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세상엿보기]공원 아침풍경
[김용희의세상엿보기]공원 아침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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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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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시인·수필가
김용희 시인·수필가

근린공원, 까치 한마리가 저만치서 나무가지 하나물고 날아 올라 입지와 전망좋은 곳에 집을 짓는다. 까치부부가 겨울 아침햇살을 받으며 분주하다. 그들 나름의 장미빛 인생을 꿈꾸며. 그들이 만들어 가는 꿈의 자리, 건축 근로현장을 동영상으로 찍는다. 한 마리가 일 손(일입?)을 멈추고 감시를 한다. 카메라인지 혹은 새총인지..

그에 앞서 고양이 한마리가 살금살금 낮은 포복을 하고 있었다. 뭔가를 노리고 접근하는 것 같아 눈길 따라 가보니 낮은 나무가지에 까치 한 마리 앉아 깍깍대고 있었다. 이내 까치는 날아가고 그녀석도 언제 그랫냐는 듯 춥지 않은 겨울아침을 어슬렁거린다. 목련은 벌써 꽃 몽우리를 맺었다.

어느 할머니가 전도지를 한 장 내밀고 간다. ‘평화가 올까요?’ 란 질문지다.

까치가 고양이에게 당했으면 그건 감당못할 슬픔이다.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고양이도 계속 굶으면 그 또한 마찬가지다. 그게 생태계인데 어찌 평화가 가능할까? 애시당초 평화는 불가능한 것이 생태계구조다.늘 사주경계를 해야 하고 상대방의 행동이 호의인지 호의를 가장한 공격인지, 아슬아슬하게 불안하게 그러면서도 친밀감을 쌓아가야 하는 게 살아있는 것들의 구조다.

전도지처럼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랐기에 근본적 평화가 왔을까? 십자가를 지려고 오셨고, 십자가위에서 "다 이루었다"고 하신 분. "엘리 엘리 라마 사막다니"(주여 주여 왜 저를 버리시나이까)의 지독한 고통을 너머 그분의 일을 완성하신 분. 방언도 폐하고 사랑만이 남을 것이라는 분.

크리스마스, 연말 연시, 새해가 밝았다. 생태계의 구조를 체념으로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능력과 의지와 수고가 가능한 것이 인간이라면. 지구황폐화를 자각하고 소외된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경쟁자까지도 끌어안으며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이 크리스마스의 의미이며 인간존재의 존엄 아닐까?


인간 삶도 오로지 양육강식 이어야 한다면 그건 인간이 지구에 가장 위협적인 동물일 것이라는 유발 할라리의 견해가 옳다. 새해에는 "평화가 올까요?" 란 질문에 "우린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답변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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