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교감이라는 치료제
[정용우칼럼] 교감이라는 치료제
  •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 승인 2022.04.12 1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4월이 되면 나는 좀 바빠진다. 엄밀히 말해 내가 바쁜 게 아니라 아내가 바쁘다. 나는 그저 아내 따라다니는 것 정도. 내 손주 둘이 이달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제 일년이 되었으니 돌이다. 코로나로 인해 돌잔치는 예전처럼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흉내는 낸다. 스튜디오에서 사진도 찍고 가까운 가족끼리지만 음식점에서 식사도 한다. 오늘은 내 아들의 둘째 딸 돌잔치 날이다. 휘장 설치, 돌잡이 준비 등을 위해 아들은 먼저 음식점으로 가고 여자들은 첫째 아이 몸치장, 자기 몸치장 등으로 바쁘다. 하여 둘째 아이는 잠시지만 나에게 맡겨졌다. 나는 아이들 돌보는데 서툴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 등을 서비스할 줄은 안다. 그날도 같은 방식으로 손주를 돌본다.

나와 오늘 돌잔치 주인공인 손주는 소파에 나란히 앉는다. 내가 버트와플이라는 과자를 작게 쪼개어 입에 넣어주면 쏙쏙 받아먹는다. 마치 어미 제비가 새끼 제비에게 음식물을 입에 넣어주는 것과 비슷하다. 오물오물 씹어 삼키면서 맛있다는 듯이 살짝 웃는다. 그 웃는 모습이 귀엽다. 이런 방식으로 계속해서 나와 아이 간의 유대는 계속된다. 그러는 중 내 전화기가 울렸다. 전화를 받느라 과자 떼어주기를 잠시 멈추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가 스스로 옆에 놓여 있는 과자를 집어 먹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잠깐 동안에 일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내가 과자를 떼어주지 않으니 그 앙증맞은 손으로 내 무릎을 탁 치는 것이었다. 스스로 과자를 집어먹는 대신 과자 떼어 달라는 의사표시로 내 무릎을 탁 쳐 준 행위가 참으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밀려왔다. 우리 간의 관계의 창조다. 그것도 처음으로 이루어진 교감이다. 이제까지는 나만 보면 울곤 했다. 아내와 함께 있을 때도 할머니를 보고는 울지 않지만 나를 빤히 쳐다보고는 그만 울어버린다. 자주 보지 않아서 그렇단다. 낯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가 느닷없이 울어버리면 당황하여 오랫동안 그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제 나를 알아보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돌이 되었으니 그만큼 컸다는 이야기다. 오늘 우리 작은 예쁜이가 나에게 건네준 그 의미 있는 한 행위로 말미암아 나는 참 행복했다. 이 세상에서 태어난 한 새 생명과 이루어진 지고지순한 관계의 창조이며 처음 느껴보는 공감적 희열이다. 너무 예쁘고 귀여워 간간이 미소 지어 주는 아이의 볼을 꼬집기도 하고 이마에 박치기를 해주기도 한다.

옥시토신 바소프레신이라고 불리는 호르몬이 있다. 통증과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즐거운 감정을 촉진하는 기능이 있어 ‘행복호르몬’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포옹을 많이 하란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껴안을 때 이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고 한다. 서로 껴안을 수 없다면 다정하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단다. 2015년 ‘사이언스’에 게재된 일본 연구팀의 논문은 강아지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는 동안 인체의 옥시토신 분비가 촉진된다는 사실을 포착했고 미국 미주리대학 연구팀도 15분간 반려견과 노는 실험을 통해 세로토닌 분비량 증가를 확인했단다. 여기서는 우리의 교감대상이 반려동물인 강아지다. 반려동물인 강아지와 교감할 때도 그랬다면 우리 새 생명인 손주를 바라볼 때는 어떻겠는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행복호르몬이 만들어질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나는 오늘 우리 새 생명을 내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뛰어넘어 서로 간에 교감을 나누었다. 요 근래 여러 가지 병고로 우울해진 나는 손주와 서로 교감을 나누면서 어느 때보다 훨씬 더 행복감을 느꼈다. 보이지는 않지만 내 몸에 옥시토신 바소프레신이 넘쳐흘렀으리라. 병고로 인해 초래된 우울증이 싹 가시는 느낌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아명을 약아(藥兒)라 짓기도 했나 보다. 참 탁월한 작명이다.

우리 예쁜이의 돌잔치는 시끌벅적하게 진행되었다. 돌을 맞는 우리 예쁜이가 중심이 되어 사진을 여럿 찍었고 마지막으로 돌잡이 행사도 가졌다. 평소 고급 장남감에 물든 탓인지 쉽게 물건을 잡지 않아 며느리는 애가 탄다. 드디어 청진기를 집어 들어 모두들 박수를 쳐댄다. 이렇게 잔치를 끝내고 우리는 다시 헤어져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화단을 둘러본다. 화단에서 이름답게 피어난 꽃들 위에 오늘 돌잔치를 마친 우리 예쁜이 얼굴을 그려 넣어 본다. 그래서인지 꽃잎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 꽃잎 위로 봄바람이 스쳐지나간다. 부드럽고 따뜻하다. 덕분에 힘들고 지친 내 내면에도 봄바람 같은 온기가 있음을 알아차린다. 이 온기로 오늘 돌잔치 주인공 우리 예쁜이를 모시고 받들 일이다. 이것만이 병고로 힘든 나에게 훌륭한 치료약이 되어준 데 대한 보답일지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진주대로 988, 4층 (칠암동)
  • 대표전화 : 055-743-8000
  • 팩스 : 055-748-14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선효
  • 법인명 : 주식회사 경남미디어
  • 제호 : 경남미디어
  • 등록번호 : 경남 아 02393
  • 등록일 : 2018-09-19
  • 발행일 : 2018-11-11
  • 발행인 : 황인태
  • 편집인 : 황인태
  • 경남미디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7481400@daum.net
ND소프트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선효 055-743-8000 7438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