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현대판 오감도
[하동근칼럼東松餘談] 현대판 오감도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3.13 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동근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하동근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요절한 천재시인 이상은 1934년 일제의 한반도 통치가 극으로 치닫는 시점에 오감도란 시를 발표해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그는 오감도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에서 빚어지는 긴장과 불안, 갈등과 싸움, 공포, 죽음 등에 대해 반논리의 언어로 새로운 삶의 세계를 찾고, 인간가치의 회복을 모색하고자 했다. 아무도 남을 믿지 않고 서로를 무서워하는 인간관계를 인식함으로써 불신이 짓밟아 놓은 인간의 회생을 모색하고 싶어하는 꿈을 역논리의 시선으로 노래한 것이다. 그가 만일 살아있어서 요즘 한국사회의 세태를 바라보고 시를 쓴다면 어떤 반논리의 언어로 지금의 세상을 노래할 수 있을까?

그가 현대판 오감도에 적용할 수 있는 13명의 아해는 다음과 같다. 제1의 아해는 아직 예단할 수 없는 코로나 사태인데도 미리부터 김칫국을 마시는 정부의 자화자찬이다. 상황이 끝나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방역시스템으로 판명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50명이 넘는 국민이 희생됐음에도 불구하고. 제2의 아해는 중국에 대한 일관된 저자세다. 초기의 전문가 집단이 제의한 중국인 출입제한을 무시하다가 사태가 확산되자 이미 늦었고, 효과가 없다는 태도다. 늦었다는 말 자체가 당시에는 필요했음을 인정하는 반논리이다. 제3의 아해는 현재 백여개국이 넘는 나라로부터 대한민국 국민이 입국을 제한되는 수모를 당하고 있음에도 일본에 대해서 유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입국제한 정책이다. 일본만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모양이다.

제4의 아해는 장막성전 신천지라는 교단이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이들 교인의 감염이 기폭제가 된 점을 부정할 수 없는데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조직논리와 피동적인 대응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5의 아해는 마스크 수급과 정부의 갈팡질팡한 태도다. 단체와 종교집회는 자제하라면서 감염 위험도가 높은 마스크 사기 행렬을 수백미터씩이나 연출시키다가, 배급이라는 단어까지 등장시키고도 모자라니까 이제는 건강한 사람은 안써도 된다는 솔선수범의 자세로 돌변했다. 제6의 아해는 북한의 김정은·김여정 두 남매의 엇박자 행보다. 여동생은 삶은 소대가리라는 말도 모자라 ‘겁먹은 개’에다 ‘세 살 난 어린애’ 같다는 악담을 그것도 새벽에 뜬금없이 쏟아내더니 다음날은 코로나를 피해 동해안으로 달아난 오빠가 점잖게 한국의 사정을 걱정하는 척 하면서 잇달아 미사일을 쏘아대는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무언가 매우 다급한 모양이다.

제7의 아해는 신천지=새누리, 신천지=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는 논리다. 여야 모두 아전인수, 견강부회식 해석으로 신천지를 놓고 정면충돌해 신천지만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신천지의 이만희 총회장은 이 틈을 노려 기자회견장에 엉뚱한 시계를 차고 나와 삐에로같은 소동까지 벌였다. 제8의 아해는 코로나 사태를 대처한다고 긴급편성된 11조 7천억이라는 엄청난 추경예산이다. 7천명 가까운 피해자가 발생한 대구 경북지역에 대한 지원요청은 거의 무시하고, 선거용 선심성 현금복지에 예산을 마구 퍼붓고 있다. 제9의 아해는 여기서 한술 더 떠서 모든 국민에게 재난 기본소득 백만원을 일시적으로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다. 올해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50조원 규모다. 귀만 솔깃하게 만드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제10의 아해는 다시 등장한 킹크랩 즉 매크로 엔진과 이른바 ‘좌표찍는 사람’들의 실체다. 중국인 댓글부대까지 거론되는 이들의 공격과 활동은 특정 포털의 언론사 댓글게시판에 가보면 실제 확인이 가능하다. ‘좋아요’가 춤을 추고 있다. 제11의 아해는 다시 돌아온 황야의 총잡이, 반일프레임이다. 친북에서 반일, 반미로 갔다가 총선 때 쓰려고 아껴두었던 친중프레임이 코로나로 반중정서가 강해지자 다시 반일프레임으로 돌아섰다. 제12의 아해는 공수처법과 함께 국회에서 4+1로 그 난리를 쳤던 연동형 비례 선거제도다. 야합인지 담합인지, 위성인지 위장정당인지 알 수 없지만 눈앞의 이익에 말짱도루묵 누더기 선거제도가 되어 버렸다. 의도가 불순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제13의 아해는 원포인트 개헌 발의다. 국민 100만명이 동의하면 개헌발의를 할 수있도록 하자는 ’갑톡튀‘ 개헌 발의는 국무회의까지 통과했다. 국민의 직접 참여기회 제공이 명분이지만 왜 이 시점인지 납득이 어렵다. 코로나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는데 엉뚱한 개헌타령이다. 김무성을 비롯한 야당의 통합당 의원 23명까지 가세한 이번 개헌발의는 결국 분권적 책임총리제 또는 이원집원부제 도입을 염두에 둔 현 여권의 총선 물타기 전략, 문대통령 탄핵 방패 전략이라는 두 가지 복심이자 본래 그려놓은 그림이라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제12의 아해와 제13의 아해는 토사와 상관없이 구팽이 눈에 보인다.

불과 두세달도 안되는 사이에 이렇게 무서운 13인의 아해들이 한순간에 나타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저 생각나는 단어라는 게 아사리판, 난장판, 아수라장, 복마전, 내로남불, 후안무치, 적반하장, 토사구팽 등등이다. 오감도라는 시를 짓던 이상이 느낀 당시 세월의 가슴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이해시켜 줄 법한 현대판 13인의 무서운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과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러케뿐이모혓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진주대로 988, 4층 (칠암동)
  • 대표전화 : 055-743-8000
  • 팩스 : 055-748-14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선효
  • 법인명 : 주식회사 경남미디어
  • 제호 : 경남미디어
  • 등록번호 : 경남 아 02393
  • 등록일 : 2018-09-19
  • 발행일 : 2018-11-11
  • 발행인 : 황인태
  • 편집인 : 황인태
  • 경남미디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7481400@daum.net
ND소프트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선효 055-743-8000 7438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