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학생인권조례 공청회 결국 파행
경남학생인권조례 공청회 결국 파행
  • 조현웅 기자
  • 승인 2018.12.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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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진주 등 5곳 모두 반대측 임사 불참·퇴장으로 반쪽짜리
지난 19일 열린 제2차 진주권 공청회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반대 측 전상우 학부모가 공정성 등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하고 퇴장하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제2차 진주권 공청회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반대 측 전상우 학부모가 공정성 등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하고 퇴장하고 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찬반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경남학생인권조례안 의견 수렴 위한 공청회가 지난 19일 오후 3시 진주, 창원, 김해, 양산, 통영 등 5개 권역 지역교육지원청에서 각각 진행됐다.

이날 공청회는 제1차 공청회에서 찬성 측 패널이 반대 측 패널 수보다 많았다는 지적에 따라 공정성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발표자를 공개모집해 찬반 패널 수를 동률로 맞췄다. 하지만 5개 권역 공청회서 반대 측 패널로 참여하기로 한 15명 중 14명이 제2차 공청회에 불참하며 사실상 반쪽짜리 공청회가 진행됐다.

반대 측 “공청회 장소 유출 등 사전 모의로 공정성 잃어”

찬성 측 “반대 측 약속 깨고 공청회 파행으로 몰고 있다”

도교육청 “민주적 절차에 따라 예정대로 도민 의견 수렴”

이처럼 반쪽짜리 공청회가 진행된 이유는 반대 측에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이 2차 공청회 장소를 미리 찬성단체에 유출하는 등 사전 모의를 했기 때문에 공청회 과정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반대 측 주장이다.

경남시민단체 연합 등 반대단체는 2차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불공정 공청회”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남학생인권조례안 발의에 대한 가처분 신청의 창원지방법원 신문기일이 오는 1월 11일 오후 2시10분에 지정된 만큼 그때까지 공청회를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하며 불참을 선언했다.

5개권역추가공청회 공동추진위원회 역시 “지난 1차 공청회의 부당함에 대해 교육감의 해명과 조치를 요구했지만 어떠한 해명이나 조치가 없었고 2차 역시 불공정의 연속으로, 2차 공청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천명하고 불참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에 경남학생인권조례 제2차 공청회는 반대 측 패널이 대부분 불참한 채 파행적으로 진행됐다. 진주권 공청회는 반대 측 패널 3명 중 1명만 참석한 뒤 공청회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며 곧바로 퇴장해 찬성 측 패널만으로 진행됐다. 창원권, 김해권, 통영권 공청회는 반대 측 패널이 모두 불참했다. 유일하게 양산권 공청회에서만 반대 측 패널 가운데 학생 1명만 참석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물시민연대 등 찬성단체는 “반대 측이 약속을 깨고 공청회를 파행으로 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경남교육청은 일부 반대 측이 느닷없이 불참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불참 선언에 상관없이 투명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이미 참가 신청을 마친 경남도민들의 의사를 수렴하는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계획대로 집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교육청은 1, 2차 공청회 등을 통해 수렴한 의견을 종합해 조례안 수정 여부를 결정하고, 내년 도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2차 공청회 어떤 얘기 오갔나

진주권 제2차 공청회 찬성 패널로는 채수형 교사·서정인 학생·이경희 학부모, 반대 패널로는 전상우 학부모·김고은 학생·이대흠 지역민이다. 반대 측 패널 중 전상우 학부모는 불참을 선언하며 퇴장했고 김고은 학생과 이대흠 지역민은 자리에 오지 않았다. 다음은 찬성 측 주장이다.

채수형 교사는 “인권은 불가침의 권리라며 이에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인권은 신성불가침 한 것이다. 세계인권선언도, 우리나라 헌법도 이를 보장하고 있고 우리나라 초중등교육법도 학교 설립자, 경영자, 학교장은 학생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인 학생은 “학생으로서 겪고 있는 학교 안에서의 불합리함을 이야기하고 이를 타개하려면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학교는 학생들의 개성 추구를 막고, 사생활 침해가 빈번히 일어나며, 성적에 따라 특수반을 만드는 등 차별이 일어나고 성희롱, 성차별, 사실상의 강제적 야간자율학습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예를 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경희 학부모는 학생인권조례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 학부모는 학생인권조례안 17조 ‘교직원은 성폭력 피해나 성관계 경험이 있는 학생에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들고 “학부모, 학생, 경찰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게 어른이 할 일인데 이 조항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놔두라는 의미”라며 삭제를 요구했다. 또한 “18세 이하 청소년은 전두엽이 덜 자라 성적 욕망을 절제할 수 없다”며 “학교에서 인권교육을 한다는데 인권교육보다는 인성교육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도민들의 의견 표명과 질의도 이어졌다. 거창에서 왔다는 한 학부모는 “학생, 아이들이 보는데서 최근 동성애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며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을 문제 삼았다. 이에 채수형 교사는 “이성 연애이든 동성 연애이든 평등의 원칙에서 바라봤으면 한다”고 답했다.

산청에서 온 한 학부모는 “학생 인권조례는 있는데 학부모, 교사 인권조례는 왜 없냐”고 질문했다. 이에 채수형 교사는 “인권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개념이고,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건 상대적 약자인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돼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정인 학생은 이 질문에 “대기업 보호 법률은 없지만, 중소기업보호 법률은 있지 않나. 이와 같은 논리”라고 덧붙였다.

진지한 논의는 뒷전…끝없는 평행선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은 ▲학생의 자유권 ▲두발 등 용모와 복장, 휴대전화 사용 등에 있어서의 자율성 보장 원칙 ▲특정한 상황을 이유로 학생을 차별하지 않을 것 ▲학칙을 정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 ▲침해된 인권 보장과 개선을 위한 기구 운영 등을 포함해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학교 구성원이 상호 존중받는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의 인권 신장을 위한 진지한 논의는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1월 20일 제1차 공청회에선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른들의 격렬한 몸싸움으로 인해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했다. 2차 공청회에서도 반대 측이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며 대거 불참하면서 파행됐다. 공청회장 밖에서는 찬·반 간 맞불집회가 열려 고성이 오갔다.

진주권 공청회에 참가한 한 학생은 “학생들의 인권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논의하는 자리인데, 인권문제는 고사하고 어른들 간 갈등만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학생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달라”고 부탁했다.

조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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