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통신조회의 의미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통신조회의 의미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1.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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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지상파 방송사의 인터넷 자회사 대표를 하고 있었던 당시 일이다. 업무내용에 대한 결재 과정에서 있었던 일로 실무자가 경찰에서 특정인이 우리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이 있는지 조사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들이민다. 범법 혐의가 있는 사안에 관련이 있는 인물이 특정한 일시에 사이트에 접속한 사실이 있는지 했다면 어느 주소에서 접속해왔는지 확인을 해달라는 요청사항이었다. 경찰 요청 사항이니까 아무 생각 없이 확인해보고 알려주라고 했다가 특정 개인의 인터넷 접속 사실도 정보나 사정당국이나 알고자 하면 얼마든지 알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말이 새삼 새롭게 다가왔고 문득 조지오웰의 ‘1984년’이란 소설제목이 떠오르며 사이버 시대가 본격화되면 오히려 개인의 인권과 정보가 앞으로 얼마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지나 않을지 우려를 한 적이 있다.

대선 선거판이 요동을 치는 요즘, 또 하나 풍랑으로 다가온 것이 통신조회에 대한 논란이다. 고위직의 부정부패를 찾아내고 견제하겠다는 차원에서 이 정부가 설립한 공수처가 야당 국회의원과 야당 대선 후보인 윤석열 후보 부부, 그리고 100여명이 넘는 법조출입기자와 시민단체 관계자, 법학교수, 변호사 등에 대해 통신조회를 한 사실을 놓고 그 적법성을 놓고 또 어디까지 관행이고 사찰인지 논란인지? 또 납득할 수 있는 사안인지 아니면 수사대상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인지 그 구분과 기준을 놓고 여야가 또 치열한 공방전이다. 더구나 여당은 자신들의 입장이 곤란하니까 현 야당후보가 검찰 총장으로 재직 당시 수만 건의 통신조회를 했으니까 야당후보도 문제가 있다고 억지 역공세를 펴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정부 들어 개인정보 침해가 많았다는 사실을 역으로 인정하는 셈이 되는데도 말이다.

통신조회에는 두 가지 조회가 있다. 하나는 개인의 통신사 가입 정보나 가입자의 개인정보 등을 알아보는 이른바 ‘통신자료 조회’라는 개념의 통신조회가 있고, 두 번째는 통화사실 및 내역을 알아보거나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알아보는 행위로 ‘특정 개인의 통화내역 조회’ 또는 ‘통신영장 집행의 개념인 통신사실 확인 자료 조회’ 차원의 통신조회가 있다. 공수처가 저지른 통신조회는 이 두 가지 사안 모두 해당되지만, 사안의 심각성은 통신사실 확인 자료 조회이다. 통신사실 조회는 통화, 문자시간과 장소 위치, 착발신 번호까지 특정인의 통신내역 전부를 말한다. 그래서 법원의 통신영장이 필요하다. 공수처가 이번에 조회한 특정언론사의 기자들에 대한 통신조회의 목적에 비판보도에 대한 취재원을 찾아내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면 직권 남용혐의로 처벌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도 하다.

문제는 사정당국의 개인에 대한 이같은 통신조회 행위가 과거에도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해당 기관에서는 재발 방지를 약속해 온 경위가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관행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시대적 흐름과도 맞지도 않고 또 쉽게 용납하기 어려운 세태가 되었음은 부정할 수가 없다는 데에 있다. 더구나 공수처가 조회를 했다는 언론사 기자는 수사대상자도 아니었다. 그냥 임의로 뒷조사를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법적 행위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수처의 이 같은 태도는 정치사찰에 이어 언론사찰까지 벌이고 있다는 지탄을 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검찰 개혁의 의미가 퇴색되는 일탈이기도 하다. 조회당사자의 가족까지 탈탈 털렸다는 점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공수처는 2019년 결국 엉터리 입법이 되어버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정에서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야당이 여당과 야합해서 의석을 맞바꾸기 차원에서 탄생된 조직이다. 출생부터 모순덩어리인 공수처가 권모술수로 얼룩진 정치판의 사생아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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