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이분법 정치
[하동근칼럼東松餘談] 이분법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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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2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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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3년 5개월이 지나고 있다. 22년 5월 임기까지는 앞으로 1년 7개월이 남아있다. 그동안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여러 정책의 결과로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에는 공통점이 있다. 부자와 빈자, 친일과 반일, 적폐와 개혁 등으로 국민과 사회 전체를 양쪽으로 갈라놓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 현상의 바탕은 사회적 병폐를 상대 정파의 부패와 비리 탓으로 치부하고, 자신들이야 말로 절대선이라는 의식에서 비롯된 듯하다. 적폐청산이나 토착왜구 등의 용어에는 아예 대결구도와 이분법적인 사고가 내재되어 있다. 정부출범 초기 적폐청산이라는 국가 과제를 표방했을 때는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누적된 갖가지 사회적 병폐를 구조적으로 청산해, 부조리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정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좋은 나라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진 바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적폐청산은 사회 병폐의 원인을 진단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아낸 뒤 해결책을 제시해 나가는 구조 개혁적인 정책이 아니라, 자신들이 집권하기 이전의 모든 것은 악이고, 자신들만 선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이른바 분풀이 정치, 편가르기 정책, 뒤엎기 정책, 자파 감싸기 정책을 일관되게 진행했다. 결과는 상대 정파의 인물과 세력을 제거하고, 세계적으로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는 원자력 산업을 폐기하고,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적폐청산이 되고 말았다. 국민들의 숙원이자 정작 개선되어야 할 사회적 병폐는 아직도 방치된 것이 많다.

야심차게 손을 댄 소득 주도 성장은 오히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이어졌고, 공공부문은 비대해졌으며, 자영업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중산층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정책 또한 ‘즉흥적’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아마추어 수준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소득격차가 해소된 것도 아니었다. 부동산 정책은 어떤가? 임대인과 임차인을 완전히 갈라놓았고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값이 올랐다. 시장의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부동산 정책은 24번이나 보강공사를 했는데도 급기야 전세시장은 이제 대책이 없을 정도로 막다른 길목으로 들어서고 있다. 의사파업 때는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치는 신공을 대통령이 직접 선보인 바 있다.

코로나 사태를 이용해 사회의 불만표출을 교묘히 억제하고 있는 가운데, 압도적인 총선 결과를 배경으로 한 현 정부의 진영논리 정치는 그동안 자신들의 편에 서서 적폐청산 작업에 충실히 역할을 해준 검찰 조직의 수장조차 자파 인물이 관련된 입시부정과 금융비리 사건 등을 수사한다는 이유로 사퇴압박을 가하고 있다. 누가 봐도 토사구팽이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운 검찰 인사는 오히려 자가당착적인 측면이 강하다. 시키는 대로 일 잘하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 검찰개혁인지? 중립성을 완벽하게 보장해서 비리청산을 철저하게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검찰개혁인지? 진정한 의미의 검찰개혁이 무엇인지 더욱 헷갈리게 하는 요즘이다. 공수처법을 서두르는 이유와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알만하다.

특정 정당에 편중된 총선 결과가 가져다 준 정치구도는 이처럼 다수 만능주의를 불러왔다. 다수라는 이유로 승자승 독식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일반화되었고, 배려와 존중, 상호견제라는 민주주의의 절대 가치는 자취를 감추었다. 오직 너는 죽고 나는 산다는 단순 논리 외에는 어떤 정치 방정식도 통하지 않는 메마르고 삭막한 정치풍토만 독풀처럼 번지고 있다. 트레이드마크인 ‘내로남불’은 진보논객 강준만 교수조차 비평을 포기할 정도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후 출간한 ‘진보의 미래’라는 책에서 ‘진보도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수용의 정도를 가지고 타협할 것은 타협해야 하며, 관용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열린 사고를 해야 현명한 진보’라고 한 말이 더욱 아쉬운 시절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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