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나를 어디에 두고 온 걸까?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나를 어디에 두고 온 걸까?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1.12.23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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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오늘도 어제 같은 하루를 시작한다. 변하지 않는 일상을 안고 어제처럼 길을 나선다. 나의 발걸음에 겨울새들은 놀라서 푸드득 날개를 펴고 하늘을 향해 잠시 날더니 호수 위에 다시 앉는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의 잘못이라면 나의 발걸음 소리가 조금 났을 뿐이었다. 그네들의 일상을 침범할 마음도 없었고 나의 마음감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어, 그들을 살필 여력이 남아있지도 않았는데, 새들은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놀람을 항의하고 있다. 이것 역시 내 삶의 무게처럼 쑥 밀치고 들어온다. 내가 의도하지도 않았던 그 많은 일들은 모두 나의 몫이었다. 결과에 따라서 물론 나에게 쏟아지는 범위는 달라졌다. 잘못되고 안 좋은 결과가 있을 때만 나의 것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무엇이든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정말 철새가 놀라는 것처럼 나도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경우가 생겼다. 물론 다시 철새처럼 땅으로 내려앉았지만, 나는 내가 내려앉을 땅이 없어졌으면 싶었다. 늘 이런 식으로 나를 여기까지 힘겹게 안고 보듬고 데리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나를 데리고 온 것은 아니었다. 끌려서 어쩔 수 없이 왔을 뿐이었다. 그럼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과거의 어두운 그 시절에, 아니면 현재가 몹시 당황스러워 미리 미래의 불확실한 그곳에 나를 두었을까?

과거가 아름다운 것은 현재가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옛일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대견한 나를 안고, 아니 불쌍한 내가 그곳에 있다. 쇼윈도에 걸린 나는 여전히 행복한 척 웃고 있다. 거울에 비친 나는 과거 속에 오늘을 힘겹게 버티며 서 있다. 나도 다른 이들도 거울에 비친 나를 무시하고 지켜보지 않았다. 그럴수록 나는 내가 없이 그저 시간을 죽이며 살고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거울에 비친 내가 나인지, 쇼윈도 조명 아래 서 있는 내가 나인지 도대체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보낸 세월 속에서 나는 나를 어느 시점에 두고 왔는지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또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진정한 나를 찾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힘들어서 쉽게 살아가는 법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할 것이며,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할 것이다. 나 스스로 쉽게 사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발자국소리를 감추고 걸어야겠다. 철새의 한가로움을 방해하고 싶지 않고, 그들의 영역에 나를 끼워 넣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들의 세상과 내 세상의 구분이 너무나 또렷하니 경계를 적정하게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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