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끝이라도 잡아보려 무작정 자전거 길을 간다. 울툴불퉁 허물어진 포장도로에서 바퀴가 구멍났다. 여기가 어딘지 해 지는 거리에서 망연자실 서 있다. 작은 녀석에게 전화를 건다. 차 가져올 수 있겠냐고. 얼마간 기다리란다. 도착시각을 알려준다. 낯선 거리 지는 낙엽 사이로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어느 중년 배우가 구순 부모는 요양원에 맡기고 밤샘 노역을 한다. 삶의 힘과 이유가 되어 줄 가족이 있기에. 어느 모친은 힘겹게 버티다 삶을 마감하는 개그맨 딸을 따라 삶을 마감한다. 이 가을이 이리도 슬픔으로 저물어 가는 모습이다. 삶의 끝자락에서 옅어져 가는 기억들 붙들고 어느 한 할아버지가 운다. 젊은 시절 돈 만들 길이 없어 강원도 산골에서 나무해다 팔던 기억 되새기며 운다. 이 가을도 한가하게 낭만을 읊조릴 여유가 없다. 통장 잔고가 비어버린 무책임한 가장을 둔 주부는 전단지를 들고 길을 나선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돈으로 산다. 복권방 토요일의 긴 줄은 기다림의 줄이다. 이런 고통 지워줄 기약 없는 기대와 기다림의 줄이다. 그 복권방 앞에도 가을 낙엽은 지지만 그건 먼 나라 아득한 일이 된다. 먹을 만큼 이미 벌어뒀다는 중년 부부는 가을 길에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자전거길 끝에서 지는 가을 햇살이 슬프던 날. 주저앉은 바퀴로 회귀하지 못하는 애비를 실러 와준 아들, 도착시각 알려주고 어디 들어가서 몸 데우고 기다리고 있으란 녀석의 메시지가 그래도 이 가을을 덜 외롭게 한다.
우린 무엇으로 사는가? 아무래도 정으로 사는 게다. 가족이 있어 막일로 밤을 새우는 배우처럼 그렇게 정으로 사는 게다. 지난 여름 한 주의 시든 시간을 친구와 길가던 녀석이 “아빠~!” 라 불러준 날 잎들이 다시 푸르게 보였듯이. 우린 정으로 사는 게다. 줄 정과 받을 정으로. 이 가을 저 낙엽 또한 자연이 베풀어준 사랑이요 감성의 편지로 여기어 그렇게 정으로 또 하루를 사는 게다.
여긴 어디일까? 늦은 가을 지는 해를 보며 낯선 거리를 찾아오는 아이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