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감사하기, 행복의 첩경
[정용우칼럼] 감사하기, 행복의 첩경
  • 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 승인 2021.12.3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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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깊어가는 겨울, 한 해의 끝자락이다. 거실에 걸어놓은 달력도, 내 책상 앞에 놓여 있는 데스크다이어리도 며칠 있으면 바꾸어야 한다. 연말연시, 이때쯤이면 모두들 서로 간 인사를 전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곤 한다. 인사 중에 ‘행복담론’이 넘쳐나고, 나도 오늘 점심 식사 후 강둑길을 걷고 있던 중 친구로부터 메시지 하나를 받고는 산책길 묵상거리로 삼았다. 영국 BBC 방송의 ‘행복헌장’, 그 글의 말미 부분에 나오는 ‘감사하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걷다보면 어느 길이든 행복하지 않은 길은 없다. 그대 가는 길은 꽃길입니다.’라는 부분. 감사하는 마음이 행복의 필수 조건이라는 이야기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으니 감사하기, 마음만 먹으면 참 쉽다. 굳이 유대인 사회에서처럼 매일 100가지 이상 감사할 거리를 찾지 않아도 된다. 우리네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잠시 시선을 바꾸면 세상사 모든 게 고맙고 감사한 일뿐이다. 감사할 거리가 내 삶의 여정 도처에 널려 있는 셈이다. 식구들이 아프지 않고 화목하게 서로 사랑하는 것,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것, 책을 읽고 사색하고 성찰하는 것, 손주들과 함께 꽃을 가꾸고 운동하는 것, 허물없는 친구들과 사소한 화제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는 것, 가끔은 심심해하며 게으름을 즐기는 것, 아침에 눈을 뜨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고, 내 발로 땅에 버티고 설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러니 크고 작은 세상사 모든 게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내 건강상태도 마찬가지. 내 몸에 수많은 병균이 자리 잡고 있어 내가 이렇게 나약해졌지만 이 또한 생각을 바꾸어 본다. 그 수많은 병균들이 극성을 떨어 나를 죽음에 이르게 하면 어떠하겠는가.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나를 죽음에 이르지 않을 만큼 적당히 봐 주고 있기에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가.

그뿐만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시골에서 혼자 살아가면서 섭취하는 음식물은 다른 사람보다 영양 면에서 부실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오데고?’ 하면서 맛있게 먹으면 이 영양만으로도 내 몸을 유지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 음식물이 나에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이 보태졌겠는가. 그리고 자연이 공짜로 준 혜택을 입고 자라났으니 벼 한 알, 콩 한 알이 그대로 작은 우주가 아니겠는가. 나는 다른 사람들의 고귀한 삶 그리고 한 우주를 먹는 셈이다. 이 쌀 한 알, 콩 한 알이 내가 그렇게 수고하지도 않았는데 내 입으로 들어와 내 몸을 유지하는 자양분이 되어 주고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가.

그러나 세상살이 다양한지라 멀리 있는 특별한 행복만 찾고 있는 사람도 많다. 절실히 원하는 것들이 자신의 바람대로 이뤄졌을 때만 흥분해서 감사하곤 한다.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 황제도 그중의 한 사람. 나폴레옹 황제가 “내 생애 행복한 날은 6일밖에 없었다.”고 했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 서문에서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고 했으니 나폴레옹 황제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주어진 것,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자의 비애다.

이제 한겨울이다. 겨울나무들은 그 잎들을 모두 떨구어내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만 남겨놓고 추위를 견딘다. 인동(忍冬)의 세월을 보내면서 가만히 서 있는 그 모습이 나무의 진짜 모습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지는 나무들의 본연의 아름다움. 사람도 마찬가지다. 활동이 줄어들면 자연 생각이 깊어진다. 찬바람이 가져다주는 사고의 여백. 겨울이 되면서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나. 이 겨울을 보내면서 우리가 행복한 삶을 유지해나가는데 진짜 필요한 것, 즉 가지고 가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래서 겨울은 나를 돌아보기 좋은 계절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지난날, 행복을 위해 너무 크고 대단한 것들만 추구해 온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겸손한 자세로 소소한 일상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감사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인데도, 특별한 그 무엇만 찾아 헤맸고 덧셈하는 꿈만 꿨다.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부(富)를 목표로 삼으며, 모든 게 지난해보다 나아져야 행복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 지금 이 시점,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새 달력으로 바꾸어 걸듯이 이제 한 마음 바꾸어보는 거다. 우리네 삶에서 주어진 것, 가진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자세를 견지하는 것. 진짜 특별하고 소중한 것은 언제나 단순하고 명료하다. 매사에 감사하기. 이런 삶의 자세를 갖게 된다면 시각·청각 장애에 시달렸던 헬렌 켈러처럼 “내 생애 행복하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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