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특별기고] 허형도 창원 경상고등학교 교장 _ 한 사람의 가치관의 틀은 가정에서 형성된다
[가정의달 특별기고] 허형도 창원 경상고등학교 교장 _ 한 사람의 가치관의 틀은 가정에서 형성된다
  • 허형도 창원 경상고등학교 교장
  • 승인 2024.04.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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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한 사람의 가치관의 틀을 형성하는 곳
가정을 통해 세상을 가장 먼저 경험하기 때문이다
가정은 쉼의 장소이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곳
어떤 어려움에도 다시 회복하여 일어날 수 있는 힘
회복탄력성은 건강한 가정에서 비롯된다
허형도 창원 경상고등학교 교장
허형도 창원 경상고등학교 교장

한때는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던 때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차라리 안 먹고 말았다. 그러나 요즘은 혼밥, 혼술이 자연스럽다. 그만큼 개인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시대다. 그러나 아무리 혼자가 편한 시대라 해도 언제나 혼자 있을 수는 없다. 원치 않아도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함께보다는 개인이 더 중요시되는 사회, 그래서 어찌 보면 메말라 보이는 현대 사회 속에서 가정도 이제는 그 의미가 많이 옅어지고 희미해졌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이 그럴수록 가정의 정, 고향의 정이 그리워지는 건 무슨 일일까.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아이가 부모의 돌봄 속에 자라나서 어느새 어버이가 되고, 자기 자식을 또 기르고 그러다가 또 할아버지가 되어 손자 손녀를 돌보고,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겨지던 일이 이제는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는지 모른다.

물론 그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지지고 볶으며 사는 치열한 생활의 현장이 있고, 삶의 많은 고민과 매일 마주해야 하는 원수 같은 가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가정이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삶의 원동력이며 건강한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터전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정이 어떤 곳인가. 가정은 태어나서 처음 사회를 배우는 곳이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난 부모나 양육자의 돌봄을 받으며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울음을 울고, 미소를 짓고 무언가를 잡아당기며 자기 표현하는 법을 배워간다. 양육자가 적절하게 반응을 해 주고 먹을 것, 입을 것을 채워주면 세상은 살 만한 곳이 된다.

그래서 가정은 한 사람의 가치관의 틀을 형성하는 곳이기도 하다. 가정을 통해 세상을 가장 먼저 경험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행복을 경험한 사람은 세상에 나가서도 행복을 경험할 거라 기대할 것이다.

그리고 가정은 어린 시절이 지나도 여전히 돌봄의 장소이다. 가정은 쉼의 장소이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곳이다. 부모님이 해주시는 따뜻한 밥을 먹고 사랑의 잔소리를 들으며 몸과 마음이 회복된다. 때론 가정에서 더 큰 갈등을 겪고 힘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갈등은 사랑이 뒷받침된 걱정 어린 마음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이렇게 건강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에게는 소위 말하는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이 있다. 말처럼 어떤 어려움에도 다시 회복하여 일어날 수 있는 힘인 회복탄력성은 외모의 잘생김이나 지능의 우수함 등의 외적인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자존감이 뿌리내리고 있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이며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자존감이 높은 사람,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어떤 일을 실패하더라도,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더라도, 그래서 힘들어서 좌절하고 무너지는 때가 있더라도 언제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있다. 일이 잘못될 수는 있지만, 내가 잘못된 사람인 것은 아닌 걸 알기 때문이다.

넘어져 본 자가 일어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아기가 수천 번 넘어지면서 일어나는 법을 배우듯이 실패와 실수를 통해서 배워가는 것은 어린 시절에 반드시 경험해야 할 소중한 과정이다. 그래서 회복탄력성과 자존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꼭 가정의 양육자가 아니어도 인생에서 만난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 좋은 선배를 통해서도 자존감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정에서 생긴 자존감은 그 가치가 남다를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요즘 힘든 가정이 갈수록 더 많아진다는 소식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겠냐마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우리 학생들이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가정에서 자라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건강한 가정에서 잘 돌봄을 받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자존감 높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육을 잘 받고 이 나라의 든든한 일꾼이 되어 이 사회를 아름답게 변화시켜 가는 것, 그것이 교사의 가장 큰 바람 아니겠는가.

혹여 어려움이 있는 가정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라도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사랑이 담긴 교육을 받으며 자기 인생을 놀랍게 펼쳐나간다면 이것 또한 교사로서 큰 기쁨과 보람일 것이다.

인생에서 딱 한 사람만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기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가정의 달에 아픈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학생들과 또 그 부모들을 생각하며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고 누구보다 환하게 웃음지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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