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랑] 제자들과의 일본여행 (1)
[오! 사랑] 제자들과의 일본여행 (1)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2.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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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명의 제자들과의 3박4일
추억의 일본여행
학생들이 척척 알아서 음식주문
1년간 배운 일본어인데...
내버려두고 가도 될 듯 보였다
정도순 교사
정도순 교사

명신고등학교는 1983년에 개교하여 역사가 그다지 길지 않은 공립학교이다. 진주시 중심부에서 떨어진 변두리로 시내학생이 통학하기에는 거리가 멀고 주변 환경도 좋지 않아 불편이 많은 학교이다. 추첨을 하는 고등학교입시에서 명신은 본인이 희망해서 입학하는 학생은 학급에 5명 내외이다.

하지만 반전은 그 이후에 온다. 졸업할 즈음에 3학년에게 설문조사를 하면 명신고등학교에 진학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학생이 90%이상을 차지할 정도이다. 학교에 오고 난 이후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교복자율화에 두발자유화. 학교의 대표적인 시책으로 인해 교복착용을 희망하거나 자율로 인해 자칫 타 학교에 비해 성적이 떨어지거나 잘못될까 우려하는 학부형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어른들이 걱정하는 가운데서도 학생스스로 질서를 잡아가고 학생이 참여하는 활동이 점차 많아져 지금은 학부모들의 우려와 걱정보다는 창의적인 활동이 많은 것이 명신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나는 일본어 교사로 4년차였다. 어느 날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학생들을 데리고 일본여행을 계획해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렇게 해서 제자들과의 3박4일 추억의 일본여행이 시작되었다. 처음 여행을 기획할 때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종 접수결과 1, 2학년 합쳐서 26명이 여행에 참가하게 됐다. 일정은 부산에서 배로 후쿠오카에 도착해 온천으로 유명한 벳부, 우동으로 유명한 나가사키, 아소산 등을 다녀오는 코스였다.

학생들의 기념촬영.
학생들의 기념촬영.

2009년 1월 29일, 인솔자인 나와 26명의 제자들은 학교에서 여러 선생님들의 배웅을 받으며 부산 여객터미널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후였다. 버스 안에서 여행일정을 설명하고 또 1,2학년 26명 학생들의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4시30분경 부산항에 도착하니 비는 그치고 구름사이로 햇살이 비쳤다.

5시에 출국수속을 밟기 위해 항구2층으로 짐을 옮겨 간이의자에 앉아 1시간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학생들은 서로의 디카에 친구들의 모습을 담았다. 다들 일본여행이 처음이라 상기된 표정이었다.

일본에 반쯤 온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일본어. 6시에 출국심사를 끝내고 뉴카멜리아 호에 승선을 했다. 뉴카멜리아 객실은 나름대로 깨끗하고 바다에 떠 있는 호텔이라 말할 정도로 넓은 공간에서 아늑한 시간을 보내고 활동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후쿠오카 항에 도착하니 타워가보이고 시내가 어렴풋하게 보였다. 보이는 것 마다 들리는 것마다 일본어다. 후쿠오카 항에 도착해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오자 미니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쿠오카에서 제일 먼저 향한 곳은 하우스텐보스였다. 하우스텐보스는 중세유럽(17세기 네덜란드)의 거리를 재현한 체재형 리조트이다.하우스텐보스라는 명칭은 현재 네덜란드여왕이 거처하는 ‘팰리스 하우스텐보스’의 재현을 허가받은 것에서 나왔다고 한다.

하우스텐보스.
하우스텐보스.

하우스텐보스는 1992년 3월 25일 큐슈 나가사키 현에서 탄생했다. 일본이 쇄국정책을 고수하던 에도시대, 유일하게 일본 밖으로 문호를 연 무역항구가 바로 나가사키이다. 나가사키가 무역항이다 보니 네덜란드와 교류가 많았다. 네덜란드와 나가사키는 이러한 양국의 역사, 문화적 배경에 대한 공통인식을 하게 되었고, 나아가 네덜란드정부와 많은 일본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하우스텐보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한다.

‘HUIS TEN BOSCH’란 네덜란드어로 ‘숲속의 집’을 뜻하는데 이름다운 신록에 둘러싸인 운하가 흐르는 거리에는 관광객의 시선을 끄는 거리, 숍, 레스토랑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또 택지 내로 들어서면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호텔이 5개나 들어서 있고, 요트정박소와 분양주택지도 갖추고 있었다.

나가사키에서는 하우스텐보스 뿐 아니라 중국유학생들 때문에 유명해진 나가사키 짬뽕이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980엔씩을 주고 각자가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해서 먹었다. 일 년간 배운 일본어로 어설프게 뭔가를 주문하는 아이들 내버려두고 가도 될 듯 보였다. 아이들은 빨간 짬뽕이 아니라서인지 연신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었다. 그런데 먹어보더니 맛이 있었는지 국물까지 다 마시고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밤늦게 사세보에 있는 숙소(호텔)에 도착했고, 각자 배정 받은 방으로 흩어졌다. 난 혼자 방을 썼다(남학생 26명에 홀로 여교사라 할 수 없었지만). 방은 작긴 했지만 그런대로 깔끔했다.

이틀차 첫 일정은 아소산이다. 아소를 여행하는 것은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보려고 하면 무척 힘든 일정으로 다녀야한다. 버스로 이동하면서 산자락이나 나무들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가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아소산 쿠사센리로 올라가는 길. 정상에는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 쿠사센리 초원으로 가는 길에 코메즈카 야마(쌀무덤). 마치 쌀을 쌓아 만든 무덤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까지 아소정상을 3번 와서 3번을 다 올라갔는데. 이번엔 비가 내려 안개가 끼어 불안하더니 아소산로프웨이 까지만 올라가고 기상이 나빠서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아소입구 로프웨이 타는 곳에서 올라가라는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한 20여분을 기다렸으나 비 내린 뒤의 짙은 안개 때문에 분화구를 볼 수 없고 위험하다고 하여 입산이 금지되어 올라갈 수 없다는 방송이 있었다.

모두들 아쉬워했지만 도리 없이 쿠사센리로 가서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일본은 어디에 가도 친절하고 음식이 깔끔해서 여행 내내 숙소나 음식 때문에 신경 쓰이는 일은 없었다. 점심은 뷔페식이었다. - 다음호에 계속 -

일본의 정원을 보며 우아하게 차 한잔.
일본의 정원을 보며 우아하게 차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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