내 가족과 생명이 담보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게 작금의 우리 사회구조 아닌가? 한 조직의 욕망 야망 향유 만족 성장을 위해 나는 오늘도 생활고라는 생명줄에 붙들려 멸시 소외 비난 모욕을 당하면서도 스스로 그 달콤한 유혹 욕망도 은근히 지향하면서 빠져 사는 것은 아닌가?

군화신고 권력자 된 이가 나눠주는 달콤한 돈과 권력을 받아 스스로 세상 다 그런 것이라고 일반화하여 자기변명하듯 합리화하며 살아낸 이들, 그래서 ‘독립될 줄 몰랐으니까 친일한 것’이 이유가 된다. 그 은밀한 욕망을 즐기고 확산하고 향유하고 또 다시 생육발전하는 것이 역사의 메카니즘이었다. 그것은 세상을 운영하는 거대한 속임, 윤리와 도덕과 종교의 은빛 속삭임이었다. 병원균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살시키다시피 한 유럽인들, 동북아 안정이란 명분으로 동아시아를 짓밟은 일제, 그렇게 사랑과 평화란 이름으로 그들만의 자존을 합리화하며 지배욕을 키워온 보편적 역사. 역사의 주인은 승리자였다. 진리 자유 정의 그것들은 사후에 만들어 지는 것이다. 때문에 오너를 비난하는 종업원, 당대표를 따르지 않는 당원, 목사를 존경하지 않는 신자, 그들은 항상 아웃사이더가 된다.

세상을 직시하고 꿰뚫는 눈을 열어야 한다. 오로지 자당과 자신의 유익을 위하여 이념을 인용하고 호도하는 부류들, 그 얕은 세뇌를 무비판으로 수용하고 이념화되어가거나 혹은 무개념의 자유(?)진영으로 회피한 이들, 혹은 또 달콤한 복지를 제시하여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는 명제를 참으로 증명하는 부류들, 그들은 ‘경쟁을 거세한 시스템은 자멸의 지름길이다’란 명제가 역사적으로 참이었으니 또 어쩌랴. 유럽이 중국을 이긴 이유, 로마 그리스가 망한 이유,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를 지운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무한 경쟁력, 약육강식의 환경, 그렇게 역사가 증명해왔다.

몇몇 군주의 얕은 유혹에 삶과 생을 다 바치는, 그렇게 얍삽하고 명석한 아둔함이 되어버리는 슬픈 삶들이 아니고자, 타인의 속물이 되어가는 참으로 슬픈 일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것이 사유하기 때문에 염원하게 되는 인간가치다. 다만 자기의 삶을 유지하고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라면 그건 어쩔 수 없을 수도 있겠다, 그것까지 자기합리화라고 몰아붙이기는 너무 가혹하다.

겉으로는 비난하지만 내심으론 희망하고 지향하는 부류들, 그들이 이 세상을 이토록 힘들게 만들어 온 것도 역사다. 사랑을 얘기하고 겸손을 얘기하고 외부로는 타인을 비난하면서 내심은 시기 질투와 욕망이 빈틈없이 차 있는 부류들, 그들은 자신들의 그런 야욕으로 고착된 의식체계를 스스로 보지도 못한다. 조선이 그래서 망했다. 체제를 비난하다가 지명 간택을 받으면 왜 갑자기 어용이 되어버리는가? 카멜레온, 그 얕은 삶을 본다. 결국 비난도 자신의 존재감을 위한 것이었고 선택되면 어느새 아닌 듯 바꿔버리는 색깔도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지조와 의지와 의식을 바꿔가는 것이 사회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그 대단한 적자생존자들의 전략이었다.

어떤 지도자는 제 뜻을 실어펴기 위해서 목숨도 건다. 대의라는 명분을 만들 때는 상대의 약점을 근거로 사용한다. 그렇게 합리화하며 정치라는 것을 한다. 그 정치에 또 작은 끄나풀이나 잡으려 수많은 인구들이 몰려든다. 그리고 장·차관급 한 자리 따낸다. 그게 정치구조 사회구조다. 그 구조를 깨보려고 덤비다가 불나방이 된 수많은 희생자들도 있다.

선생은 학생이 목적이 되어야 하고, 학교는 가르침이 존재 이유가 되어야 한다. 농협은 농민이, 수협은 어민이, 중소협회 상공부 교육부… 왜 존재하는가. 자신들의 권력과 욕망을 위해? 크리스마스다. ‘내가 죽고 내 안에 하나님이 산다’는 것은 나의 이기심을 죽이라는 것이지, 그렇게 심령이 가난하라는 것이지, 영생의 이기심까지 확대하거나 신을 이용해서 세상 복 다 끌어오는 데 사용하라는 의미는 분명 아닐거다. 아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도 학교도 종교까지도 스스로 무의미를 무가치를, 아니 스스로가 괴롭힘의 주체라는 것을 입증할 뿐이다

학교는, 선생은 이런 것 구별하고 가려내고 교육하고 실천하기 위해 있는 곳이다. 인간을 만드는 곳, 스스로 인격자가 되어가야 하는 곳, 그것이 학교이고 선생이다. 수없는 도전을 통해서 강한 자가 되듯, 사탄의 유혹이 거듭난 삶을 유도하듯, 예수의 세 가지 유혹처럼 수시로 다가오는 달콤한 유혹 그리고 좌절과 소외 그것들을 이겨내려하고 볼 줄 알아야, 아니 그 속에서 실현 체득해야 한다. 이런 의식들이 일반화될 때 드디어 선진국이 되리라. 그게 동물, 식물이 아닌 인간의 적자생존 방식이어야 한다. 정치와 경제 종교의 그 은밀한 구조를 밝혀내야 할 교육의 역할과 미션, 다만 그리되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그 안타까움만은 놓지 않으려는 깨어있는 의지만이라도 가져야겠다. 그것까지 놓으면 교육자로서의 자존감의 의미가 상실된 허수아비가 되니까, 그러면 인간의 의미까지도 상실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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