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짓다 / 손병규
미명의 새벽은
흙의 짙은 향기로 오는가
떨림으로 마음이 요동하면
물레를 돌리는 여인
바람이 들고나는 구석진 요장
햇살마저 경외감에 내려앉고
셀 수 없는 발길질에
거친 손이 꽃을 피운다
도공의 부푼 꿈에 젖은 물레는
회한 없이 돌고 돌아
흙에서 생명 하나 꺼내 주고
혼과 불이 어우러져
수없이 쪼개지는 산고를 치르고
장인의 숨결로 빚은
고귀한 천년이 시작된다
손병규 시인의 ‘천년을 짓다’는 천 년 동안 지속될 만큼 아름답고 견고한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의 노력과 열정을 함축한 듯하다.
또 흙에서 빚어낸 천년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인간의 창조성과 영혼의 아름다움을 나타낸 내용으로 분석된다.
손병규 시인은 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소장가로서 기물을 바라보는 눈과 시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우리 선조들의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함께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과 감성을 실어 표현한 듯하다.
시 구절 속에서 첫 구절인 미명의 새벽, 흙의 짙은 향기, 떨리는 마음, 물레를 돌리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 도자기 제작의 시작을 묘사하고, 두 번째 구절의 구석진 요장,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햇살, 셀 수 없는 발길질, 거친 손이 꽃을 피운다는 표현으로 도자기 제작 과정의 힘겨움과 헌신을 강조한 듯하다.
또 그는 세 번째 구절에서 도공의 꿈에 젖은 물레, 회한 없는 회전, 흙에서 생명을 끄집어내는 모습을 통해 도자기 제작 과정의 창조적인 측면을 표현하는가 하면,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시는 혼과 불이 어우러져 겪는 고통, 장인의 숨결로 빚어낸 고귀한 천년이라는 표현으로 도자기 제작 과정의 정신적, 영적인 의미를 담았다.
이러한 표현을 통해 손병규 시인은 시인, 고미술 소장가, 사진작가라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독자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예술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우리 삶의 뿌리를 찾고,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과 감성을 시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