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웅 교수의 향토인문학 이야기] 19. 한국 현대예술 발원의 상징인 개천예술제
[강신웅 교수의 향토인문학 이야기] 19. 한국 현대예술 발원의 상징인 개천예술제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7.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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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예술제, 현대예술·문화 발전의 초석으로 거듭나

개천예술제 암울했던 일제강점 시절 잃어버린 민족 문화 복원
한국 예술제 효시로 대통령 직접 개제식 참석 등 명성 드높여
예술제 콘텐츠 여전히 국내·외 타지역 축제보다 다양하고 화려
예술제 창제 앞장선 설창수의 애향심·문학성 발양광대 시켜야

제48회 개천예술제 가장행렬 모습.
제48회 개천예술제 가장행렬 모습.

개천예술제는 1949년 정부수립과 독립 1주년을 기리고, 예술문화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영남예술제’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10년 후인 1959년 지금의 ‘개천예술제’로 명칭을 변경하였으며, 1964년부터 1968년까지는 대통령이 직접 개제식(開祭式)에 참석하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초의 예술제로 명성을 드높였다. 한때는 우리나라 예술문화 분야 거성(巨星)들의 만남과 소통의 장이 되기도 했다. 1974년에는 순수예술의 대중화라는 주제로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였으며, 1983년(33회)에는 경상남도 종합예술제로 지정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처럼 변화와 혁신을 통해 발전해온 진주 개천예술제는 2011년에는 61회째 행사를 개최하여, 한국 최고의 향토문화예술제로서 명성을 유지하며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특히 개천예술제의 경연대회는 예술문화 분야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어 인지도(認知度)가 매우 높다. 개천예술제 창제에 앞장서고, 창제취지문(創製趣旨文)을 기초한 분은 파성 설창수(薛昌洙: 1916∼1998년) 선생이다.

개천예술제 창제취지문에는, 일제강점기시절 잃어버렸던 우리의 전통문화와 예술의 부활에 대한 열망이 가득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민족혼과 예술혼을 접목시키려는 파성, 설창수 선생의 독특한 정신은, 그가 지은 시(詩)의 세계에도 잘 나타나 있다고 한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시를 종교처럼 믿고 사랑했던 그는 700여편의 시, 1백여 편의 수필, 8편의 희곡까지 남기는 등 우리시대 문화예술계의 개척자요, 선구자로 기억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우선 그의 제1회 개천예술제의 창제취지문(創製趣旨文)을 기술하기로 한다.

<단기 4282년(1949년)도 제1회 개천예술제 창제 취지문>

“하늘과 땅이 있는 곳에 꽃이 피는 것과 같이, 인류의 역사가 잇는 곳에 문화의 꽃이 피는 것은 아름다운 우주의 섭리가 아닐 수 없다. 에술은 문화의 또 한겹 그윽한 꽃이요, 에술이 없는 세게는 향기와 인간 정신의 참다운 결실이 없는 것이다. 한 때 예술이란 권력자를 위하여 궁중의 비원에 피는 꽃인 줄만 알았으나, 온전한 예술이란 사람의 목숨과 같이 영원히 자유롭고 대중적인 것이다. 기름지고 오랜 땅 위에 커다란 꽃송이가 피어나듯이, 힘차고 참된 마음 위에서만 위대한 예술은 꽃피는 것이다. 포학의 모진 겨울에서 해방된 우리 겨레의 목숨위에, 그 깊숙한 서라벌의 예술적 피는 바야흐로 꿈틀거리며 새로운 백화난만(百花爛漫)을 설계하고 있다. 여기 독립된 1주년을 기리 아로 새기고 엄연하게 되살아난 겨울의 아우성과 마음의 노래와 그 꽃의 일대 성전을 사도 진주에 이룩하여, 젊은 전 영남의 정신으로 개천의 제단 앞에 삼가히 받들기를 뜻하는 바이다.”

이어 세월이 흘러 2004년 개천예술제의 제2창제 취지문이 만들어 졌는데, 여기에는 시대의 변혁에 부응하여 통일염원과 민족 화합형 축제로 발전시키고자하는 미래지향적이며 진취적인 기상을 담고 있다.

행사의 구체적 내용으로는 우선 전야제로 생화채화, 호국타종, 성화봉송 및 안치, 제향, 봄꽃놀이, 마당극 등이 열리고, 개제식에는 식전음악회, 개제식, 가장행렬 등이 열린다.

그 밖에도 각종 경연대회가 열린다. 예술경연으로는 국악경연, 시조경창대회, 무용경연대회, 학생백일장, 한시백일장, 시낭송, 미술 공보 대회, 사진촬영대회, 학생연극제, 남가람가요제, 음악경연대회 등이 열렸다. 민속 경연으로는 진주 전국민족소싸움대회, 전국 연날리기 대회, 남녀 궁도 대회, 웅변대회 및 삼천포 농악 발표회 등이 열렸다.

그 외에도 2006년 이후에는 열린음악회, 개천합창제, 청소년축제, 진주실크 패션쇼, 수변음악회, 남인수가요제, 종야제가 열렸다. 또한 각종 전시회도 열렸는데, 개천미술실기대회 입상작이 전시되고, 개천미술공모 대상전 추천 초대작가전도 열리고 있다.

끝으로, 본 축제의 의미와 평가를 살펴 본다면, 본 개천예술제는 우리나라 예술제의 효시(嚆矢)라는 점에서 아주 큰 의미가 있으며, 전국에서 손 꼽히는 종합예술제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개천예술제는 그 동안에 전통 예술 경연을 통해 우리의 예술문화 발전에 많은 기여(寄與)를 해왔고, 지역 문화 발전에 이바지 한바가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현재 진주개천에술제는 거의 50년후인 2000년도에 시작된 진주남강유등축제 보다 고유성이나 독자적 전통성도 많이 변질되어 가고, 규모 면에서도 적지않게 간소해지고 약화되어서, 70년역사의 전국적인 지방축제인 진주개천예술제의 정체성(停滯性)과 정통성(正統性)을 아끼는 지역의 많은이들이 매우 안타까워하는 실정이다.

강신웅(姜信雄)

본지 주필

전 경상대학교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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