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호두를 까면서
[하동근칼럼東松餘談] 호두를 까면서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4.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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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하동근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우한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날이 늘어나면서 지인이 보내준 호두를 너무 오래두면 안될 것 같아 심심풀이 삼아 꺼내먹기 시작했다. 뇌 건강에 좋다니 치매 예방차원에서 간식거리로 먹고, 또 남는 것은 반찬으로 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호두를 까면서 느끼는 것이 선물 받은 지 1년 반이나 지났고 그사이 아무렇게나 보관했는데 속 알맹이가 여전히 튼실하다는 점과 껍데기가 참 단단하다는 사실이다. 견과류가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호두는 왜 이렇게 껍데기가 단단할까 궁금해졌다.

갑자기 제철도 아닌 호두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은, 호두껍데기를 까다가 우한 코로나 사태가 팬데믹에 이르러 이제는 각국의 생존전략까지 우려된다는 TV뉴스를 보면서, 찬반이 거듭되는 국경개방과 봉쇄를 둘러싼 정책 논란에 문득 생각이 미쳐서이다. 호두 껍데기와 국경이나 지니는 공통점은 지켜야할 대상을 외부로부터 막아주는 최전방의 보호막이라는 점이다. 호두의 딱딱한 껍질이 속 알맹이를 보호하면서 벌레와 병을 막아 줄 뿐 아니라 온전한 상태로 싹을 틔울 수 있도록 생명력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면, 국경 또한 유사시 자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외국의 침입을 막아주는 최전선이자 경계선이라는 점에서는 새삼 두말이 필요 없는 절대명제이다. 외부 침입방지를 위한 국경봉쇄는 전쟁에서도 필요하지만 이번처럼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글로벌 확산과 같은 팬데믹에는 꼭 필요한 조치다. 지금도 늦지 않으니까 국경을 봉쇄하라는 주장은 전문가들 사이에 여전히 만만치 않게 나온다.

우리나라처럼 초기에 느슨한 출입국 정책을 취했던 유럽과 미국은 이제 와서 뒤늦게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었으나 곧바로 잠재운 나라와 도시들이 있다. 싱가포르와 타이완과 베트남 그리고 홍콩이다. 이들 국가와 도시들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행정가와 의료진의 수준과 질. 국민의 행동 수준이 비슷하다. 마스크 공급문제를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오히려 좀 더 나은 편에 해당된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나는 것은 이들 네 곳은 조기에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라는 국경봉쇄 정책을 채택했고 우리는 봉쇄하지 않았다. 결과는 이들 네 곳은 확진자가 천 명대 또는 그 이하 수백 명에 그쳤고 사망자는 모두 열 명 미만에다 베트남은 아예 사망자 없이 코로나 확산을 막아냈다. 모두 정상적인 사회 경제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만 명을 넘어서는 확진자에 사망자가 2백명에 육박하고 있고 상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참담한 결과다.

국경봉쇄 정책이 중요한 것은 단순히 환자 발생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방역에 대처한다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옛말이 있다. 코로나 초기 단계에 즉각적인 국경 봉쇄를 통해 효율적으로 코로나 방역대책과 확산억제 정책을 추진했다면, 수십조에 이르는 치료와 방역 그리고 생활경제 지원을 위한 국가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또한 국민들의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제적 손실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약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국민들이 억매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또 점차 쌓여가는 피로감에 젖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결국 중국 눈치보기에서 비롯된 어정쩡한 국경개방 정책은 국가차원의 시간과 비용과 에너지 낭비를 초래했을 뿐 아니라 줄일 수 있었던 인명 손실 또한 크게 늘어났다. 모두 국민의 부담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방안에 모기가 들어오면 우선 방문부터 닫고 모기약을 친다. 방문을 열고 모기약을 치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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